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나온 것은 모두가 거짓이다.

2022. 5. 20. 10:03성인들 가르침/니사르가다타 마하리지

켈가타에서 온 방문객이 마하리지의 질문을 받고 자신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자신은 진아에 대해 지난 수년간 관심을 가져왔으며, 북인도의 거의 모든 유명한 성자들과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성자들까지 모두 만났다고 하였다. (이 말이 통역되자 마하리지는 빙긋이 웃었다) 

또한 그는 여러 학자들로부터 우파니샤드, 기타 등 주요 경전들을 영어와 벵갈어로 배웠다는 것을 덧붙였다. 

그는 산스크리트어에 통달했으며 거의 모든 전통문헌을 원전 그대로 공부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스승의 은총일 뿐이며, 

마침 <아이 엠 뎃(I am that)이라는 책을 읽고 난 후 깊은 감명을 받고 

마하리지 선생님을 자신의 마지막 스승으로 선택했노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하리지의 은총을 받기 전에는 결코 봄베이를 떠나지 않겠노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상 그가 봄베이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며칠 밖에는 안되었다. 

언젠가는 켈가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라 스승의 은총은 그 사이에 내려져야 했다. 

 

마하리지 : 당신에게 몇 가지 묻겠소.

 

방문자 : 예, 선생님, (그는 마치 구술시험을 치루는 자심만만한 응시자처럼 가슴을 쭉 펴고 대답했다)

 

마하리지 : 당신은 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성자들을 만났소. 그러니 당신은 나름대로 진리를 발견했을 것이오. 당신이 아는 데까지 경험한대로 나에게 말해 보겠소? 

 

방문자 : 선생님, 저는 단지 구원을 찾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제게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이렇게 찾아 온 것입니다. 

 

마하리지 : 당신은 여기서 많은 날을 보냈소. 그러니 많은 은총을 받았을 것이오. 그런데 그 이전에 생각해 볼 것이 있소. 과연 구원이나 자유 혹은 해탈 같은 것을 꼭 얻을 필요가 있겠소? 내 질문에 대답해 주시오. 구원이나 해탈을 말하기 이전에 당신 스스로의 진리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소?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소? 당분간 스승이나 신에 대해서는 잊도록 합시다. 

 

방문자 : 그것은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스승의 은총일 뿐입니다. 이것 없이는 제게 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하리지 : 그러나 말이오. 과연 닫힌 문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소? 그 문을 통해서 어디로 들어 간다는 얘기요? 당신은 스승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했소. 그러나 당신도 알다싶이 내가 말한 이런 기본적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오. 그러므로 다시 묻겠소.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찾을 수 있겠소? 스승의 은총을 바라는 바로 그 당신의 실체 말이오. 

 

방문자 : 선생님은 저를 매우 혼란스럽게 하시는군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나는 모른다"일 뿐입니다. 

 

마하리지 : 음 ! 우리는 무언지 결론에 도달한 것 같소. "나는 모른다"는 말처럼 진실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소. 

사실이지 이것만이 진리이며 다른 것은 모두 거짓이요. 

 

방문자 : 선생님께서 저를 놀리시는가요? 그러나 선생님의 표정으로 짐작되는 바로는 놀리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 - .

 

마하리지 :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시오. 당신은 많은 책을 읽었으니 내가 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내가 하는 말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당분간 당신의 지식을 모두 잊도록 합시다. 

텅 빈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시오. 흐리멍텅해서는 안되고 아주 예리해야 하오.

우리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상태 즉 "실존"이오. 

그 상태에서는 우리의 존재조차 모른다오. 그러다가 "내가 존재한다(I am)"는 생각 또는 앎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데, "내가 존재한다"는 이 생각이 이원성을 만들어 내는 시발점이 된다오. 

주관과 객관, 좋음과 나쁨, 그리고 끝도 없는 상호 반대되는 것들. 

어떤 것이든 "내가 존재한다"는 개념이전의 것은 진실이며,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나온 것은 거짓이오. 

기본적인 이 사실을 이해하도록 하시오.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 즉 존재의 느낌은 마야, 프라크리티, 이스와라 등등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그 말들은 모두 환상이요 무지라는 이야기인 것이오. 

