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10-3)

2018. 6. 20. 09:57성인들 가르침/불교경전



268. 하류경(河流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강물이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올 때 그 물은 깊고 빠르며, 그 물살도 거세게 쏟아져 많은 것들이 떠내려가고 빠지는 것과 같다. 그 강의 양쪽 기슭에 갖가지 풀과 나무들이 자라지만 큰 물에 쓰러져서 물가에서 썩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건너다가 대부분 물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물살에 밀려 빠지기도 한다. 어쩌다가 물살에 밀려 언덕 가까이 가게 되어 손으로 풀이나 나무를 잡아보지만 풀과 나무는 뽑히고 말아 도로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게 된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일 어리석은 중생이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색이 곧 나다'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색은 이내 끊어지고 만다. 수·상·행도 그러하며, 이와 같이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고 집착하며 '식은 곧 나다'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식도 또한 이내 끊어지고 마느니라.

  만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라면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색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 사실 그대로 알기 때문에 식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이 스스로 알아 반열반(般涅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69. 기림경(祇林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알맞은 법이 아니거든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라. 그 법을 버린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安樂)하리라. 비구들아, 어떤 것이 너희들에게 알맞지 않은 것으로서 마땅히 속히 버리고 떠나야 할 법인가? 이와 같아서 색·수·상·행·식도 너희들에게 알맞은 법이 아니니,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하느니라. 그 법을 끊고 나면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비유하면 이 기환림(祇桓林)16) 중의 나무를 어떤 사람이 가지와 줄기를 베어 짊어지고 가더라도 너희들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그 나무들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너희들에게 알맞은 것이 아니면 마땅히 버리고 떠나야 하나니, 버리고 떠난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어떤 것이 너희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색은 너희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니 마땅히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 버리고 떠난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너희들에게 알맞은 것이 아니니, 마땅히 속히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 법을 버리고 나면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비구들아, 색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영원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만일 무상한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아, 그러므로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간에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제자들은 이 5수음(受陰)에 대해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이와 같이 관찰할 때 모든 세간에 대해서 취하고 집착할 것이 없게 되고, 취하고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면 스스로 열반을 얻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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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팔리어로는 Jetavana이고 기타태자가 보시한 숲을 말한다. 즉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간칭(簡稱)으로서 기원(祇園)이라고도 한다.
 
  
270. 수경(樹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欲愛)17)·색애(色愛)18)·무색애(無色愛)19)·뽐냄[掉慢]20)·무명(無明)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농부가 늦여름 초가을에 땅을 깊이 갈고 풀뿌리를 뽑고 풀을 베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비구들아, 사람이 풀을 베어 손으로 그 끝을 잡고는 털털 털어 마른 것을 다 떨어뜨리고 그 긴 것만을 취하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비구들아,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암라(菴羅)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을 때 거센 바람이 가지를 흔들면 열매가 다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누각의 중심이 튼튼하면 모든 재목의 버팀목이 되어 그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고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일체 중생들의 발자국 중에서 코끼리 발자국을 제일 크다고 하는 것과 같나니, 능히 다른 것들을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염부제(閻浮提)의 모든 강이 다 큰 바다로 달리는 것과 같나니, 그 큰 바다는 가장 으뜸이 되어 다 거두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해가 뜨면 능히 모든 세계의 어둠이 사라지는 경우와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비유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모든 작은 왕들 중에서 가장 으뜸이고 가장 훌륭한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어떤 것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닦고, 닦아 익히며 자꾸 닦아 익히면, 능히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는가? 

  비구들아, 만일 텅 비고 드러난 곳에서나 혹은 숲 속에서 바르게 잘 사유(思惟)하여 '색은 무상한 것이다, 수·상·행·식도 무상한 것이다'라고 관찰하고 이와 같이 사유한다면, 일체의 욕애·색애·무색애·뽐냄·무명을 끊을 수 있느니라. 왜냐 하면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은 능히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이룩하여 세우기 때문이다. 거룩한 제자는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마음의 아만(我慢)을 여의고 거기에 순응해 열반을 얻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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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18) 존재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19) 물질이 없는 정신적 세계인 무색계(無色界)에 대한 탐욕을 말한다.
20) 팔리어로는 asmimana이고 곧 아만(我慢)을 말한다.
  
