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스님 법문] 열 가지 큰 원력(4)

2024. 12. 11. 21:54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배휴는 지위가 한 나라의 정승이 되었으니 함께 등이 붙어나온 그 동생을 생각하고 사방에 수소문해서 찾아도 동생의 행방은 묘연하였다.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하는지 내가 이렇게 정승 노릇을 하고 있으니 좀 도와주고 함께 잘 지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배휴가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는데 때마침 더운 여름이라, 뱃사공을 보니 웃옷을 벗어부치고 노를 젓는데 등을 살펴보니 자기 등과 같아서 동생이 아닌가 싶어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배탁이올시다."

"그럼 네가 내 동생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너는 내가 정승이 된 줄 몰랐느냐?"

"알기는 벌써 알았습니다."

"그럼 왜 찾아오지 않았느나?"

"아, 형님은 형님 복에 정승이 되어 잘 먹고 질지내지마는, 나는 형님 덕에 잘 지낼 것이 있습니까? 그래서 배를 하나 마련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건너게 해주고 있습니다. "

이렇게 대답하고는 형이 함께 가자고 해도 따라가지 않았다.

형님은 형님 복에 잘 살지만 이렇게 넓은 산과 물을 벗삼아 오가는 사람 만나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형님의 삼공지위(三公地位)보다 낫다고 여긴 것이다.

배휴는 전생에 많은 수행을 쌓고 나온 사람이고, 동생 배탁도 말하는 것을 보면 세상 영욕에 초월해서 부귀영화를 초개처럼 아는 참으로 고매하고 세상 사는 멋을 아는 사람이다.

정말 한 고비 넘긴 사람들이다.

 

<화엄경>의 <십지품>은 십지보살(十地菩薩)이 처음 큰 원력을 발해서 지은 마음을 청정케하는 법문이다.

십지보살이 대원을 발해서 이 마음을 얻는데,

첫째는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이니, 석가여래도 중생을 위해 나셨다.

둘째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마음이니, 부드럽게 착하고 화(化)해야 한다.

마음이 화하면 사회가 화하고 기운이 화하면 집안이 화하고 집안이 화하면 사회가 화하고

사회가 화하면 국가가 화하니, 화한 가운데 무엇이든 이룩된다.

셋째는 남을 공경하여 주는 마음이니, 남의 뜻을 따라 줄 것도 있고 안들어 줄 것도 있는데,

대강 들어 줄 만한 것은 들어주는 것이 좋다.

넷째는 적정심(寂靜心)이니, 내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일을 하고 바쁘게 설치고 해도,

마음은 고요하고 태연부동해서 고요하고 고요한 경지에 들어가야 한다.

다섯째는 조복심(調伏心)이니, 나쁜 마음이 생기든지 남을 속인다든지 하는 마음을 항복받고 꺽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는 적멸심(寂滅心)이니, 이것도 고요한 것이다.

일곱째는 겸화심(謙和心)이니, 겸손하고 하심(下心)하는 것이다. 벼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도가 높을수록 겸손하고, 사람도 훌륭할수록 하심이 되어야 한다.

여덟째는 윤택심(潤澤心)이니, 마음이 초조하고 속에서 불이 일게 하지 말고 윤택스럽게 해서 남까지 윤택하게 하여야 한다.

아홉째는 부동심(不動心)이니, 하늘에 별이 많지만 하늘 중심에 정반성(定盤星)이라는 별은 동하지 않는다. 내가 부동심(不動心)에 이르러야 남의 초조한 마음을 없애준다.

열째는 불탁심(不濁心)이니 물도 탁하면 밑이 안보인다. 물이 탁하지 않아야 물밑이 환하게 들여다 보인다. 처음 심지에 들어가는 보살들이 이러한 열 가지 큰 원력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가운데 바늘을 꿰고

귀 안에서 기운이 나온다.

暗裡穿針

耳中出氣

 

스님께서 손을 들어 그 기운이 바로 허공으로 올라가는 듯이 표시하시며

"이러한 기운이 나와, 이러한 기운이 나와" 하시며,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경봉스님 설법집 <니가 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