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8. 22:33ㆍ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7. 팔정도
(5) 바른 정진
인간의 마음은 지(知), 정(情), 의(意)라는 세가지 정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수행은 이 지, 정, 의, 3요소를 다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견(正見), 정사(正思) 등을 통해 지적인 업을 다스리고,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등을 통해 의지적인 업을,
선정행(禪定行)을 통해 감성적인 업을 다스리게 된다.
감성적 번뇌는 잠재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다.
이들 감성의 결과가 마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대상에 대한 탐착과 분노가 생겨난다.
싫어하는 감정에 충실하면 기가 빠져 무기력해지고(혼침), 좋아하는 감정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掉擧), 혼란에 빠지게 된다(疑).
이 다섯 가지 감정의 번뇌(五障碍)를 다스리는 것을 선정행(禪定行)이라고 하고,
이것이 정정진(正精進)의 시작이다.
인간의 의식 또는 기억 속에 있는 탐욕과 분노를 정화하는 것이 바로 정정진이다.
정정진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마음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좋아하고 싫어함에 물들지 않도록 감각기관을 제어하고 다스리는 일이다. 이를 율의근(律儀勤)이라 한다.
좋아하고 싫어함은 모두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 감정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싫어하는 마음이 괴로움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일단 싫은 생각은 싫은 감정을 일으키게 하고, 싫은 감정은 표현해도 괴롭고 억눌러도 괴롭기 때문이다. 표출된 싫은 감정은 자신과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억누른 감정은 은밀한 방법으로, 또는 부도덕하게 표출 된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이 싫어하는 마음보다 더 큰 고통이 될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간과한다.
한번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를 타는 것과 같다.
좋은 것은 갖고 싶고, 갖지 못하면 괴롭다.
만일 갖게 되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대상을 더 집착하게 되고,
집착할수록 그 대상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더욱 더 무서운 것은 좋아하는 느낌을 위해 평생 종노릇하며 충족시켜 준다 해도 느낌 자체는 만족을 모르고, 계속해서 더 큰 욕망을 불러읽으킨다는 점이다.
싫어하는 감정은 싫어하는 환경을 끌어당긴다.
일반적으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이기심이 많은 사람을 싫어하고, 검소한 사람은 낭비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자유분방한 사람은 강요 받는 것을 싫어하고,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못생긴 것을 싫어한다. 문제는 이 싫어하는 감정들이 그 대상을 끌어당긴다는 점이다.
감정은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가졌으나 눈이 없다.
좋건 싫건 감정이 한번 생겨나면 그 대상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이다.
이것이 싫어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싫어하는 상황이 늘 발생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마음의 법칙이고, 이것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이다.
시비를 고집하는 한, 좋지 않은 상황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사람의 모든 생각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느낌(受)과 연관되어 있다.
육근(六根)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는 자연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이고, 나에게 이로운 것은 좋아하고 해로운 것은 싫어하게 된다(想). 좋다고 생각하면 가까이 하고 싶은 욕망이, 싫다고 생각하면 멀리하고 싶은 욕망 혹은 의도가 일어난다(行).
그 욕망과 의도들이 업이고 나의 현실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 안에 잔재된 심리적 업을 정화하기 전에 감각기관부터 단속하여, 감각기관에 내재된 업 정보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미 생겨난 감정의 번뇌들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단근(斷勤)이라 한다.
업을 다스려서 해탈을 성취하는 것은 천년 묵은 우물을 청소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천년 묵은 우물을 청소하려면 일단 더러운 오염물이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붕을 세워서 차단한 후(律儀勤) 우물 안으로 들어가서 더러운 것을 닦아내야 한다. 이처럼 마음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서 다섯 가지 마음의 번뇌를 다스리는 것을 단근이라 한다.
셋째, 이들 불선법은 정념을 위시한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 요소, 즉 칠각지(七覺支)라는 선법을 증장시킴으로써 다스릴 수가 있다. 이를 수근(修勤)이라 한다.칠각지란 념각지(念覺支, 택법각지(擇法覺支), 정진각지(精進覺支), 희각지(喜覺支), 경안각지(輕安覺支), 삼매각지(三昧覺支), 평등각지(平等覺支)를 말한다
넷째, 그러한 연후에 다시 마음이 오염에 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정관(不淨觀)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수호근(守護勤)이라 한다.
- 등현스님 지음 <불교를 _ _ _ 꿰뚫다> -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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