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편지, 새벽눈길,눈발
2019. 2. 19. 20:14ㆍ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편지-
누나 !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
- 새벽 눈길 -
그대 새벽 눈길을 걸어
인생의 밖으로 걸어가라.
눈사람도 없이 눈 내리는 나라에서
홀로 울며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그대 눈 내리는 인생의 눈길 밖을 걸어가라.
기다림처럼 아름다움이 없다는
인간의 말을 기억하며
눈 내리는 인생의 눈길 밖에서
그대 눈 속에 한 인간의 일생을 머물게 하라.
눈 덮힌 무덤가에 엎드려 흐느끼는
인간의 울음소리를 따라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나라의 눈길을 걸어
끝없이 새벽 눈길을 걸어
그대 눈 내리는 인생의 눈길 밖을 걸어가라.
-눈발-
눈발이 날린다.
이민 가는 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발이 날린다.
이제는 이별의 슬픔도 저물어
눈물을 흘리며 구태여
손을 흔들지 않아도 좋으니
어머니 밤새워 켜놓았던 등불을 들고
떠나가라 떠나가라 눈발이 날린다.
이민 가는 자의 어깨 위에
이민 가는 아이의 돌아보는 가슴 속에
눈꽃을 피우며 새벽이 지나도록
이민 가는 자의 이름을 부르며
제각기 붐비다가 제각기 흩어진다.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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