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모든 부처가 이 경에서 나왔다"에 대하여(1)

2013. 9. 8. 10:22성인들 가르침/금강경

 

 

 

무한진인의 금강경 이야기(16) 

 

제8분 依法出生分(의법출생분)

須菩提 於意云何 若人滿三千大千世界七寶 以用布施 是人所得福德 寧爲多不

수보리 어의운하 약인만삼천대천세계칠보 이용보시 시인소득복덕 영위다부

須菩提言 甚多 世尊

수보리언 심다 세존

何以故 是福德 卽非福德性 是故如來說 福德多

하이고 시복덕 즉비복덕성 시고여래설 복덕다

若復有人 於此經中 受持乃至四句偈等 爲他人說 其福勝被

약부유인 어차경중 수지내지사구게등 위타인설 기복승피

何以故 須菩提 一切諸佛 及諸佛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 皆從此經出

하이고 수보리 일체제불 급제불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 개종차경출

須菩提 所謂佛法者 卽非佛法 (是名佛法)

수보리 소위불법자 즉비불법 (시명불법)

제8분 일체부처가 이 경으로부터 나왔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써 널리 보시하면 이 사람이 얻는 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수보리가 사뢰었다.

" 매우 많읍니다. 세존이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성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받아 지녀 남을 위해 설한다면 그 복덕이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숭하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일체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이 다 이 경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이른바 불법이란 곧 불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제8분의 제목이 <依法出生分-이경으로부터 모든 부처가 나왔다>라고 되어 있읍니다. 즉 모든 부처가 금경경으로 부터 나왔다는 뜻인데, 얼뜬 들으면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금강경은 지금 부처님이 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든 부처가 금강경을 보고 깨달았다니 부처가 금강경을 설하기 이전부터 금강경이 있었다는 듯한 말이 어딘가 좀 어색해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읍니다. 왜냐하면 금강경에서 주제로 말하는 <반야지혜>로부터 모든 부처의 깨달음이 나왔고, 모든 사람 내면에 있는 반야지혜에 의해서 깨달아 부처가 된다는 말이므로,금강경이라는 문자로 된 책과는 상관없지도 않은 것이죠. 내안에 누구나 지니고 있는 <반야지혜>에 의해서 깨달은 경험을 토대로 금강경을 설한 것이기 때문에 금강경으로부터 깨달음이 나온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須菩提 於意云何 若人滿三千大千世界七寶 以用布施 是人所得福德 寧爲多不

수보리 어의운하 약인만삼천대천세계칠보 이용보시 시인소득복덕 영위다부

須菩提言 甚多 世尊

수보리언 심다 세존

何以故 是福德 卽非福德性 是故如來說 福德多

하이고 시복덕 즉비복덕성 시고여래설 복덕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로써 널리 보시하면 이 사람이 얻는 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수보리가 사뢰었다.

" 매우 많읍니다. 세존이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성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위 문장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문장에 나오는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대하여 알아 볼 필요가 있읍니다.

삼천대천세계라는 이 말에서 불교의 우주관을 보여주며, 여러 경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고, 또한 사찰을 지을 때도 이 불교의 기본 우주관을 기초로 건축한다고 합니다. 또한 티벳 만다라 중에서 동심원을 기초로 하는 만다라는 모두 이 불교의 삼천대천세계의 우주관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삼천대천세계>에 대한 해설은 다른 금강경 해설서 책에 기록된 것을 좀 베껴 왔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가운데에 수미산이 높히 서 있고, 그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심원으로 일곱개의 산맥과 여덟개의 바다가 둘러쌓여 있읍니다.

이 칠산팔해(七山八海)의 맨 가장자리 산이 철위산(鐵圍山)이고, 철위산으로 둘러싸인 여덟번째 마지막 바다에는 동서남북으로 4개의 커다란 대륙이 있는데, 이곳이 북구로주(北俱盧洲), 남섬부주(南蟾部洲), 동승신주(東勝身洲), 서우화주(西牛貨洲)라고 합니다.

수평적으로 볼 때는 이 네곳의 대륙의 지표면에 인간과 축생이 살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남쪽의 섬부주로 이곳이 가장 살기 어렵고 박복한 곳이라고 합니다.

한편 수직으로 보면 인간과 축생이 사는 그 아래쪽 철위산의 밑바닥에 지옥과 아귀의 세계가 차례로 있으며, 인간이 살고 있는 지표면 위로 올라가 수미산의 중턱에 사천왕천이 있읍니다.

사천왕천은 네개의 천상으로 이를 다스리는 네 명의 천왕이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 증장천왕(增長천왕),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천왕천에서 더 올라가 수미산(須彌山)의 정상에는 33천이라 불리우는 도리천(忉利天)이 있으며, 이곳의 천주(天主)가 제석천(帝釋天)이라고 합니다.

또한 천상계는 아니지만 공중에 아수라(阿修羅)가 있는데 이들은 항상 분노와 진심이 많아 인접해 있는 제석천의 천병(天兵)들에게 계속해서 싸움을 건다고 합니다. 항상 지면서도 업이 그러하기 때문에 늘 전쟁을 일삼아 아수라가 사는 곳은 늘 정신이 없고 전쟁터처럼 폐허가 되어 있읍니다.