  
271. 저사경(低舍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저사(低舍)라는 비구가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나는 법을 분별하지 못하고 범행(梵行)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가집니다."
  그 때 그 대중들 가운데 있던 어떤 비구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사 비구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나는 법을 분별할 수 없고,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가진다'고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저사 비구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감각기관의 문[根門]을 지키지 못하고, 음식은 그 양(量)을 알지 못하며, 초저녁에도 새벽에도 마음이 깨어 있지 않고, 게으르고 나태하여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으며, 좋은 법을 잘 관찰해 사유하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법을 분별하고, 범행 닦기를 마음으로 즐거워하며, 모든 잠을 여의고, 바른 법에 대해서 모든 의혹을 없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 비구가 감각기관의 문을 지켜 보호하고, 음식에 대해 양을 알며, 초저녁에도 새벽에도 깨어 정진하고, 좋은 법을 관찰하는 이가 법을 분별하기를 좋아하고, 범행 닦기를 즐거워하며, 잠을 여의고, 마음으로 법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사 비구에게 가서 '스승께서 너를 부르신다' 하고 전하여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에, 저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長老) 저사여, 세존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저사는 명령을 듣고 세존이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 때 세존께서 저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사여, 너는 많은 비구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여러 장로들이여, 나는 법을 분별하지 못하고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잠자기를 매우 좋아하고 법에 대해서 의혹을 지니고 있습니다'라고 정말로 그렇게 외쳤느냐?"

  저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실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물으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마음대로 대답하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만일 색(色)에 대해서 탐욕[貪]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欲]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愛]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너는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색이 변하거나 달라질 때 진실로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그러하여 틀리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마땅히 그와 같이 탐욕을 여의지 못했다고 설법해야 할 것이다. 저사여, 수·상·행도 마찬가지며,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너는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망을 여의지 못하며, 사랑을 여의지 못하고, 기억을 여의지 못하며, 갈망을 여의지 못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진실로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그러하여 틀리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마땅히 그와 같이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였다고 설법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만일 색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망을 여의며, 사랑을 여의고, 기억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색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아 다르지 않습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수·상·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망을 여의며, 사랑을 여의고, 기억을 여의며, 갈망을 여의었다면, 그 식이 혹 변하거나 달라질 때 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일으키겠느냐?"

  저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아 달라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저사여, 내 이제 비유로 설명하리라. 매우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를 얻게 되느니라. 두 사내가 함께 한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은 길을 잘 알고 한 사람은 길을 알지 못한다. 그 길을 모르는 사람이 길을 아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어느 성(城) 어느 촌(村) 어느 마을로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그 길을 가르쳐 주시오.'

  이 때 길을 아는 사람이 곧 그에게 길을 가르쳐 주며 말하였다.
  '사부(士夫)여, 이 길을 따라가다가 앞에 갈림길이 나타나거든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로 따라가시오. 다시 깊은 계곡에 도랑이 나오거든 또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시오. 다시 우거진 숲이 나오거든 또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시오. 당신이 그렇게 점점 앞으로 가다보면 그 성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그 비유는 이와 같다.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범부에 비유한 것이요, 길을 아는 사람은 여래·응공·등정각에 비유한 것이며, 앞의 갈림길이란 중생들의 의심을 말한 것이다. 왼쪽 길이란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이니, 탐욕[貪]·성냄[?]·해치려는 지각[害覺]이요, 그 오른쪽 길이란 세 가지 착한 지각을 말한 것이니, 벗어나고 탐욕을 여읜 지각[出要離欲覺]·성내지 않는 지각[不瞋覺]·해치지 않는 지각[不害覺]이다. 왼쪽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삿된 소견[邪見]·삿된 뜻[邪志]·삿된 말[邪語]·삿된 업[邪業]·삿된 생활[邪命]·삿된 방편[邪方便]·삿된 기억[邪念]·삿된 선정[邪定]을 말한 것이요, 오른쪽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바른 소견[正見]·바른 뜻[正志]·바른 말[正語]·바른 업[正業]·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선정[正定]을 말한 것이다. 깊은 계곡의 도랑이란 성냄·장애·근심·슬픔을 말한 것이요, 우거진 숲이란 5욕공덕(欲功德)을 말한 것이며, 성(城)이란 반열반(般涅槃)을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저사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는 큰 스승으로서 모든 성문들을 위해 해야할 일을 이미 마쳤다. 지금처럼 가엾이 여기고 사랑하는 생각을 내어 이치로써 안락하게 하는 일을 이미 모두 다 마쳤다. 너희들도 지금부터 해야할 일을 하라. 마땅히 나무 밑이나 혹은 텅 비고 드러난 곳이나 산의 바위굴 속에서 풀을 깔아 자리를로만들고, 잘 사유하고 바른 기억으로 방일하지 않으며, 수행하여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음에 후회가 없게 하라. 나는 이제 너에게 훈계하였다."

