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참 좋은 저녁이야,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하는가.
2018. 8. 27. 22:27ㆍ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참 좋은 저녁이야 -
유서를 쓰기 딱 좋은 저녁이야
밤새워 쓴 유서를 조잘조잘 읽다가
꼬깃꼬깃 구겨서
탱자나무 울타리에 픽 픽 던져버리고
또 하루를 그을리는 굴뚝새처럼
제가 쓴 유서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왜가리처럼
길고도 지루한 유서를
담장 위로 높이 걸어놓고 갸웃거리는 기린처럼
평생 유서만 쓰다 죽는 자벌레처럼
백일장에서 아이들이 쓴 유서를 심사하고
참 잘 썼어요, 당장 죽어도 좋겠어요
상을 주고 돌아오는 저녁이야
-김남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
-신동엽-
'성인들 가르침 > 향기로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9월의 시, 사랑 (0) | 2018.09.11 |
---|---|
[詩] 멀리서 빈다, 유리창 (0) | 2018.09.03 |
[詩] 나의 거처 (0) | 2018.08.27 |
[詩] 약해 지지 마, 일일초 (0) | 2018.08.21 |
[詩] 저녁 무렵, 모과 (0) | 2018.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