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4. 23:42ㆍ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2) 수(受),상(想),행(行)의 해탈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은 대부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데서 연유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유는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무감각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 이유는 이기심이 가장 큰 원인이고, 이 이기심은 나와 타인과의 인과관계가 어떻게 연기적으로 얽혀 있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온다.
그러므로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를 이해해야만 한다. 실제로 나와 남이 하나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과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남에게 베푸는 행위가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오고, 남에게 나쁘게 한 행위도 나에게 어딴 식으로든 결과를 준다.
이런 연기적 인과의 이치 속에서 나와 남이 하나라는 것이다.
이와같이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그리고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것을 볼 때,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과 타인에게서 일어나는 색수상행식들에 연민심을 느끼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 생겨나는데, 바로 이것이 인간관계로부터의 해탈이다.
마음의 고통으로부터의 해탈은 욕망(의지)으로부터의 해탈, 생각(지성)으로부터의 해탈, 느낌(감성)으로부터의 해탈 등 이 세 가지 심리적 상태로부터의 해탈을 말한다..
먼저 욕망으로부터의 해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당뇨병을 심한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자.
그러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욕망과 아이스크림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적 욕망,
이 두 욕망이 서로 싸울 것이다.
이렇게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욕망이 존재하는 한, 감정적 고통으로부터의 해탈은 실현될 수가 없다.
그러면 고통으로부터 해탈하기 위해 서로 반대되는 이 두가지 욕망이 어떻게 정리되어야 할까?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는 욕망이 당뇨에 해롭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 쪽으로 의지를 확고히 붙들면, 아이스크림에 대한 의지적 욕망에서 해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해탈이란 우리가 욕망할 수 있는 각각의 모든 대상들로부터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혹은 건설적인 쪽으로 조화된 상태를 말한다.
욕망이란 여럿이 한순간에 한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개개인의 인연과 성향 따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별적으로 생겨난다..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과거 현재 미래에 일어나지만,
욕망은 또 공간적으로는 한 순간에 온세계에 존재한다.
이 한순간에 삼계(三界)에 존재하는 욕망을 다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욕망의 해탈이다.
느낌으로부터의 해탈은 무엇인가.
느낌에는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 편안한 느낌과 불편한 느낌의 두 가지 양태가 있다.
좋고 편안한 느낌을 좋아하고,싫고 불편한 느낌을 멀리하려는 것이 느낌에 대한 욕망이다.
이렇게 불편한 느낌을 멀리하고 편안한 느낌을 취하려고 하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것이 느낌으로부터의 해탈이다.
왜냐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느낌을 충실히 따른다면 고통이 더욱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생각으로부터의 해탈은 무엇인가.
그것은 견해의 해탈이다. 견해는 판단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받아들이는 각종 정보와 지식을 유익하고 해로운 것,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하여
분류하고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이것을 굳게 붙잡고 집착한다.
생각의 해탈, 즉 견해의 해탈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옳고, 타인의 견해는 그르다고 판단하는 이러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남이 틀리듯이 나도 틀릴 수 있고, 틀린 것은 '나'가 아니고 왜곡된 정보의 집합이며,
나아가서는 틀릴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생각으로부터의 해탈이다.
이러한 지성, 감성, 의지적 욕망이 완전히 조화된 상태가 열반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탈의 구체적 여정이 바로 팔정도(八正도)의 십바라밀(十波羅蜜)이다.
- 등현스님 저 [초기 불교에서 선까지, 불교의 진수] 불광출판사-
저자 등현스님 :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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