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멀리서 빈다, 유리창

2018. 9. 3. 09:38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유리창


이제

떠나갈 것은 떠나게 하고

남을 것은 남게 하자


혼자서 맞이하는 저녁과

혼자서 바라보는 들판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 그렇다

할 수 만 있다면

나뭇잎 떨어진 빈 나뭇가지에

까마귀 한 마리라도 불러

가슴 속에 기르자


이제

지나온 그림자를 지우지 못해 안달하지도 않고

다가올 날의 해 짫음을 아쉬워하지도 말자.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