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4. 21:09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경봉스님께서 법좌에 올라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치고 이르시기를,
주장자 머리에 눈이 있는데 밝기가 태양같고
순금은 불에 넣어봐야 알수 있도다.
棒頭有眼明如日
要識眞金火裡看
옛 사람이 이르기를, 길에서 도(道)를 통달한 사람을 만나면 말이 필요없다고 했으니,
여러 대중은 무엇으로 이 도인을 대하겠는가?
지혜가 밝은 사람은 한 번 보면 다 안다.
예전에 임금을 시종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찌나 영리하던지,
"선타바여"하고 부르기만 하면, 차면 차, 밥이면 밥, 이렇게 무엇이든지 임금이 생각하는 대로
다 가져왔다. 임금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 도리는 번갯불에 바늘귀 꿰듯 해도 오히려 느린 것이다.
이 도를 알면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부처를 이룰 인연을 삼고,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세상 어떤 복보다 더 뛰어난 복을 받은 것이다.
또한 이것은 금강쇠를 머금은 것과 같아서 부처님의 정법안장(政法眼藏)을 마음밭에 심으면
보리의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 이치와도 같다.
마음은 본래 맑은 것이건만 망상의 구름에 가려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고로 황벽조사께서 이르되
"분주하고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니
요긴하개 식심(識心)을 잡아 한바탕 공부를 지을지어다.
이 한 번 뒤쳐서 찬 것이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의 향기가 코를 찌름을 얻으리요."
하니 이 말이 참으로 간절하고 요긴한 말이다.
마음의 꽃을 피우자면 죽자 사자 고생을 하고 애를 써야 되는 것이다.
매화가 찬 눈 속에 피면 그 향기가 그윽하게 짙고,
수행인이 신고(辛苦) 끝에 도를 알면 마음의 광명이 온누리에 비춘다.
진리는 말로써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떻게 도를 말로써 표현할 수 있겠는가?
고기는 천강물에 뛰놀고
용은 만리 구름 위를 오르네.
漁躍千江水
龍騰萬里雲
--
이렇게 멋들어진 말을 해도 대중이 아무 말 없어서 내(경봉스님 제자인 석명정 스님) 가
대신 한 마디 한다.
"참 멋있다"
할(喝) ! 일할하고 법좌에서 내려 오시다.
-경봉스님 설법집 <니가 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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