세상을 창조하고 수많은 형태의 생명체로 하여금 세상에 살게 하는 것을 프라크리티 (개념상의 푸루샤와 함께 작용하여 부와 모의 원리를 구성함)라고 하오. 그리고 의식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특별한 형태를 지닌 존재라고 잘못 믿게끔 작용하는 것이 마야라고 하오. 그렇게 해서 의식은 자신에게 어떤 특별한 형태가 있다고 착각하고 자신의 본성을 잊어버리게 됨으로써 가능한 것이오. 자, 좀 이해됩니까? 질문 있어요? 

 

방문자 : 잘 따라 듣고 있습니다. 질문은 없습니다. 

 

마하리지 : 좋아요. 지금까지 당신은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란 본시 없음을 알았소. 

당신의 진정한 모습은 "나"라는 느낌 이전(以前)이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당신의 몸이란 진정한 본질에 있어서는 병과 같은 것이오.혹은 잠시 동안의 착각이라고 할까, 그 육체가 죽은 후에는 땅에 묻힐 것이며 처음 만들어 졌을 때 동원되었던 다섯 가지 원소로 되돌아 갈 것이오. 

숨은 멈출 것이고 외부의 공기와 하나가 될 것이오. 

또한 의식은 육체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세 가지 구나를 넘어설 것이오. 

말하자면 이 모든 과정은 필경에는 지복으로 끝나는 것이오. 

자, 그러면 이제 당신의 문제로 되돌아가 봅시다. 

자유와 해탈을 위해서 스승의 은총을 바란다는 그 자는 도데체 누구요? 누가 있길래?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말이요? 

 

방문자 : 오! 마하리지 선생님, 선생님께서 제 문제를 180도 전환시키셨군요. 지난 40년 간의 제 모든 노력을 공(空)으로 돌려버리셨고, 제 존재마저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제가 더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저 뿐만 아니라 스승까지도 제 마음에서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입니다.

 

마하리지 : 아직 다는 아니오. 그것이 그리 나쁜 대답은 아니지만 더 들어 보시오. 

문제는, 당신이 당신을 개별적 존재로 보는 데 있소. 

또한 스승까지도 개별적 존재로 생각하여 성자라고 구분 짓고 있소.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 모든 사람은 다 같다오. 

이것을 바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소.

스승은 자신이 영원한 실재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오. 

그는 모든 존재들을 자기 자신과 같이 보며, 

결코 개별적 존재나 형태로 보는 법이 없다오. 

진리가 본시 그러하기 때문이오. 모든 존재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닌 것이오. 

또 하나의 실수는 수행자가 무언가를 이해하려 하고 배우려 한다는 데 있소. 

그러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소? 

한낮 부질없는 관념적 존재가 어떻게 다른 것을 이해할 수 있겠소? 

진정한 이해란 뭔가를 구하려 하고 이해하려 하는 그 수행자 자체가 사라지게 됨으로써 가능한 것이오. 

이렇게 하여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스승의 은총은 언제나 빛나는 태양과도 같이 함께 하는 것이오. 

의식과 하나가 되서 말이오. 육체를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는 버릇이 빨리 사라질수록 스승의 은총은 구도자의 의식에 더 환하게 피어난다오. 그리고 그때에 스승이란 내부에 있는 의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제자의 헌신과 사랑에 즐거워하며 참스승으로 행동하며 필요한 모든 것을 펼쳐 보이는 것 역시 의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오. 

그러나 당신이 계속해서 자신을 개별적 존재로 믿고 스승은 또 다른 개별체로 믿으면서, 스승이 어떤 과제를 내주기도 하며 어떤 형태의 상을 주기를 기대한다면, 즉 자유와 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당신은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이오. 그런 모든 견해는 잘못된 것이오. 

스승의 은총은 언제나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당신에게 흘러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방문자는 아무 말없이 마하리지의 말을 다 들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방문자 : 마하리지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의 눈을 뜨게 해주셨습니다. 그 동안 제가 생각해 온 수행이나 그에 관한 지식들, 또 견해들이 모두 허망한 것임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어떻게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마하리지의 발 아래 엎드렸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떠났다.  

 

                                        -라메쉬 발세카 지음, 이명규 역<담배가계의 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