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심(平等心)이란?

2018. 10. 1. 10:00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번뇌(煩惱)를 중생(衆生)이라 하고, 깨달음(悟解)을 부처(菩提)라고 말하지만

중생과 부처는 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다른 것이라 말할 수도 없으니

거기에는 오직 어리석음과 깨달음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어리석을 때는 벗어나야 할 세간(世間)이 있지만

깨달았을 때는 벗어나야 할 세간도 없게 되는 것이니,

평등한 법(平等法) 가운데서는 범부를 성인과 전혀 다른 존재라고 보지 않는다.

경에 "평등법은 범부가 들어 갈 수 없고 성인도 행할 수 없다" 했으니,

평등법에는 오직 대보살(大菩薩)과 부처의 행위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

삶을 죽음과 다르다고 보고 시끄러움을 고요함과 다르다고 본다면 그게 바로 불평등(不平等)이니,

번뇌를 열반과 다르다고 보지 않아야 평등이라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번뇌와 열반이 실체가 없이 텅 비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소승인(小乘人)은 공연히 번뇌를 끊고 열반에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열반에 막히고 말지만,

보살은 번뇌라는 것도 본질적으로 텅 빈 것이라는 것을 알아,

번뇌가 텅 빈 것이란 생각마저 하지 않으므로 항상 열반(涅槃)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열반(涅槃)이라고 할 때의 열(涅)은 삶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열반이라고 할 때의 반(槃)은 죽음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삶과 죽음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이 완벽한 열반(般涅槃)이고,

마음의 오고 감이 없는 것이 열반에 들어감(入涅槃)이니,

열반이란 바로 텅 빈 마음(空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가 열반에 들어 간다는 것은 망상이 없는 경지(無妄想處)를 말하며,

보살이 도량(道場)에 들어 간다는 것은 번뇌가 없는 경지(無煩惱處)를 말하며,

텅 비고 한가로운 곳(空閑處)이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게 된 것을 말한다.

탐욕(貪)은 욕계(欲界)를 말하고,

성냄(嗔)은 색계(色界)를 뜻하며,

어리석음(痴)는 무색계(無色界)를 상징하므로,

한 생각 마음을 일으키면 곧 삼계(三界)에 들어 가는 것이 되고,

한 생각 마음이 없어지면 삼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니,

삼계가 생기고 없어지는 것과 온갖 생각의 있고 없음(萬法有無)이 모두 다 마음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마음이란 말도 임시로 붙혀진 이름(假名)에 불과한 것이라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 자기의 고요한 마음(自寂之心)이란 것도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범부는 마음이란 생각을 일으키기만 하여 마음이 있다고 말하고,

소승은 마음이란 생각을 없애려고만 하여 없다고 말하지만,

보살이나 부처는 마음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없애려고도 하지 않아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있다고 하지도 않고 없다고 하지도 않는 마음을 '중도(中道)'라고 말한다.

                                            -성열 역주 <悟性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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