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릉록] 무연자비(無緣慈悲)

問, 諸佛如何行大慈悲, 爲衆生說法,

문, 제불여하행대자비, 위중생설법,

배휴가 여쭈길,

모든 부처님은 어떻게 대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십니까?

 

師云, 佛慈悲者無緣, 故名大慈悲,

사운, 불자비자무연, 고명대자비,

선사께서 이르시길,

부처님의 자비는 인연이 없는 것이기에

대자비라 한다. 

 

慈者不見有佛可成, 悲者不見有衆生可度,

자자불견유불가성, 비자불견유중생가도

자(慈)란 이룰 부처가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고,

비(悲)란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다. 

 

其所說法無說無示, 其聽法者無聞無得, 譬如幻士爲幻人說法

기소설법무설무시, 기청법자무문무득, 비여환사위환인설법

그 설하시는 법은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으며,

그 법을 듣는 자는 들음도 없고 얻음도 없다.

이것은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만들어 놓은 인간에게 설법하는 것과 같다. 

 

這個法, 若爲道我從善知識言下領得會也悟也

저개법, 약위도아종선지식언하령득회야오야

이러한 법을 어떻게,

'내가 선지식의 말끝에서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깨달았다'고 

하겠는가? 

 

這個慈悲, 若爲汝起心動念學得他,

저개자비, 약위여기심동념학득타,

이러한 자비를 

그대가 어떻게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서 

배워 얻을 수 있겠는가? 

 

見解不是自悟本心, 究竟無益,

견해불시자오본심, 구경무익,

견해란 스스로 본심을 깨달은 것이 아니니

마침내 아무런 이익도 없다. 

 

                          -황벽선사 <완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