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5)

2024. 8. 2. 21:51성인들 가르침/불교경전

 

ㅇ.세계의 구조

 

[본문]

밀린다왕 : 당신들은 이 세계는 물 위에 떠 있고, 물은 바람 위에, 바람은 허공에 떠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 : (나가세나가 기압에 의해 유지되는 여과기의 물을 보여주자 왕은 수긍한다.

[해설]

(밀린다팡하) 한문본인 <나선비구경>에서 이 부분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번역되어 있는데,

이스 데이비드의 영문판을 보아도 물리적 사고가 부족해서인지 이해가 잘 안되고, 따라서 이 문답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

 

ㅇ, 마음의 청정

 

[본문]

밀린다왕 : 스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우는 사람도 있고, 진리에 헌신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중 누구에게 눈물이 약이 됩니까?

나가세나 : 전자의 눈물은 삼독(三毒: 탐욕, 증오 미망)에 의해 더럽혀져 있고, 불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눈물은 맑고 청량합니다. 고요하고 청량함 속에는 치유가 있지만, 번뇌와 뜨거움 속에는 치유가 없습니다.

[해설]

부모의 죽음에 대하여 흘리는 눈물에 대해 너무 야박하고 비인간적인 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출세간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에 불교가 전파된 이래 현실 중심의 동아시아문화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ㅇ. 마음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본문]

밀린다왕 : 스님께서는 오래전의 일을 어떻게 회상하실 수 있습니까?

나가세나 : 나의 기억(sati, 念)에 의존합니다.

밀린다왕 : 회상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닙니까?

나가세나 : 대왕께서는 과거에 했던 일을 잊어버린 적이 있습니까?

밀린다왕 : 그렇습니다.

나가세나 : 그때는 마음이 없어습니까?

밀린다왕 :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기억이 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나가세나 : 그런데 왜 대왕께서는 회상하는 것이 마음이라고 하십니까?

[해설]

아비담마에서 마음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만 불변의 실체는 아니다. 앞의 마음이 극히 짧은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뒤의 마음이 나타나면서 '폭포와 같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대화를 보면 마음은 허공처럼 비어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 하여간 늘 존재하는 무엇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억(sati)도 마음이 기능하는 방식 중의 하나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ㅇ. 기억의 발생(1)

 

[분문]

밀린다왕 : 기억은 주관적으로 생겨납니까, 아니면 외부 조건에 의해 촉발됩니까?

나가세나 : 양쪽이 모두 작용합니따.

밀린다왕 : 모든 기억은 본래 주관적이지 않습니까?

나가세나 : 만약 기억이 외부로부터 조성되지 않는다면 기술자나 학자들에게 훈련이나 학습이 필요치 않고, 가르치는 사람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도 아시다시피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ㅇ. 기억의 발생(2)

 

[본문]

밀린다왕 : 기억은 어떻게 생기는 것입니까?

나가세나 : 기억은 다음과 같은 열일곱 가지 계기에 의해 생겨납니다.

첫째, 개인적 경험에서 일어나는데, 아난다가 그의 전생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외부의 조력에 의해서 생기는데, 다른 사람이 전날의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의 기억을 일깨우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어떤 대상에 대한 강한 인상에서 만들어집니다.

예컨대 대왕께서 즉의식을 거행했을 때를 잊지 못할 것이고, 수랭자가 첫 깨달음을 얻었을 때 역시 그럴 것입니다.

넷째, 이익을 얻었을 때의 (강한) 인상에서 생깁니다.

아주 행복했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섯째, 손실을 입었을 때의 인상에서 생깁니다. 과거의 쓰라렸던 일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섯째, 외양의 유사성을 볼 때 생깁니다. 자신의 부모현제나 친구와 비슷한 사람을 볼 때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일곱째, 상이한 모습을 볼 때도 생깁니다. 즉 기억은 서로 다른 형상과 소리와 냄새와 맛을 보며 서로 비교할 때 생깁니다.

여덟째, 말로 전하는 정보에 의해 생깁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잊어버렸던 일을 말해 줄 때생깁니다.

아홉째, 기호에 의해 샐깁니다. 어떤 사람이 낙인을 보고 소를 구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열째, 상기하려는 노력에 의해 생깁니다. 어떤 일을 잊어버린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종용할 때 기억해 내는 것과 같습니다.

열한째, 단어의 철자에 대한 지식에서 생깁니다. 마치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철자의 순서를 기억해서 쓰는 것과 같습니다.

열두째, 산수에 의해 생깁니다. 마치 회계사가 숫자를 다루는 기술로 큰 계산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열세째, 암기하는 데서 생깁니다. 경전을 암송하는 사람이 암기기능을 사용할 때와 같습니다.

열네째, 명상의 힘에 의해 생깁니다. 명상을 익힌 승려들이 그들의 전생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은 전생에서의 상황과 구체적 특징까지도 기억해 냅니다.

열다섯째, 문헌을 참조할 때 생깁니다. 마치 왕이 문헌을 참조해서 이전에 만든 법령을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열여섯째, 저당물에 의해 기억이 일어납니다. 자기가 맡긴 저당물을 보고 그것을 저당잡힐 때의 정황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열일곱째, 연상작용에 의해 생깁니다. 어떤 대상을 보거나 듣고 그것과 연관된 것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설]

기억에 대해 여러 차례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지 의아스럽니다. 밀린다왕이 정치가이자 생활인으로서 기억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수행의 기본은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식현상(그중에서도 특히 번뇌)을 면밀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므로 심리현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해는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둔감하게 되면 그것을 통제할 기회도 방법도 없을 것이다.

 

                                                                                                  -서정형 역해 <밀린다왕의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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