  그 때 저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72. 책제상경(責諸想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대중들 가운데 조그만 다툼이 있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셨다.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시고 공양을 마치고 성을 나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엔, 안타(安陀)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앉아 홀로 고요히 사유하셨다.

  '대중들 가운데 사소한 다툼이 있어 나는 대중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아직 오래지 않은 승랍(僧臘)이 적은 비구들이 많다. 그들은 스승을 보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모든 비구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져왔다. 나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다시 돌아가 그들을 거두어 바로잡으리라.'

  이 때 대범왕(大梵王)이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善逝)시여, 모든 비구들을 꾸짖으신 것은 사소한 다툼 때문이었습니다. 그 대중들 중에는 출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스승을 뵙지 못하면 혹 후회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근심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가엾이 여기시는 마음으로 대중들을 거두어 받아들이셨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지금 곧 돌아가시어 모든 비구들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이미 마음으로 범천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대범천은 불세존(佛世尊)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부처님께 예를 올린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 때 세존께서 대범천왕이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곧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오셨다.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몸을 거두어 바르게 앉아, 얼굴빛을 조금 움직여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감히 와서 뵙게 하셨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가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세존의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마음을 낮추고 겸손하게 생활해야 한다. 머리를 깎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마다 걸식하며 혹 천대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그렇게 생활하는 까닭은 훌륭한 이치를 구하기 위해서이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건너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모든 선남자(善男子)들아, 너희들은 왕이나 도적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요, 빚진 사람도 아니며, 두려움 때문도 아니요, 생활이 궁해서 출가한 것도 아니다. 바로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해탈하기 위해서이니,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출가한 것이 아니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이와 같이 훌륭한 이치를 위해 출가하였는데, 어떻게 그 중에 아직도 어리석은 범부가 있어,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어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느냐? 비유하면 어떤 사부가 어둠에서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컴컴한 곳에서 다시 컴컴한 곳으로 들어가며, 뒷간에서 나왔다가 다시 뒷간에 떨어지고, 피로써 피를 씻으며, 모든 악(惡)을 버리고 떠났다가 도로 악을 취하는 경우와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하한 것은 어리석은 비구도 또한 이와 같기 때문이니라.

  또 비유하면, 시체를 태우는 장작은 화장터에 버려져도 나무하는 사람이 주워가지 않는 것과 같다.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하였는데도, 어리석은 범부같은 비구는 탐욕을 일으키고 몹시 물들고 그것을 집착하며, 성내고 사나우며, 게으르고 못나서, 바른 기억을 잃어 안정되지 못하고, 모든 감관을 어지럽게 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세 가지 착하지 않은 지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하는 지각[貪覺]·성내는 지각[?覺]·해치는 지각[害覺]이다. 이 세 가지 지각은 생각[想]에서 일어난다. 어떤 것이 생각인가? 생각에는 한량없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탐하는 생각[貪想]·성내는 생각[?想]·해치는 생각[害想]이 그것이다. 모든 착하지 않은 지각이 이로부터 생기느니라.

  비구들아, 탐하는 생각·성내는 생각·해치는 생각과 탐하는 지각·성내는 지각·해치는 지각 및 한량없는 갖가지 착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 완전하게 소멸하여 다 없앨 수 있는가? 4념처(念處)에 마음을 잡아매고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머물러 닦고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은 이로 인해 다 소멸하고 남김없이 영원히 다할 것이다. 바로 이 법으로써 선남자와 선여인은 믿음을 내어 즐겁게 출가하여 무상삼매를 닦고 익히며, 닦아 익히고 자꾸 닦아 익히게 되면 감로문(甘露門)에 머물고 나아가 마침내는 감로열반(甘露涅槃)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감로열반에 대해서 세 가지 소견을 의지하는 자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명(命)이 곧 몸[身]이다'라고 이와 같이 말하는 일종의 소견을 가진 이도 있고, 또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라고 하는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진 이도 있으며, 또 '색(色)이 곧 나로서 둘도 아니고 다름도 없으며 영원히 존재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이 세상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취할 만하면서도 죄나 허물이 없는 법을 하나도 보지 못한다. 
  '내가 만일 색(色)에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만일 수·상·행·식을 집착하면 곧 죄와 허물이 된다.'

  이렇게 알고 난 뒤에는 곧 세상에 대해서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고, 취할만한 것이 없게 되면 곧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응설(應說)과 소토단(小土)과
  포말(泡沫)과 두 가지 무지경(無知經)과
  하류(河流)와 기림(祇林)과 수(樹)와
  저사(低舍)와 책제상(責諸想)에 대해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