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선사] 행장(行壯)- 가신 이의 모습(7)

2024. 12. 25. 21:42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홍무 경술년 설날 아침, 원나라에서 사도 달예스님이 지공스님의 영골과 사리를 모시고 회암사에 왔다. 그 해 삼월, 스님은 지공스님의 영골에 절하고 서울에 있는 광명사로 가시어 그곳에서 여름 안거를 나셨다.

 

그 해 팔월 초사흗날, 스님은 대궐 안에 모신 법당에 들어가 재를 마치고 법좌에 올라 설법하셨다.

열이렛날 임금님은 가까운 신하인 안익상을 보내 스님이 가시는 길을 도우라고 시키시고 스님께 회암사에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셨다.

 

구월에는 공부선을 열고 오교양종의 스님들을 많이 모아 놓고 스님들의 공부를 시험했는데,

임금님은 스님께 이 법회의 주인이 되어 달라고 하셨다.

열여샛날 시험하는 자리를 열었다.

임금님은 여러 공신들과 모든 벼슬아치들을 거느리고 몸소 나와 보셨다.

선사, 강사 같은 큰스님들과, 시골에 뭍혀 공부하는 내로라 하는 스님들이 모두 모였다.

그때 국사 설산스님도 법회에 왔다.

스님은 국사와 인사하고, 함께 방장실로 들어가자 방석을 들고 설산국사를 향해

"화상!"하고 불렀다.

국사가 머뭇거리자 방석으로 국사의 머리를 때리고 바로 나와 버렸다.

사나당 안에 법좌를 며련했다.

스님은 향을 사른 뒤, 법좌에 올라 스님들에게 물어 보셨다.

법회에 모인 대중이 차례로 들어가서 스님과 마주 하였으나 모두 모른다고 했다.

어떤 이는 뜻으로는 알지만 삶 속에서는 깜깜했으며, 어떤 이는 너무 거칠어 선소리를 지껄이다가 불쑥 한 마디 내뱃고는 나가 버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임금님의 얼굴은 기쁜 빛이 아니었다.

끝으로 환암 혼수스님이 들어오자 스님은 삼구와 삼관을 차례로 물으셨다.

그런데 그에 앞서, 스님이 금경사라는 절에 계실 때 임금님이 좌가대사로 하여금 이렇게 묻게 하신 적이 있다.

"스님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한 사람을 시험하십니까? "

"먼저 입문 삼구를 묻고, 다음으로 공부 10절을 물으며, 끝으로 3관을 물으면 그 사람의 공부가 깊은지 얕은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이 다 모르기 때문에 10절과 3관은 묻지 않습니다. " 법회가 끝나자 임금님께서 천태종의 선사인 신조로 하여금 스님에게 10절목을 묻게 하니, 스님께서 글로 써서 보이셨다.

 

열여드랫날 임금님은 지신사(임금의 명령과 군사행정을 맡아보던 밀직사에 딸린 정3품 벼슬 이름) 염흥방을 보내 스님은 금강사로 모시게 하셨고, 또 대언(임금의 대변인격 비서) 김진을 보내 스님을 대궐로 맞아들여 공양을 올리신 뒤 안장 세운 말을 드렸다.

또 내시 안익상을 보내 스님을 회암사까지 모시고 가게 하셨다.

스님은 회암사에 다다르시자 말을 돌려 보내셨다.

 

신해년 팔월 스무엿새날, 임금님은 공부상서(고려때 공조판서) 장자운을 보내 교서와 도장을 주시고, 또 금란가사와 옷과 발우를 드리고 스님을 '왕사 대조계종사 선교도총섭 근수본지 중흥조풍 복국우세 보제존자'로 삼으셨다. 이날 임금님의 어머니도 스님을 동방제일도량 송광사에 계시도록 했는데, 내시 이사위를 보내 스님이 가시는 길에 살펴드리게 하셨다.

스님은 스므여드렛날 회암사를 떠나 구월 스므이렛날 송광사에 다다르셨다.

 

임자년 가을, 스님은 문득 "산이 셋 있고 강물이 두 줄기 흐르는 곳에 머물라"하신 지공스님의 말씀을 생각해 내고는 임금님께 회암사로 옮겨가고 싶다고 하셨다.

임금님은 또 이사위를 보내 스님을 회암사로 맞아오셨다.

구월스무여셋날, 스님은 지공스님의 영골인 사리를 모셔다 회암사 북쪽 산봉우리 아래 탑을 세우셨다. 계축년 정월에는 서운, 길상 같은 산에 노니사면서 그 산에 부처님 가르침을 다시 일으키시고 팔월에는 송광사로 돌아 오셨다.

 

                                                                                                                       -무비 역주 <나옹선사 어록>-

 

 

                                                       양주 회암사지 지공선사 부도탐 및 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