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 22:42ㆍ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기원전 5세기, 부처님 살아계실 당시 인도에는 크게 두 주류 사상가들이 있었다.
하나는 업과 윤회를 믿는 종교적인 수행자들인 고행주의자이고,
다른 하나는 업과 윤회를 믿지 않고 오직 경험되어지는 오감의 대상에 충실하려는 물질주의자,
즉 쾌락주의자들이었다.
먼저 윤회와 업을 믿는 수행자들은 우리의 삶을 괴로움의 덩어리라고 보았다.
그들은 괴로운 덩어리인 윤회의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은 몸과 세상에 집착하는 업 때문이며.
수행이란 몸과 세상에 집착해서 생긴 이 업을 소멸하는 것이고 이러한 수행은 고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부처님 또한 삶을 괴로움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이 고행주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6년간의 고행 끝에, 고행으로는 완전한 마음의 평안과 해탈을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고행의 수행법은 생각을 억눌러 멈추게 할 뿐, 억눌린 생각은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계속해서 다시 일어난다고 보았던 것이다.
부처님은 육체적 행위보다 심리적 의도, 정신적 욕망 등이 진정한 의미에서 업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보았다. 또한 이 고행주의자들 중에서 대표적인 자이나 교도들이 욕망과 업을 소멸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몸에 고통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데 반해, 부처님은 이해되지 않고 자발적이지 않은 고행은 오히려 잠재되어 있다가 더 큰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집착을 다스리는 것이 올바른 수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업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불교는 자이나교와는 다른 사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몸에 고통을 주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즐거운 상태에서도 업을 소멸시킬 수 있고, 수행할 수 있으며,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게된 것이다.
그것은 선정(禪定)이었다.
이러한 선정의 상태에서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고 열반을 성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깨달은 고락중도(苦樂中道)인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부처님께서 깨달은 고락중도의 선정과 외도들이 주장하는 선정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불교의 선정은 정견(正見)이란 지혜 위에 계의 실천을 통해 이루는 것이지만,
외도의 선정은 단순히 마음을 한곳에 응집하여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온한 선정상태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면 삶이 고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라고 한다.
병은 괴로운 것이다. 누구도 병을 괴로움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몸이 아픈 것도 괴로움이고 마음이 아픈 것도 괴로움이다.
늙음도 괴로움이고 죽음돟 괴로움이다.
몸이 부분적으로 아픈 것은 병이라 하고, 이 병이 점점 깊어지면 늙음이라 하고,
전체적으로 아픈 것은 죽음이라 한다.
이러한 병의 근원적 원인은 바로 태어남이다.
몸의 괴로움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는 것은 정신적인 괴로움이다.
사랑했던 대상과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생이별을 당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상황이나 대상과 함께 해야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정신적인 괴로움이다.
이보다 더 괴로운 것은 원하고 바라는 상황이나, 물질, 대상은 오지 않고, 바라지 않았던 환경, 대상, 물건이 나에게 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몸, 느낌, 판단, 욕구, 의식 등이 모두 괴로움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를 오온성고(五蘊盛苦)라 한다.
몸이 있어 그 몸 때문에 괴롭고, 느낌이 있어 그 느낌 때문에 괴롭고, 판단하기 때문에 괴롭고, 욕구가 있어 그 욕구 때문에 괴롭고, 의식이 있어 그 의식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과 관련된 이 모든 객관적 사실들은 마음을 고요히 한 성자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이므로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 즉 고성제(苦聖諦)라고 한다.
서양 일부 학자는 불교를 염세주의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들이 불교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을 진단하고 처방해주는 의사를 염세주의자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사들이 인간은 모두 어느 만큼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우리는 그들을 염세주의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은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실제로 치료해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교는 괴로움에 대해 말하지만,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까지 말해주기 때문에 염세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
- 초기 불교에서 선까지, 불교의 진수 (불광출판사)-
[등현스님 :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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