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 22:29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이 심성을 깨달으면 일반적으로 모든 부처와 평등하고,
이 심성을 미혹하면 만겁에 생사를 윤회하나니,
삼세 보살이 한 가지로 증득함이 이 마음을 증득함이요,
일대 장교(一大藏敎)에 나타냄이 이 마음을 나타냄이요,
일체 인생의 미혹함이 이 마음을 미혹함이요,
일체 수행인의 깨달음이 이 마음을 깨달음이요,
일체 모든 조사들이 서로 전함이 이 마음을 전함이요,
천하 납승의 참방함이 이 마음을 참방함이니,
이 마음을 통달한즉 온갖 것이 모두 옳고 만물에 온전히 드러남이요,
이 마음을 미혹한즉 가는 곳마다 뒤집히며 생각마다 어리석고 미치나니,
이 본체(本體)는 일체 인생의 본래 있는 깨달음의 성품이며
진소국토(塵少國土)의 발생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이 도를 가히 배우지 못하나니 마음을 가져 도를 배우려 하면 도리어 미혹하리니,
배울 수가 없는 고로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이 없는 고로 닦을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는 고로 증득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없다는 말을 듣고 없다는 견해를 고집하면 또한 공견단견(空見斷見)에 떨어지고,
견문각지(見聞覺知)를 인착(認着)하여 소득심(所得心)이 있다고 집착하면 공견상견(空見常見)에 떨어지나니, 그러므로 육조대사가 이르시되,
"허망함이 따로 처소가 없고 어디든지 집착하는 곳이 곧 허망됨이라." 하셨다.
그런즉 인생의 무시겁래의 습성과 망령된 집착이 견고하여 빼버리기 어러움은 수미산과 같고
솟아 올라 멈추지 아니함은 큰 바다의 풍랑과도 같아서 도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으로
말하자면 푸른 하늘에 올라가기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한 생각의 기미를 돌이키면 대지광명(大智光明)이 사람마다 본래 스스로 구족하여 석가모니와 더불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아서 상근기의 큰 지혜는 한 번 들으면 천 번 깨달아서 대총지(大總持)를 얻나니, 얻고나서는 고단하면 잠이나 자는 것만큼 쉽다.
예로부터 상근기들의 깨달은 기연(機緣)이 전기에 실려 있어 일일이 듣기 어려우나 그 가운데 한 두가지 들어 말해보자.
석공선사는 본래 사냥꾼인데 노루를 좇아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묻되,
"나의 사슴 지나가는 것을 보셨습니까?"
하자 이에 마조가 묻되,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이 올시다."
"그대는 활을 쏠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씩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
"피차가 서로 생명을 가졌거늘 어찌하여 잔인하게도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자기를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기를 쏘라 하시지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마조가 다시 말하되,
"이 사람의 여러 겁(劫)에 쌓인 무명이 오늘에야 횔짝 벗겨지는구나."
하니 석공이 활을 껶어 버리고 시자(侍者)가 되었다.
- 한암선사 법문집 <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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