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2. 10:34ㆍ성인들 가르침/초기선종법문
[본문]
② 대상을 잊는 것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고,
① 생각을 멈추는 것은 대상을 잊어 멈추는 것이다.
② 塵忘則息念而忘(진망칙식념이망)
① 念息則忘塵而息(념식측망진이식)
[해설]
②식념(息念) -> 망진(忘塵)
①식념(息念) <- 망진(忘塵)
일상의 의식 차원에서는 생각이 멈추지 않으므로 대상을 잊지 못하고,
대상이 잊혀지지 않으므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이 생각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대상은 언제나 나 아닌 객관경계로 내 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주객대립을 넘어서서 경지쌍방(境智雙方)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은 식념과 망진이 동시적으로 일어나야 가능하다.
'② 대상을 잊는 것은 생각을 멈춰 잊는 것'이란 말은 곧 '식념이어야 망진이다'라는 말이고,
'① 생각을 멈추는 것은 대상을 잊어 멈추는 것'이란 말은 곧 '망진이어야 식념이다' 라는 말이다.
결국 식념과 망진이 동시에 일어남으로써만 이 둘이 성취될 수 있다.
능과 소, 식과 경은 함께 잊어짐으로써만 그 둘의 분별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은 더 이상 주객의 대립과 분별 속에 작동하는 능연심이 아니라 능소분별을 넘어선 불이의 마음이 되어 흡흡한 마음씀이 가능해진다.
행정은 "능(能)을 잊으면 , 소(所)도 잊는다."고 말한다. 능이 념(念)에 해당되고 소가 진(塵)에 해당되므로, 여기서는 식이 없으면 념이 없다는 것, 즉 식념이면 망진이라는 것을 말한다.
②'식념(息念) -> 망진(忘塵)'의 부분을 강조한 말이다.
(2) 순환 너머 능소무분별로
[본문]
①대상을 잊어 (생각이) 멈추면, 멈춰도 '능히 멈추는 자'(주관)가 없고,
②생각을 멈춰 (대상을) 잊으면, 잊어도 '잊어지는 것(객관)이 없다.
①忘塵而息(망진이식) 息無能息(식무능식)
②息念而忘(식념이망) 忘無所息(망무소식)
[해설]
능과 소,념과 진을 함께 잊는다는 말은 능소분별, 주객분별을 극복하여 결국 주와 객, 능소 소를 가르는 분별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이것은 주관이고 저것은 객관이라는 분별, 이것은 나고 저것은 너라는 분별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냥 앎이 있을 뿐, 아는 자와 알려진 대상이라는 분별이 없어진다.
생각을 멈춰도 능식(能息)의 주관이 없고, 대상을 잊어도 소망(所忘)의 객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능히 '① 능히 생각을 멈춰도 멈추는 자가 없고, ② 대상을 잊어도 잊어지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행정은 이러한 경지에 대해 "진(塵)이 이미 무상(無相)이므로, 식(識)이 저절로 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진이면 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망진이므로 식념이라는 것, ①"망진 ->식념"을 강조한 말이다.
[본문]
①(대상을) 잊어도 잊혀지는 것이 없으니 진(塵)이 버려져 대(對)가 아니고,
②(생각을) 멈춰도 멈추는 자가 없으니 생각이 멸해 지(知)가 아니다.
①忘塵所忘(망진소망) 塵遺非對(진유비대)
②息無能息(식무능식) 念滅非知(념멸비지)
[해설]
식념이어서 망진이고 망진이어서 식념인 차원은 능과 소, 지와 경의 이원성이 사라진 경지이므로 이 차원에서는 '능히 념을 멈추는 자(능/지)와 그에 따라 '잊혀지게 되는 것'(소/경)을 다시 세워서는 안된다.
주객을 포괄하는 전체 마음, 불이의 마음에 대해 "그것은 누구의 마음인가? 나의 마음인가, 너의 마음인가, 아니면 그의 마음인가?'라는 식으로 자타분별하여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전체로서의 마음, 진여의 마음은 그 자체로 나와 너, 주와 객의 분별을 넘어 일체를 포괄하는 하나의 마음, 일심(一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객분별적 표층의식의 근저에는 이와 같은 주객 포괄의 한마음이 작동하고 있다.
의식표층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 본래자리인 일심의 자리에서 마음을 쓰는 것이 바로 흡흡하게 마음을 쓰는 것,
즉 무심으로 마음으로 마음을 쓰는 것이다.
행정은 이렇게 설명한다.
"앞에서 '잊어지는 것'(所忘)을 결론지어 '대립이 아니다'(非對)라고 말하고,
뒤에서 '멈추는 자'(能息)를 결론지어 '앎이 아니다'(非知)라고 말한다.
흡흡한 마음 씀에서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마음을 멈추는 주관으로서의 나도 없고,
그 나에 의해 반연되거나 잊어지거나 하는 객관으로서의 대상도 없다.
흡흡한 마음은 지와 경이 상대적으로 마주하는 대대(對對)를 넘어선 마음,
대를 끊는 절대(絶對)의 마음인 것이다.
-한자경 지음 <선종영가집 강해>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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