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0. 22:46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2) 정(定) : 안주정, 인기정, 판사정
[본문]
선정 중에 세 가지를 마땅히 구별해야 한다.
① 첫째는 '편안히 머무는 선정(安住定)'이니,
묘한 성품은 타고난 것이어서 본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② 둘째는 '이끌어 일으키는 선정(引起定)'이니,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하게 머무르며 빛을 발해 밝음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③ 셋째는 '일을 행하는 선정(辨事定)'이니,
선정의 물에 선명함이 엉겨 만상이 이에 비치는 것을 말한다.
定中三應須別
① 一安住定 謂妙性天然 本自非動
② 二引起定 謂澄心寂泊 發瑩增明
③ 三辨事定 謂定水凝淸 萬像斯鑑
[해설]
정(定)의 세 가지
①안주정(安住定) : 본래 타고난 묘성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음.
②인기정(引起定) :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해서 불성을 이끌어냄.
③판사정(辦事定) : 이끌어내진 불성으로 만상을 밝게 비춤.
선정(定)은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외부 대상에 끌려 다니지 않아 적적하면서도 혼침에 빠지지 않고 성성하게 깨어있는 것이다.
적적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념을 떠나야 하고, 그러면서도 성성하게 깨어있어 혼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선정은 ① 본래의 본성에 머무는 선정, ② 본성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의 선정, ③ 밝게 드러나 본성에 의거하는 선정, 이렇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① 첫째 단계인 안주정은 모든 중생이 자신의 본래 불성 안에 고요하게 머물러 있는 것을 뜻한다.
비록 대부분의 중생이 무명번뇌에 싸여 스스로 자신의 불성을 망각하고 복잡한 사념에 빠지거나 혼침에 빠져 지내지만, 그래도 자신 안에 불성이 있는 만큼 그 불성 안에 머무르는 안주정에 들어 있다.
②본래 중생은 자신 안에 불성을 갖고 있고 또 거기 머무르는 안주정에 들어 있지만, 무명으로 인해 그 본성이 가려져 있어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안주정을 의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 본성을 자각시키는 수행으로서의 선정이 요구되는데, 그것이 두 번째 단계의 선정인 '인기정'이다.
인기정은 무명으로 가려져 있는 본성을 이끌어 내어 자각시키는 수행과정으로서의 선정이다.
③ 이러한 수도과정을 거쳐 본성이 자각되고 나면, 그렇게 자각된 본성에 따라 사물을 밝게 비추는 선정이 세 번째 단계의 선정인 '판사정'이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선정과 그 각 단계의 선정에서 지각되는 불성은 본래 하나이다.
다만 여기서 수행이전과 수행과정과 수행 이후라는 지위(位)에 따라서 본성 및 그것을 확인하는 선정을 셋으로 나눠본 것이다.
행정은 "선정이라고 하는 것은 심사(尋伺)와 혼침을 바르게 가려내는 것을 뜻으로 삼는다,"라고 말한다.
심사는 이리 저리 생각하고 사려 분별하는 것으로, 심(尋)은 거친 추상념(麤想念)이고 사(伺)는 세밀한 세상념(細想念)이다.
거칠게든 세밀하게든 이런저런 사념이 일어나는 것은 대상에 마음이 끌리는 것으므로 선정에 들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심과 사를 알아차린 후 그 마음 작용을 떠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혼침에 빠져들지 않아야 바른 선정이다.
행정은 세 가지 선정의 근거가 되는 세 가지 불성(佛性)을 언급한다.
우선 ① 안주정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법계에 안주하니, 일찍이 동요한 적이 없다. 일체 중생의 성품이 이 선정이 구비되어 있다.
<불성론>에서 '도 닦기 전(의 불성)을 '자성에 머무는 불성'이라고 이름 한다'고 하였다.
안주정에 머무는 불성이 곧 '자성주불성(自性住佛性)'이다.
② 이어 인기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진리의 선정(理定)이 본래 미묘하므로 미혹하여 알지 못하다가 이제 미혹에서 돌이켜 다시 위의 선정(定)을 닦는 것이다. '마음을 맑게 함'은 허망(妄)을 그치는 것이고, '빛을 발함'은 지혜(智)가 밝아지는 것이다.
도를 늘이고 생을 감하는 공(功)은 '이끌어 일으킴"으로 인한 것이니, 도 닦는 중(의 불성)을 '이끌어 내는 불성'이라고 이름한다. 인기정으로써 이끌어 내는 불성이 곧 '인출불성(引出佛性)이다.
③ 그리고 판사정에 대해 "인(因)을 닦아 과(果)로 나아가 이룬 일이 원만하니, 도 닦은 후(의 불성)를 '과를 얻기에 이른 불성'이라 한다.고 설명한다. 불성을 깨달은 이후 그 불성의 빛으로 세간 일체 제법을 밝히는 판사정에서 자각되는 불성이 '지득과불성(至得果佛性)이다.
이와 같이 선정은 불성에 머무는 수행인데, 각각의 선정 단계에서 자각되는 불성 또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정(定)과 불성(佛性)
①안주정 : 도전(道前)의 불성인 자성주불성(自性住佛性)
②인기정 : 도중(道中)의 불성인 인출불성(引出佛性)에 머뭄
③판사정 : 도후(道後)의 불성인 지득과불성(至得果佛性)에 머뭄.
- 한자경 지음 <선종영가집 강해>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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