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6. 09:50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원문]
묻는다.
"어찌해서 남자 그대로 남자가 아니며, 여자 그대로 여자가 아닙니까?"
답한다.
"법에 의거하여 추구하건대 남녀의 상을 얻을 수 없으니 어떻게 (남녀를 구분하여) 알 수 있겠는가.
만약 색(色:사물)이 남자의 상이라면 모든 초목도 응당 남자여야 할 것이다. 저 여인도 또한 그와 같다.
미혹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여 망상으로 남자라고 보지만 바로 환화(幻化)이고, 여자도 필경 실체(實體)가 없다.
<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에 설한다. '모든 것이 환(幻)과 같다고 알아야 속히 사람 가운데 상(上)이 된다"
묻는다.
"유여열반을 증득하여 나한과(羅漢果;아라한의 성취)를 얻은 것은 이것이 각(覺)입니까?
답한다.
"이는 꿈속에서 증(證)한 것이다"
묻는다.
" 6바라밀을 행하고, (보살) 십지(十地)까지의 만행(萬行)을 만족하였고, 일체법이 불생(不生) 불멸(不滅)이고, 각(覺)도 아니고 지(知)도 아니며, 무심(無心)이고, 지해(知解; 알음알이)도 없다면 (이는) 각(覺)입니까?
답한다.
"이 또한 꿈이다"
묻는다.
"십력(十力), 사무소외(四無所畏),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을 성취하고,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正覺)을 이루었으며, 능히 중생을 구제하고, 열반에 들기까지 어찌 각(覺)이 아니겠습니까?
답한다.
"이 또한 꿈이다"
묻는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평등하게 교화하여 중생으로 해탈한 자가 항아사와 같은데 이를 각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답한다.
"이 또한 꿈이다. 단지 자심(自心)이 분별한 것이다. 자심의 현량(現量 : 현실에 당면하여 인지되는 것)이 모두 다 꿈이다. 각(覺)한 때에는 꿈이 없고, 꿈꾸는 때에는 각이 없다. 이 심의식(心意識)은 망상이며, 꿈속의 지혜이다. 능각(能覺)과 소각(所覺)이 없어 여법(如法)하게 진실한 각(覺)을 깨달을 때에는 필경에 각(覺)이 없다.
삼세제불(三世諸佛), 정각자(正覺者) 모두 중생의 억상(憶想) 분별이다. 이러한 까닭에 꿈이라 한 것이다.
만약에 식심(識心)이 적멸하면 하나의 동념처(動念處)도 없으니 (심식이 일어난) 이래 모두가 꿈이다."
[박건주님 해설]
일체가 본래 생한 바가 없다. 그 뜻은 특히 <능가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분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다.
그래서 생멸 윤회하는 중생이 꿈이고, 윤회를 벗어나 해탈한다 함도 꿈이다.
석존이 탄생하여 출가 수도하고, 성불하여 중생 구제 후 열반에 든 것 또한 꿈이다.
깨달았어도 깨달았다는 생각이 있으면 의식이고 망상일 뿐이다. 요컨대 일체 모든 것은 자심의 분별일 따름이다.
즉 심식인 영상(影像)일 뿐이고 그림자일 뿐이어서 환(幻)과 같고 꿈과 같다고 한다.
제불(諸佛) 정각자(正覺者)를 상념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동(動)한 것이고, 동(動)한 그림자일 뿐이며, 분별망상일 뿐이다. 그래서 아라한 등의 도과(道果)를 이루었다 함도 꿈 속의 일이다.
아무데도 없는 것이 마음인데 여기에 무엇을 얻었다 함이 있겠는가. 각(覺)을 심체(心體)라고 한다.
실체는 모든 상념을 떠난 자리이고(心體離念), 상을 떠났는데 각이라는 상념이 남아 있다면 이미 각이 아니다.
있다 할 바가 없는데(無所有) 미혹과 해탈, 중생과 불이라는 상념을 일으킴은 꿈꾸는 일과 같다.
각 아닌 것도 있어야 각이라는 상도 나오게 되는 것인데, 온통 각인 자리, 즉 본각에서는 각이라는 생각도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진실한 각(覺)은 몸으로 증(證)함이니 이를 신증(身證)이라 한다.
이 몸이 온 우주 법계와 하나가 되는 것이 곧 신중이다. 마음으로 각하여 아직 그 각한 상이 남아 있다면 아직 신증을 못한 것이다. 몸으로 증함은 각하였다는 마음의 영상, 여운도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진실한 깨달음(覺)이다.
-담림 편집, 박건주 역주 < 보리달마론, 이입사행론, 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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