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범스님] 마음 공부하는 법(4)

2024. 4. 29. 22:43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아무튼 그렇게 하다 보면 진정으로 참회할 날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마음을 잘못 써서 이런 삶을 살았구나.' 이렇게 참회 하는 것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종범의 참회게송과 참회문답 한 번 들어 보시고, 마음 공부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삼십년래왕용공(三十年來枉用功)

허다언동진참괴(許多言動盡慙愧) (나무아미타불)

즉색공구신일전(卽色空句身一轉)

물물원시고도량(物物元是古道場) 이로다. (나무아미타불)

 

오랜 세월 공을 그릇되이 썼으니

허다한 말과 행동이 다 부끄럽다.

'색이 곧 공이다'라는 구절에 몸이 뚝떨어지니

물건 물건이 원래 옛 도량이더라.

 

'삼십년래왕용공(三十年來枉用功)', 삼십년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이라는 말이고,

공을 그릇되이 썻다는 것은 마음 밖에서 찾았다는 것입니다.

마음 밖에서 찾는 것은 다 그릇되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음 하나 챙기면 그것이 빠른 길인데 모든 문제를 마음 밖에서 찾으면 헛되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다언동진참괴(許多言動盡慙愧)', 오랫동안 해왔던 나의 말과 행동이 다 부그럽다는 것입니다.

'즉색공구신일전(卽色空句身一轉)', 그런데 어느 날 '색이 곧 공이다'라는 구절이 머리에 딱 떠오르면서 내 몸이 뚝 떨어졌어요. 몸이 한 번 굴렀다는 의미로 구를 전(轉)자 입니다. 색이 곧 공이라는 것은 늘 듣던 말인데 어느 날 그 말이 딱 떠오르면서 몸이 뚝 떨어진 것입니다. 떨어질 데가 없는 방에 있었는데 그냥 뚝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자 '물물원시고도량(物物元是古道場)', 옛도량이라는 것은 중생이다, 부처다, 성인이다, 태어난다, 죽는다 등, 이런 것이 생기기 이전의 그 본래 면목입니다.

이것이 종범이 참회하면서 기록한 글입니다.

 

다시 묻고 답하는 참회문입니다.

 

:

眞懺悔 眞休歇 (진참회 진휴헐)

眞休歇 眞自在 (진휴헐 진자재)

如何是 眞懺悔 (여하시 진참회)

 

진정한 참회는 참으로 쉬는 것이고

참으로 쉬면 참으로 자재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참된 참회인가?

 

:

不改舊時人 (불개구시인)

只改舊時行履處 (지개구시행리처)

愼之愼之 (신지신지)

不犯舊行處 (불범구행처)

 

옛 때의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요

다만 옛 때의 행리처를 바꾸는 것이다.

삼가고 삼가서

얫 때에 행하던 것을 범하지 말아라.

 

:

早是犯時 如何 (조시 범시 여하)

 

벌써 범했을 때는 어찌하는가?

 

:

愼之又愼之 (신지우신지)

不離古道場 是眞自在 (불리고도량 시진자재)

 

산가고 또 삼가라.

옛 도량을 떠나지 않는 것이

참다운 자재이니라.

 

 

이것이 종범의 참회문답입니다.

진정한 참회는 참으로 쉬는 것이고, 참으로 쉬면 참으로 자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것이 진참회인가? 이렇게 물은 거예요.

그러니까 옛 때의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다만 옛 때의 행하던 그 소행처(所行處)를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어요.

행리처(行履處)는 행하던 소행처, 즉 행하던 행위를 말합니다.

 

법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쓰는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다 마음 밖에서 찾았는데 지금은 마음 밖에서 찾지 않는다.' 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옛 기록에서 소행처를 행리처(行履處)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마음을 잘 살피고 마음을 잘 닦아서 그 본래 청정한 마음과 항상 상응(常應)해야 합니다. 이것을 실상상응(實相常應)이라고 합니다.

그 본성과 함께 있으면 그것이 고도량(古道場)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공부를 잘 하면 천하에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기도할 때나 경을 읽을 때도 이것을 하면 참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밖으로 나갔던 마음을 불러들이고 집중해서 마음을 닦게 되어 직접적으로 섭심명심(攝心明心)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자 한 번 더 해봅시다.

 

무엇인가,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이것이 무엇인가 !

무엇인가, 무엇인가!

 

이렇게 공부를 이어가시면 됩니다.

대혜스님의 서장(書壯>에 다음과 같은 아주 중요한 말씀이 있습니다.

 

發心有先後 (발심유선후)

悟心無先後 (오심무선후)

 

마음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발심입니다.

그 발심은 선후가 있습니다.

먼저 발심한 사람, 나중에 발심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깨닫는 데에는 선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시작해서 당장 내일 깨닫는 분도 있고요,

10년 전에 시작했어도 아직 못 깨달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깨닫고 못 깨닫고에 전혀 상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깨닫는 것을 기다리면 그것이 장애가 되어서 깨닫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깨닫지 못하는 걸 걱정하지 말고, 깨닫는 걸 기다리지도 마시고,

오직 '무엇인가,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종범 스님 설법집 <한생각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