그 다음이 야마천(夜魔天)이고, 그 위에 차례로 도솔천(卯率天), 낙변화천(樂變化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있는데, 이상의 여섯개의 천상을 욕계육천(欲界六天)이라고 합니다. 욕계란 식욕, 수면욕, 색욕과 같은 온갖 욕망을 뒤덮힌 세계를 말합니다.  이 욕게의 하늘이 이상과 같이 여섯가지라 욕계육천이라 하는 것이고, 그 아래에는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인간이 살고 있읍니다.  욕계육천 위로는 색계(色界)의 18천이 있고, 다시 그 위로 무색계(無色界)의 4천이 있읍니다. 

색계란 욕계에서와 같은 온갖 욕망들에서는 벗어 났지만, 아직 물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존재들이 사는 세계로 살아 있을 때 초선에서 사선까지 4가지 선정을 닦은 사람이 죽은 뒤에 태어나는 곳이며, 무색계란 욕망은 물론이고 물질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곳으로 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 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의 4무색선정을 닦은 자가 태어나는 세계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미산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지옥으로부터 시작해서 위로 28개의 천상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세계를 하나의 수미세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의 수미세계 1000개가 모인 것이 일 소천세계라 하며, 이 소천세계 1000개가 모인 것이 중천세계, 또 이 중천세계를 1000개가 모인 것이 바로 대천세계라고 합니다. 이 대천세계는 소천, 중천,대천이라는 세 종류의 하늘세계가 모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삼천대천세계라고 불립니다. 즉 삼천대천세계는 10억개의 수미세계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로 그야말로 무량수 무량광 한량없는 크기의 우주를 말하고 있습니다.

또 칠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도 수많은 경전에 등장하는 7가지 보물로서 아미타경에서는 금,은, 유리(다이아몬드), 파리(적백의 수정), 자거(백색의 산호), 적주(붉은 색 진주) 마노(짙은 녹색의 보옥), 기타 경전마다 조금씩 종류가 다른 귀한 보물들이 보여지고 있읍니다.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보배를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부처님은 이 무한한 삼천대천세계에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배인 칠보로 가득 채워 보시를 한다면 이 사람이 얻을 복덕이 얼마나 많겠는가를 물었읍니다.

그런데 위의 구라마즙본에는 누구한테 보시한다는 말이 생략되었는데, 산스크리트본이나 티벳본, 현장본에는 " 옳바르게 깨달은 여래, 아라한, 정등각"에게 보시한다고 되어 있읍니다. 

그러니깐, 수보리가 대답하기를  " 매우 많읍니다. 세존이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성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수보리가 "매우 많읍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그 이유를 "이 복덕은 복덕성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냐고 물어보신 것입니다."라고 아주 현명한 대답을 하였읍니다. 즉 수보리가 왜 " 많다"고 대답을 했느냐 하면, 원래는 "복덕성"이란 여래의 비이원적인 절대본체측면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여래가 "복덕이 많으냐?"고 물어 보셨으니깐 이는 이원화 측면에서 물어 본 것이므로, 주객이 있는 이원화 입장(세속적인 입장)에서 "아주 많다"고 대답을 했다고 말하고 있읍니다. 

 

여기서 <복덕성이 아니다(即非福德性)>에서 <복덕성>은 승의공(勝義空), 즉 비이원적인 절대공(絶大空)을 말하며, 그 뒤의 <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是故如來說福德多>의 <복덕>은 이원적인 세속적 차원에서 표현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속적인 측면에서는 "많다" "적다"라는 비교해서 말할 수 있지만, 비이원적인 절대공(絶大空)입장에서는 주,객(主,客또는 能所)이 없이 전체가 하나조차도 없는데, "많다""적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래가 절대본체입장에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고, 세속제(世俗際)의 차원에서 물어보신 것이기 때문에 자기도 "많다"고 세속제의 입장에서 대답한 것이라고, 수보리가 그 이유를 댑니다. 

왜? 부처님이 "복덕이 많냐?"고 물어보고, " 복덕이 많다"고 수보리가 세속제 입장에서 맞장구를 쳤을까요?

이 무한량의 진귀한 보배로 여래,아라한, 깨달은 도인들에게 보시를 한 것은 다만 물질적인 보시를 했기 때문에 세속적인 복덕으로 취급해서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본문인 구라마즙본과는 달리 산스크리트본이나 티벳본,현장본에서는 이 <복덕성>이라는 단어가 없고, 그냥<복덕> 또는 <복덕의 무더기>라고만 되어 있읍니다.

아마도 구라마즙본에서는 그냥<복덕>이라고 중복으로 쓰면 읽는 사람이 헷깔릴 것을 염려해서 두번째 복덕을 <복덕성>이라고 달리 표현해서 비이원적인 바탕의 것으로 알아보기 쉽게 배려하여 번역한 것 같읍니다.

 

앞으로 위의 문장과 비슷한 <A는 A가 아니다. 그러므로 A라고 부른다>라는 이상한 논리로 전개되는 문장이 금강경에서 계속 나오는데, 이것은 <상(相)을 상(相)이 아닌 것(절대공)으로 보되, 다시 상(相)이 아닌 것(空)에도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한 금강경의 특유한 수행방법을 가르쳐 주는 문장입니다.

이에 대하여 다음 회에 약간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이번 회에는 <삼천대천세계>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져서 본문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짧아졌네요.

 

                                                                  -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