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수행의 형태(4)

2018. 11. 23. 10:03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4. 종합 설명

​1) 직접설명

1-1) 지관의 공능

이상으로 세 번에 걸쳐 '지'와 '관'의 수행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관수행(觀門)'에서는 <분별성,의타성,진실성의> 3성(三性)이 인연을 따라 일어나서 현상세계의 법을 이룬다는 이치를 수립했고, '지수행문(止門)'에서는 3성을 따라 생겨난 법에 대한 분별을 버림으로써 3무성(三無性)의 경지를 깨달아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무성'으로 깨달아 들어간다는 말은 분별하는 성품(分別性)을 제거하여 차별적인 모습이 없는 성품(無相性)의 세계를 깨닫고(空解脫門), 다시 의타성(依他性)을 제거하여[註 : 의타성은 존재하는 듯 해도 원성실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의타성이라고 하는 것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따라 임시로 존재하는 것이다] 생겨남이 없는 성품(無生性)의 세계로 깨달아 들어가며(無相解脫門), 진실성(眞實性)이 따로 존재한다는 관념마저 제거하여 무상성(無相性)의 세계로 깨달아 들어가는 것(無作解脫門)을 의미한다.

[註; 3해탈문이란 공해탈문, 무상해탈문, 무작해탈문을 말한다. 공해탈문(空解脫門)은 분별성을 제거하고 무상성(無相性)으로 깨달아 들어가는 것이고, 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은 의타성을 제거하고 무생성(無生性)으로 깨달아 들어가는 것이며, 무작해탈문(無作解脫門)은 진실성을 제거하고 무상성(無相性)으로 깨달아 들어가는 것이다]


1-2) 거듭 설명​

진실성에 관하여 거듭 네 번에 걸쳐 '관' 수행을 설명한 까닭은 그 궁극적인 경지가 심오하여 이해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앞에 설명한 대로 <사물이 허상이라고 알고 있는 그 마음까지도 망상이 지어낸 공(空)이므로> 이러한 망상으로 생긴 공의 모습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 허망한 공상(空想)을 제거하면 즉시 '지'수행이 성립되는데 이것이 '무성성(無性性)'이라 한다.

다음은 <'의타성(依他性)'으로서> 허상(僞)은 바로 '진실성'과 상즉(相卽)하여 나타난다. 의타성 이외에 따로 진실성이 존재한다는 집착이 쉼으로써 망상이 고요해지는 것을 '무진성(無眞性)'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 마음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망상의 모습이 없다는 뜻에서> '무성성(無性性)'이라 하며, 또한 <분별성과 의타성의 두 성품마저도 어떤 실체가 없다는 의미에서> '무무성(無無性)'이라 하고 <분별성과 의타성을 제외하고 따로 존재하는 진실성이 없다는 뜻에서> '무진성(無眞性)'이라 한다.

세 번째로 거듭(一重) 지관을 설명한 것은 근본 진여 삼매를 말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거듭 지관을 설명한 것은 지관을 동시에 닦아 수행의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다.


1-3) 차례로 수행

또한 타고난 근기가 영리하고 심오한 식견을 가진 탁월한 수행자라면 첫 번째 제시한 분별성에서부터 수행하지 않고 곧장 제2의타성을 의지해 수행해 나아가도 된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의타성이 곧 분별성의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성품은 본래 하나의 의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註; 의타성에는 정분(淨分)분별의타성, 염분(染分) 분별의타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면 우선 제1분별성에서부터 수행하고, 차차 수행이 무르익으면 제2의타성에 의지하여 수행하는 순서를 따라야 한다. 마침내 분별성과 의타성의 수행 단계를 무시(越)하고 곧장 제3진실성을 의지하여 수행할 수 없다. 비록 처음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라도 항상 이 세가지를 아울러 함께 닦아 제3진실성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는 것은 무방하다.

1-4) 망집을 제거

이때 외인이 말했다. "이미 <진실성이 분별성과 의타성을 떠나지 않은> 진실성법이라고 했는데 무엇때문에 그것을 제거해야 하며, 만약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성품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혜사스님이 대답했다.

"분별성과 의타성은 '무법(無法)'인데도 이것을 집착하여 진실한 성품이라 고집하므로 반드시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분별성과 의타성은 어떤 실체의 성품이 없는 것까지도 없다는 뜻에서> 무무성(無無性)이라 했다.

다만 허망한 지혜로 우리의 청정한 마음을 분별하여 관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진실성만은 분별성,의타성과>아주 다른 별개의 모습이라고 분별하는 망상을 쉬게 함으로써, 분별성<의타성>과 따로 구별되는 진실로 존재하는 성품(眞性)이 없음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무진성(無眞性)'이라 했다. 단지 이러한 진실성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하다고 이리저리 집착하는 망상을 제거할지언정 진여 자체까지 소멸시켜서는 안된다."

                                                   -남악혜사지음,원경옮김 <대승지관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