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3)

2024. 5. 2. 22:20성인들 가르침/불교경전

 

인식의 발생 1

 

[본문]

밀린다왕 : 의식(意識)은 안식이 일어날 때마다 일어납니까?

[해설]

불교의 인식론의 기초를 말하는 것이다. 도해하면 다음과 같다.

<1군 : 감각기능> <2군 : 김각대상> <3군 : 감각의식>

1.눈(眼) 형상(色) 눈의 의식(眼識)

2. 귀(耳) 소리(聲) 귀의 의식(耳識)

3. 코(鼻) 냄새(香) 코의 의식(鼻識)

4. 혀(舌) 맛(味) 혀의 의식(舌識)

5. 몸(身) 촉감(觸) 몸의 의식(身識)

6. 마음(意) 관념(法) 마음의 의식(意識)

 

이 18가지(十八界)가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다.

그런데 세번째 구룹(3군)은 앞의 두 구룹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열두가지 범주(1군과 2군) 안에 있다.

잘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밀린다왕은 <1군>의 다섯가지 감각기능이 작용할 때 <3군>의 여섯번째 의식(意識)이 동시에 일어나는가 묻는 것이다. 의식은 모든 감각에 작용해서 대상을 인식한다.

 

[본문]

나가세나 : 그렇습니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습니다.

말린다왕 : 어떤 것이 먼저 일어납니까?

나가세나 : 인식이 먼저 일어나고 다음에 의식이 일어납니다.

밀린다왕 : 안식이 의식에게 일어나라고 명합니까?

나가세나 : 그렇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 소통하지 않습니다.

밀린다왕 : 그렇다면 어째서 안식 등이 일어날 때마다 의식이 따라서 일어나는 것입니까?

나가세나 : 둘 사이에는 그런 경향, 계기, 습관, 연관성이 있습니다.

밀린다왕 : 예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가세나 : 만약 대왕의 도성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문이 하나 밖에 없을 때, 성 밖을 나가려는 A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밀린다왕 : 그 관문으로 가겠지요.

나가세나 : 그 사람아 아닌 B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밀린다왕 : 그 사람도 역시 그 관문으로 갈 것입니다.

나가세나 : 그러면 이때 A라는 사람이 B더러 "내가 나간 관문으로 나가시오"라고 말해 줍니까? 아니면 , B가 A더러 "나는 당신과 같은 문으로 나가겠소"라고 말합니까?

밀린다왕 : 그렇지 않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소통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 마찬가지로 의식은 안식이 일어날 때마다 따라서 일어나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소통이 없습니다.

[해설]

눈이 대상을 볼 때 시각(眼識)이 형성되는데, 이때 의식(意識)이 함께 일어나지 않으면 시각의 대상에 대해 알 수가 없다. <大學) 제 7장에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사물을 볼 때 마음도 반드시 따라 일어난다고 한다.

나가세나 입장에서 말하자면, 마음이 없을 때는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맞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보았지만 의식을 하지 못하는(혹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 차량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헤도 최면을 통해 차량의 번호판을 알아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안식이 생길 때 의식이 따라 일어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나가세나의 대답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사물을 보는 행위에서도 연기, 무아, 무상의 이치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은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나는 자발적인 연쇄(緣起)이며, 그것을 통제하거나 '보는 자'가 없이(無我)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것(無常)이다.

 

인식의 발생 2

 

[본문]

밀린다왕 : 의식(意識)이 있으면 언제나 접촉(觸)과 느낌(受) 이 있습니까?

나가세나 : 그렇습니다. 의식이 있으면 접촉과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각(想)과 의사(意思)와 심(尋)과 사(伺)도 있게 됩니다.

[해설]

심(尋)은 명상과정에서 대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하고,

사(伺)는 그것의 지속을 가리킨다.

뒤에 그 의미를 보여주는 비유가 나온다.

특정 철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의 의미와 관계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철학공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의 인식론의 기본 개념에 대한 나가세나의 여러 비유는 매우 유익하다.

 

[본문]

밀린다왕 : 접촉(觸)의 특징을 무엇입니까?

나가세나 : 닿는 것입니다.

밀린다왕 : 예를 들어 주십시오.

나가세나 : 숫양 두 마리가 서로 들이받을 때 한 마리의 양은 눈(eye)이라고 하고 다른 양은 보이는 대상이라고 할 때 그 둘이 들이받는 것이 접촉(觸)입니다.

[해설]

두 양이 싸울 때 왼족 양이 눈(eye)이고 오른족 양이 대상이라면 둟이 부딪힐 때 안식(眼識)이 일어난다. 이렇게 세 가지가 모이는 것(三事和合)이 촉(觸)이다.

 

                                                                                           -서정형 역해 <밀린다왕의 물음> -

 

 

 

'성인들 가르침 > 불교경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4)  (0) 2024.06.19
잡아함경 26-3  (0) 2024.06.05
잡아함경 26-2  (0) 2024.04.19
[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2)  (0) 2024.03.18
잡아함경 26-1  (0) 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