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5. 10:17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마음은 색(色)이 아닌 까닭에 색에 속하지 않는다.
마음은 색이 아님도 아니어서 비색(非色)에 속하지도 않는다.
마음이 속하는 바가 없으면 바로 해탈이다.
만약 금계(禁戒)를 범하여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단지 두려운 마음을 얻을 수 없음을 알면 또한 해탈할 수 있다.
또한 천상에 태어남도 얻을 수 없다.
비록 공(空)임을 알았어도, 공 또한 얻을 수 없다.
비록 얻을 수 없음을 알았어도 얻을 수 없음 또한 얻을 수 없다.
<해설>
일체법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얻을 바 없다고 하는 그 법에 머물거나 잡고 있으면 그 뜻에 어긋난다.
얻을 바 없다는 뜻을 올바로 뚜렷이 알았다면 바로 아무 데도 걸림없게 되어야 한다. 즉 마음을 잊게 되어야 한다.
ㅇ.
마음에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천하게 여기는 것도 있다.
마음이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것도 있다.
이 마음이 선(善)한 것이라 하면 일체 사물은 불선(不善)한 것이 된다.
이 마음이 친근한 것이 되면 일체 사물은 원수집안이 된다.
마음이 색(色)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비색(非色)에도 머물지 아니하면, 머무름에도 머물지 아니하고, 머물지 않음에도 머물지 아니한다.
마음에 만약 머무름이 있다면 바로 묶임을 면하지 못한다.
마음에 만약 짓는 바가 있으면 바로 묶어진 것이다.
마음이 만약 법을 중시하고 있으면 그 법이 머무르며 당신을 잡아 버린다.
마음이 만약 하나의 법을 존승하면 마음에 반드시 비천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경론의 뜻을 올바로 취한다면 해(解)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단지 해(解)한 바가 있게 되면 바로 마음이 거기에 속하게 되어 버린다.
마음이 속한 바가 있게 되면 바로 이것이 묶어짐이다.
경에서 이르길, "상(上),중(中),하(下)의 법으로 열반을 얻는 것이 아니다"고 하였다.
<해설>
1. 마음에 어떠한 상념이 떠오를 때 이미 그 상대되는 상이 서로 즉(卽)해 있게 된다.
즉 상대되는 상에 의지하여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능가경> 앞부분에서 상대되는 108구를 개시(開示) 한 것도 그러한 뜻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좋은 상념이라도 이미 좋지 않은 상념이 함께 일어나 즉(卽)해 있으니 경론에 설해진 법상(法相)과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거기에 향하거나 머무르려 해서는 안 된다. 흔히 수행하는 이들은 그러한 법상을 귀하게 여겨 애착하기 쉽다.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버리면 이미 그 대상에 휘들려져 버린다
그래서 본문에 " 그 법이 머무르며 당신을 잡아 버린다"고 하였다.
마음을 일으켜 어디에 두려 하거나 향하는 행을 말아야 한다.
2. 불교 수행의 기본은 신해행증(信解行證)이다. 따라서 해(解)는 필수의 과정이다. 그러나 해(解)가 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 해(解)도 버리게 되어 있다. 그 해(解)를 버리지 못하고 붙잡고 있으면 거기에 묶이게 되고 그 영상에 막혀 사(事)에 즉(卽)하지 못하게 된다. 그 해(解)로 인한 영상으로 마음이 일어나 부동심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 해(解)한 법상(法相)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아무데도 의지함이 없는 자리가 되어 무심하게 되고 사(事)에 즉하게 된다. 사(事)에 즉함이 원만해지면 사사무애(事事無涯)의 불지(佛智)가 된다. 바로 이 몸이 곧 우주법계가 되고, 온 우주 법계가 곧 이 몸이 된다. 우주법계의 하나하나가 이 몸이 되고, 이 몸이 곧 우주법계의 하나하나가 된다. 이것이 곧 신증(身證)이다. 즉심(卽心)과 무심 망심(無心 忘心: 마음을 잊음)과 즉사(卽事)는 하나로 이어지는 과실(果實)이다.
- 박건주 역주, 보리달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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