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지는 얻을 수 없다.

2010. 8. 31. 20:31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완릉록]

 

22. 양의 뿔.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 '임금님의 창고 안에 이런 칼이 전혀 없다'고 하셨는데,

바라옵건대 그 뜻을 가르쳐 주십시오."

 

"임금님의 창고란 바로 허공의 성품(虛空性)이니라.

그것은 시방의 허공세계를 받아드려 모두가 다 너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

또 다른 말로는 임금님의 창고를 허공장보살이라고도 일컫는다.

네가 만약 그것에 대해 있고 없음과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음을 말한다면,

모두가 양의 뿔(본래 없는 것을 찾는다는 비유)이 되느니라.

양의 뿔이란 바로 네가 구하여 찾는 것이니라."

 

배상공이 물었다.

"임금님의 창고 속에는 진짜 칼이 있읍니까?"

 

"그것도 역시 양의 뿔이니라."

 

"임금님의 창고 속에 애초부터 진짜 칼이 없다면,

왕자가 그 창고에서 진짜 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나간 것이거늘,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칼을 가지고 나갔다는 것은 여래의 심부름꾼에 비유한 것이다.

네가 만약 임금님의 창고 속에서 왕자가 진짜 칼을 가지고 나갔다고 말한다면,

창고 안에 있던 허공도 함께 따라 갔을 것이니라.

그러나 본원의 허공성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말이겠느냐?

설령 네가 가졌다 하드라도 그것은 모두 양의 뿔이니라."

 

23. 여래의 심부름꾼.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가섭존자는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받았으니, 말을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렇다"

 

"만약 말 전한 사람이라면 양의 뿔을 여의지 못한 사람이겠군요?"

 

"가섭존자는 스스로 본래 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양의 뿔이 아니니라,

만약 여래의 마음을 깨달으면 곧 여래의 뜻을 알게 되며,

여래의 겉 모습을 보는 사람은 곧 여래의 심부름꾼에 속하는 자로서 말 전하는 사람이 되느니라.

아난존자가 20여년 동안 부처님의 시자로 있으면서도 다만 여래의 겉 모양만 보았기 때문에, 부처님으로부터 '세간을 구제하는 것을 보는 자는 양의 뿔을 벗어나지 못하니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24. 무분별지는 얻을 수 없다.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문수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칼을 든 것은 어찌 된 까닭입니까?"

 

"500명의 보살들이 전생을 아는 지혜를 얻어서 지난 과거 생의 업장을 볼 수 있었다.

500이란 너의 오음으로 된 몸이니라.

이 숙명을 보는 장애때문에 부처가 되기를 구하고, 보살, 열반을 구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문수보살이 지혜로서 헤아리는 칼을 가지고

부처를 봄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베어 버렸다.

그래서 '아주 잘 베어 버렸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칼입니까?"

 

"헤아리는 마음이 칼이다."

 

"헤아리는 마음이 이미 칼이라고 한다면

부처를 봄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베어 버린 것인데,

그렇다면 능히 베는 그 마음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읍니까?"

 

"너의 분별이 없는 지혜로써 보는 것이 있다고 분별하는 마음을 베느니라."

 

"부처를 봄이 있다느니 혹은 부처를 구함이 있다느니 하는 마음을 내는 경우에는

분별이 없는 지혜의 칼로서 베는 것이지만,

그 지혜의 칼이 있는 것은 어찌해야 합니까?"

 

"분별없는 지혜로서 있다는 견해(有見)와 없다는 견해(無見)를 베어 버리면,

분별없는 지혜도 또한 얻을 수 없느니라."

 

"지혜로서 지혜를 자르지 말며, 칼로서 칼을 자르지 마소서."

 

"칼이 스스로 칼을 베어서 칼과 칼이 서로 베어지면, 칼 또한 얻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혜가 스스로 지혜를 베어서,

지혜와 지혜가 서로 베어지면 지혜 또한 얻을 수 없는 것이니,

어미와 자식이 함께 죽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황벽선사의 완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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