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여기'에 있을 뿐이다.

2023. 4. 21. 22:29성인들 가르침/니사르가다타 마하리지

 

어느 날 아침, 마하리지는 다락방에 올라가서 자리에 채 앉지도 않고 말을 꺼냈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지만 이들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마하리지가 문지방을 막 나아가려고 할 때, 문지방 근처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자기 친구가 일을 제 때에 하지 않는다고 투덜됐던 것이었다. 그래서 마하리지는 시간에 대헤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의 시간이라는 관념은 아마 이런 것이겠죠.

즉 "나는 옛날에 태어났고, 지금 (엄격히 말하자면 '지금'은 결코 멈추어 있지 않으므로 '지금'을 말할 수 없지만) 여기 있고, 아직 모르는 미래를 향해 늙어간다." 는 식일 겁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보겠습니까?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현재가 되었다가 과거로 되는 과정에서만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것을 여러분의 삶 속에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

 

그러면 시간과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간이 우리와 관계지어지는 것은 시간이 측정되는 간격, 즉 지속을 의미할 때입니다.

지속이라는 것은 일시적이라는 말입니다.

일정기간 나타났다가는 사라진다는 말이지요.

이 지속이라는 개념은 모든 현상들이 존재하는 데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인 것처럼 보이는 것, 즉 당신이라고 생각하도록 조건 지어진 그 당신은 일시적인 것일 따름입니다. "

그러나 의식 너머의 실체로서의 당신 "본체" 모습은 영원 그 자체 입니다.

"과거"는 단지 기억일 뿐이고, "미래"는 바램일 뿐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아시겠습니까?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말을 했는지 아십니까?

사실 내가 말해 드린 것은 "여러분이 바로 시간이다." 라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분이란 지속, 즉 시간이고,

본래의 여러분의 정체는 시간을 넘어선 영원입니다.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이 단지 생각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현상 중의 한 객체로서 당신은 어렸다가 늙고 태어났다가 죽고 지어졌다가는 소멸되는

시긴의 흐름 속의 일시적 존재가 아닙니까?

여러분 스스로 개념지어 만들어 놓은 여러분이란 항상 변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고 있을 때도 깨어날 때를 향해 움직이는 겁니다.

왜냐하면 움직임의 필수 요소인 의식이 여러분을 가만히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끝없는 움직임이 바로 카르마, 업입니다.

이것은 육신을 자신이라고 생각하여,

일견 자신의 행동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겉보기만의 행동은 시,공간에 펼쳐져서 현상으로 인식되고 그리하여 사건이 됩니다.

 

이 모든 현상세계는 당신의 수만가지 모습입니다.

이 세상은 이러한 당신의 수만가지 모습들의 움직임, 사건 전체입니다.

그리고, "태어났다"는 말은 반드시 시간과 연관지어서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공간과 붙어다니는 지속이라는 개념이 없다면 시현되어 그것을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간의 지속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며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한 객체가 되어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모든 것에는 상대적인 대상이 있습니다.

개념적 존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빛과 어둠, 앎과 모름, 선과 악 등과 같은 짝들은 영원히 분리되어 있는데,

이들이 상호 부정 속에서 포개지게 되면 합일되어 분리되지 않습니다.

또 현상 속의 상대적 개념인 시간과 영원이라는 것도 전체와 관계있는 것들의 공동 부정 속에서 합일되게 됩니다. 이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결합이야말로 참된 통찰입니다.

이런 통찰을 잃어버린다거나 균형을 잃는다면 마야(幻)의 나락에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마하리지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우리가 영원한 절대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있자,

그것은 관념적이고 피상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우리의 본래 모습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나는 "지금 여기" 있는 것 뿐입니다.

"여기"에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지금" 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말하고 듣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즉각 깨닫는 것입니다.

 

-라메쉬 발세카 지음, 이명규 번역 <담배가계의 성자>-

 

                                  2023.4.21. 관악산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