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스님의 경책(18)

2021. 3. 3. 21:24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ㅇ. 

"본래 지극한 불법의 도리는 쟁론으로 높히 선양하는 것이 아니다. 

큰소리로 외도를 꺾는 것도 아니다.

불조가 면면히 서로 이어오는 것조차 무슨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설혹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있다 하더라도

삼승(三乘)과 오성(五性)의 구별은 인간계와 천상계의 중생들을 

인과의 도리 등을 통해 선업을 행하도록 하기 위한 교화의 방편일 뿐이다. 

그러나 원돈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으니,

선재 동자도 오십삼 선지식에게 다 법을 구하러 다닌 것은 아니다."

 

"큰스님들이여!

마음 잘못 쓰지 마라.

마치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머므르게 하지 않는 것과 같이 하라.

그렇게 죽은 시체같은 분별 마음을 한 짐 잔뜩 짊어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니 스스로 진정한 견해에 장애를 일으켜 마음을 막는 것이다. 

해가 떠 있는 하늘에 구름 한점 없으니 그 빛이 하늘을 널리 두루 비추고

눈에 병이 없으니 허공 속의 꽃을 볼 일이 없다. "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그대들이 법답게 되려면 의심을 내지 말지어다.

펼치면 온 법계를 싸고도 남는다. 

거두면 실오라기 끝도 세울 데가 없다.

또렷또렷하고 호젓히 밝아 일찍이 조금도 모자란 적이 없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으니 이 무엇인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는다'하였다.

그대들은 다만 자기 스스로를 보아라. 그 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끝이 없다. 

각자가 힘껏 노력하여라. 편히 쉬어라. "

 

                                        -임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