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기초교리 공부] 3. 괴로움의 원인

2023. 4. 3. 23:04성인들 가르침/불교 교리 일반

 

 

병로병사의 괴로움, 인간관계의 괴로움, 마음의 괴로움, 이 세 가지 괴로움은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인가, 아니면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every event has a cause).” 는 물리학의 법칙을 떠오르게 한다.

 

예를 들어 열대 지방에 오래 살면 치아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수학(修學)과 수행 차 열대지방에 오래 머물렀던 필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비록 치아는 약해 졌지만, 필자는 그로 인해 한 가지 소중하지만 당연한 삶의 진리를 발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가 상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양치만 잘한다 해서 이가 상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양치를 잘한다 해도 열이 머리에 솟구치는 상기때문에, 또는 영양의 부조화 때문에 이가 상하기도 한다.

필자는 치아가 상하고 치료되어지는 과정속에서 치아의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모든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다”는 사실까지 깨닫게 되었다.

 

괴로움의 원인은 물리적인 원인과 심리적인 원인으로 분류할 수 있고, 심리적 원인은 다시 물리적인 원인을 일으킨다. 심리적 원인은 기본 토대는 사랑과 미움이다.

사랑해선 안될 대상을 사랑하고 미워해선 안될 대상을 미워하는 것, 이것이 괴로움의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미워해선 안될 대상을 미워하는 이유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한(恨) 혹은 스트레스 때문이고, 사랑해선 안될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는 근원적인 외로움으로 인한 욕망, 즉 갈애 때문이다.

잠재되어 있는 사랑과 미움,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집착해선 안될 대상에 집착하게하는 것이다.

 

집착은 안으로는 자신에 대한 집착, 밖으로는 세상에 대한 집착,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자신에 대한 집착은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이다.

두번째 세상에 대한 집착은 6가지 감각 기관의 대상에 대한 집착인 욕애( 欲愛), 몸이 있는 천상(色界)이나, 정신만 있는 신들의 세계(無色界)등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하는 욕망인 유애(有愛),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와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할려고 하는 욕망인 비유애(非有愛)등을 말한다. 이러한 집착과 욕망이 인간의 모든 의도적, 신체적 행위들을 일으키고, 이 행위들의 결과로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집착과 욕망은 필연적으로 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4. 집착하면 왜 괴로운가

 

집착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집착하면 집착한 것 만큼의 괴로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마음의 대상들은 모두 여러 가지 인(因)과 연(緣)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들은 찰나의 멈춤도 없이 항상 변해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대상의 속성이 변하는 것이라면, 이에 반해 집착의 속성은 그 대상이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길 원한다. 이 두 가지는 본질적으로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집착이 있는 한 인간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제행개고(諸行皆苦)이다.

 

집착은 모든 행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인간은 집착 때문에 행위를 하고 집착 때문에 노력을 한다.

몸을 편하게 하고 지킬려는 욕망, 아름다운 것을 소유할려는 욕망, 자신만의 견해와 신념을 지킬려는 욕망, 타인에게 존중 받으려는 욕망 등이 모두 집착 때문에 생기는 행위와 노력이다.

이러한 욕망들은 처음부터 그 무상한 속성들과 상충된다.

 

그렇다고 괴로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괴로움 없이 편안하기만 하면 그 상태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괴로움은 나의 행위를 반성하게 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게 해주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괴로움은 역설적으로 나의 삶을 정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병듦, 늙음, 죽음의 괴로움은 태어남이, 마음의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함이, 관계의 괴로움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요약하면 나와 나의 것에 대한 갈애와 집착이다.

 

- 등현스님 저 [초기 불교에서 선까지, 불교의 진수] 불광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