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범스님] 마음 공부하는 법(3)

2024. 3. 13. 21:43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이것이 무엇인가?

다만 이 한 생각을 자세히 보고 자세히 보라.

오래오래 순숙(純熟)하게 하면 반드시 마음을 밝힐 날이 오느니라.」

 

이 마음 공부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닙니다.

'상자거각(常自擧覺)'하고 '지관제시(只管提시)'하는 것입니다

지관(只管)이라는 것은 '오직'이라는 의미입니다.

오직 '이것이 무엇인가' 간직하고 놓치지만 말라는 뜻이 지관제시입니다.

'상자거각(常自擧覺)'은 항상 스스로 들어서 챙기라는 것입니다.

말할 때나 일할 때나 올 때나 갈 때나 언제나 '이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항상 스스로 들어서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공부를 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음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런 일도 해야 하고, 저런 일도 해야 하고,

이렇게 일상생활과 마음공부가 충돌합니다.

그런데 마음공부는 일상생활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것이지 일상생활을 떠나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 공부를 하다보면 '어떻게 하면 빨리 될 수 있을까.'

속도를 내어 빨리 하고 싶은 고민도 생깁니다.

목우자(牧牛子) 보조스님의 <간화결의론>에서는 마음공부의 열 가지 병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에서 근본 병이 빨리 깨달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오직 들어서 챙기기만 하면 되는데, 빨리 깨달아야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가서 묻기도 합니다. 이것은 전부 밖으로 나가던 습관 때문입니다.

빨리 구하려는 속구심(速求心)이 큰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영원히 깨닫지 못합니다.

 

다만 일체 생각을 배제하고 오직 '무엇인가,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그렇게 탐구하면 되는 것입니다.

일할 때는 그냥 일하면서 '무엇인가, 무엇인가'

또 일을 다 하면 그냥 앉아서 '무엇인가, 무엇인가.' 하면 됩니다.

 

중국의 대혜스님은 <서장>을 지으신 유명한 선사인데,

'응접시(應接時) 단응접(但應接)하라'고 합니다.

항상 들어서 쳉기면 되니까 사람을 만날 때에도 응접을 턱 하면서 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 형식도 필요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렇게 오래오래 하다보면 일상생활하는 곳이 그대로 선방이고 그대로 공부하는 처소입니다.

 

일상생활을 떠나서 특별히 마음 공부만 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파도를 떠나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파도가 오면 오는대로 그대로 맞이하고, 가면 가는대로 보내면서 항상 들어서 챙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 공부입니다.

그렇게 순숙(純熟)하게 되면 사람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하루 만에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몇칠 만에 될 수도 있습니다.

 

                                                                              -종범스님 설법집 <한생각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