2024. 1. 31. 21:57ㆍ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그러면 그 마음을 무엇으로 닦는가?
마음으로 마음을 닦습니다.
디른 것으로는 닦지 못합니다.
물로도 닦지 못하고, 세제로도 닦지 못하고, 걸레로도 닦지 못합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닦습니다.
'무엇인가, 무엇인가,이것이 무엇인가'
이것 하나로 수심, 명심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마음 공부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 공부가 필요한가?
우리나라 역사로 보면, 산업화 시대에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들 때 돈을 벌어야 했어요.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인권이 중요합니다.
사람같이 살고 인정 받고 사는 그때가 민주화(民主化) 시대입니다.
산업화, 민주화가 되고 다음에는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삶의 격이 좀 높아지는 복지화(福祉化)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 복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그 평가는 엇갈립니다.
지금은 복지화로 가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일수록 계층간의 갈등이 많아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여전히 산화업 시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그때는 돈 버는 것이 최고 였습니다.
또 어떤 분은 민주화시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그때는 투쟁이 최고입니다.
복지화 시대는 어떻습니까,
지금은 서로 나누어야 합니다.
나누는 게 복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복지화는 그 근본이 경제와 인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복지시대에 인권을 무시하거나 경제에 부당한 손실을 끼치면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복지화가 어느 정도 되고 난 이후에 어디로 가는가?
복지 역기능이라는 말도 많습니다.
복지가 어느 정도 밑바탕이 되면 사람이 꿈도 갖지 않고 자생노력도 부족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복지를 역이용해서 국가도 가난하게 만들고 개인도 무력하게 만드는 경우를 복지 역기능이라고 합니다.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복지화 이후에 성공한 나라가 별로 없어요.
대한민국도 복지정책을 계속 쓰다 보면 선진국 복지 국가의 좋지 않은 뒤를 쫓아 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복지화에서 더 품격있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것을 '지덕화(智德化)'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덕화, 지혜의 덕을 쌓아야 합니다.
지덕을 갖추지 않으면 복지화 다음에 큰일 납니다.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게 됩니다.
사회복지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면 이것을 지덕으로 잘 소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덕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혜와 덕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그 복지국가가 정말 훌륭한 복지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智)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닦는 지혜, 마음을 밝히는 지혜입니다.
고인의 법문 중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坐斷天下 (좌단 찬하)
猶如點額 (유여점액)
一念無念 (일념무념)
方始平安 (방시평안)
앉아서 천하를 다 항복시켰다고 하더라도
마치 이미에 혹을 붙인 것과 같다.
일념이 무념이라야
바야흐로 비로소 평등하고 안락하니라.
천하를 호령하고 천하를 항복시켰다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 하나 밝히지 못하면
이마에 혹 달린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고 내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면 천하를 호령하고 모든 것을 다 갖는다고 하더라도 평안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떤 것이기 때문에 그런가?
모든 사람은 누구나 다 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는 것도 구하는 것이고,
사람이 마지막으로 죽을 때 '내가 어니로 가는 것이냐, 나 살려달라.'고 하는 것도 구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 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 마음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구하는 마음이 도둑입니다.
지금 없어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더 좋은 것만 찾는 것입니다.
구하는 마음이 있는 한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집안에 도둑이 있는 한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구하는 마음의 성격은 구해도 구해도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 모자라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염없이 지칠 줄 모르고 구합니다.
제가 한 번 사람의 마음을 크게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종각 사거리에 가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누구하고 할 것 없이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더라구요
이 많은 사람들이 도데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 모습을 보며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구하는 마음입니다.
가는 방향은 각기 달라도 가는 내용은 한 가지다,
무엇인가 얻으러 가고 구하러 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구하러 가고, 남자는 남자대로 구하러 가고,
여자는 여자대로 구하러 갑니다.
이 구하는 마음을 놓아두면 억 만년을 구해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고통을 피하려고 다른 것을 구하니까 거기에도 고통이 있습니다.
그 놈을 피하려고 다른 것을 구하니까 또 고통이 있습니다.
이 구하는 마음을 불교에서는 애취심(愛取心)이라고 합니다.
자꾸 좋아하고 취하기만 하니까 생사의 되풀이가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놈을 딱 거두어 잡아서, '구하는 마음, 이놈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구하는 마음, 이놈이 무엇인가?
그 놈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 놈을 채우려면 구하고 싶은 것을 계속 구해야 합니다.
그 놈은 구하고 나면 싫다고 하고 또 다른 것을 구합니다.
'저기만 가보았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 따위 소리를 잘못들었다가는 큰일납니다.
거기에 올라가지마자 '저기는 어떤데?' 또 다른 곳으로 달려 갑니다.
'이거 하나만 선물로 사주면 평생 소원이 없겠다.' 그런 소리 듣고 그것을 사주면
금방 또 다른 것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구하는 마음을 다스려야지 구하는 마음을 충족시켜주려고 했다가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마음 공부보다 천하에 더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 구하는 마음이 무엇인가.'
이러한 참구를 통해서 마음이 밖으로 구하러 나가지 않게 됩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살펴서 수심명심(修心明心)을 동시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무엇인가.'입니다. 마음 공부 하나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일단 거두어 들이고 섭심(攝心)을 합니다.
'무엇인가' 하니까 안으로 살피게 되어 내조(內照)를 합니다.
내조를 통해서 마음을 밝히고 섭심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마음을 거두어 들이니까,
이 하나로 마음 공부는 다 하는 것이 됩니다.
-종범스님 법문집 <한 생각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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