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0. 09:44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문 : "왜 마음이 도의 체(體)입니까?"
답 : "마음은 목석과 같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손으로 용과 호랑이를 그려놓고 이를 보고는 스스로 두려워 하는 것과 같다. 사람을 미혹하게 함도 이와 같다.
심식(心識)의 붓으로 도산(刀山)과 검(劍)의 숲을 그려놓고는 다시 심식에서 이를 두려워한다
만약 능히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면 망상이 모두 제거된다.
의식의 붓으로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을 분별해서 그려놓고는 다시 이를 보고 탐심,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을 일으킨다. 혹은 보기도 하고, 혹은 버리기도 하며 다시 심의식으로 분별하여 갖가지 업을 짓는다.
만약 심식이 본래로 텅 비어 고요함(空寂)임을 알면 (심식의) 처소(處所)를 봄이 없나니 바로 이것이 도를 닦는 것이다. 혹은 자심(自心)으로 분별하여 호랑이, 사자, 독룡,악귀,오도장군,염라왕,우두,아파(阿婆)를 그려놓고 자심으로 분별하며, 이것들에게 속(屬)해져 버리면 곧바로 여러 고뇌를 받게 된다.
단지 마음을 분별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 색(色)이다.
만약 마음이 본래로 텅 비어 고요함을 깨달으면 마음이 색(色)이 아님을 알게 되고 곧 색에 속하지 않게 된다.
마음은 색이 아니며, 자심으로 (색을) 화작(化作)한 것이다.
단지 (그 色이) 부실(不實)한 것임을 알면 곧바로 해탈한다"
[해설]
분별을 일으켜 그 대상에 자신이 속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 범부중생이다.
그러나 마음은 본래 텅 비어 고요해서 목석과 같아 무엇에 영향을 받고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또한 텅 비어 고요하니 마음에 무엇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스스로 자심에서 갖가지 대상을 그림 그리듯 그려놓고 그것을 보면서 스스로 놀라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그것이 휩싸여 버린다.
그러나 본심은 원래 텅 비어 고요해서 무엇을 짓는 바도 없고, 항상 분별 떠나 여여(如如)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초기 선종 선사들이 "마음이 텅 비어 고요함을 아는 것(知心空寂)이 수도(修道)의 요체다"고 하였다.
바깥 경계로 보이는 물질세계(色)는 마음이 화작(化作)한 것이라 실은 그 또한 마음 밖의 것이 아니지만 단지 그림자고 환영일 뿐이라 마음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나무 그림자가 나무는 아니라고 한 것과 같다.
[본문]
지금 만약 불법승(佛法僧)에 의거하여 행도(行道)시에 선악(善惡),호추(好醜),인과(因果),시비(是非),지계(持戒),파계(破戒) 등의 지견(知見)이 있을 수 없다고, 이렇게 분별한다면, 이는 모두 미혹이며,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이고, 경계가 자심에서 일어난 것임을 모르는 것이다.
일체법이 있지 않다고 아는 것 또한 이와 같이 자심의 현량이고, 모두 미혹한 마음이며, 시비(是非)의 마음을 지은 것이다. 만약 부처님의 지혜가 뛰어나다고 말한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심의 화작(化作)이 있다거나 화작이 없다는 것도 또한 미혹에 빠진 것이다.
[해설]
어느 때의 어떠한 상념이든, 자심에서 일어난 현량(現量)을 인지한 것이며, 어느 것이든 모두 미혹이다.
본래 무엇이 있어서 무엇에 의거하여 마음이 일어나고 분별을 지었겠는가.
본래 무심(無心)의 뜻이 무시(無始)이래로 항상 여일(如一)할 뿐이다.
선악(善惡), 호추(好醜),인과(因果),시비(是非) 등의 분별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이들 지견으로부터 벗어남과 벗어나지 않음을 따로 두어 그 어느 한 쪽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 또한 이미 분별에 빠진 것이며, 행도(行道)한다고 하여 마음을 특별이 어느 한 쪽으로 향하여 함이고, 이루려 함이 있는 행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심성은 텅 비어 고요해서 어느 한 쪽은 옳고 다른 쪽은 그르고 하는 것이 없다.
옳다고 생각되는 어느 한 쪽으로 향하여 이르려고 한다면, 이는 심성을 모르는 것이며, 지어진 분별이고 아직 미혹에 있는 것이다.
-박건주 역주 <보리달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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