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5. 22:55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묻는다.
"제자에게 참회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혜가 대사가) 답한다.
" 너의 죄를 가져와 보라, 너에게 참회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또 말한다.
"죄는 모습을 얻을 수 없는데 어떤 물건을 가져 올 수 있겠습니까?"
(혜가 대사가) 답한다.
"내가 너에게 참회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을 마쳤다. 돌아가라 !
말하건대 죄가 있으면 반드시 참회해야 할 것이나 이미 죄를 볼 수 없다 하였으니
참회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본문]
또 이른다.
"저에게 번뇌 끊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혜가대사가) 답한다.
"번뇌가 어디 있어서 끊으려 하는가?"
또 말한다.
"실은 있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혜가대사가) 답한다.
"만약 있는 곳을 모른다면 비유컨대 허공과 같은데,
어떤 물건인 줄 알아서 허공을 끊으려 하는가?"
[본문]
또 (물었다)
"경에 이르길, '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을 닦아 성불한다'고 하였습니다."
(혜가 대사가) 답한다.
"이는 망상이 자심(自心)에 나타난 것이다"
[해설]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을 닦아 성불한다'는 것은 불교의 기본 명제이다.
그러나 일체법이 불이(不二)이고 얻을 바 없다는 뜻에 의하면 이 또한 자심의 분별망상일 뿐이다.
또한 본래 불(佛,일심,본심,심성)의 자리를 떠난 바가 없어 언제 중생이 된 바가 없고, 불(佛)이란 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본래 무엇을 한다고 함이 없는데,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짓는 것은 자심에서 그러한 망상 허환(虛幻)의 세계를 짓고 허물고 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뜻을 알았을 때 위의 불교 근본 명제도 무위(無爲)로 가장 원만하고 수승하게 성취된다.
[본문]
또 묻는다.
"시방(十方)의 모든 부처님이 다 번뇌를 끊어 성불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혜가대사가) 답한다.
"너의 마음이 파도가 이러한 분별을 지은 것이지 단 하나의 (끊어야 할) 어떤 것도 없다."
[해설]
바로 윗절의 해설과 같다.
[본문]
또 묻는다.
"불(佛)이 어떻게 중생을 제도합니까?"
(혜가대사가) 답한다.
"거울 속의 모습이 중생을 제도하는 때가 바로 불(佛)이 중생을 제도함이다."
[해설]
'거울 속의 모습'이나 '수중월(水中月)'은 모두 얻은 바 없음(不可得)을 뜻한다.
일체의 만상과 상념이 다 '거울 속의 모습'과 같고 '물 속의 달'과 같다.
그래서 불(佛)이 중생을 제도함도 이와 같아서 제도하되 제도하는 바가 없다.
실은 제도하는 바 없이 제도하는 것이다.
심성은 본래 무엇을 하는 바 없는데 그 거울 속의 모습이 환화(幻化: 환과 같이 나타남)되어 중생을 교화하니
또한 환화(幻化: 幻이 교화함)이다.
또한 환화된 것에서 환화된 것임을 알아 깨닫게 된다.
환화된 것이 중생을 깨닫게 한다고 함이 없이 깨닫게 한다.
환화된 모든 것이 중생을 미혹에 빠뜨리기도 하고, 환화임을 깨닫게 하여 중생을 구하는 불(佛)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깨달으면 일체가 다 불세계(佛世界)이다.
환화된 것이 환화되었다 함이 없이, 그렇게 있다 함이 없이 있을 뿐이다.
<화엄경(89권본)> 십회향품 제25-10에 설하길, "(보살은) 일체 모든 것이 다 환화(幻化)와 같은 것을 알며,
일체 모든 것이 자성 없음을 알며, - - -, 일체 모든 것이 동일한 실상(實相)임을 안다."고 하였다.
즉 일체 모든 것이 환화(幻化)와 같은 것임을 아는 것이 바로 일체 모든 것이 동일한 실상임을 아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환화(幻化)와 살상(實相)이 둘이 아니어서 환화가 환하인 줄 알면 바로 실상이 되고,
그러함을 몰라 미혹하면 미망의 환이 된다.
그와 같이 불(佛)이 일체 중생을 교화하되 한 중생도 교화함이 없고, 교화한다고 함이 없다.
일체 중생을 교화한다는 환이 환임을 아는 까닭이다.
본래무일물이거늘 무엇이 무엇을 한다고 함은 다 환의 일이다.
현전(現前)의 경계에서 이러한 뜻을 명료히 알게 될 때가 바로 해탈하는 때이고, 불(佛)이 중생을 제도함이 된다.
불(佛)이 가르치는 바는 바로 그러한 뜻을 지시함인 까닭이다.
-담림편집,박건주 역주 <보리달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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