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6. 20:00ㆍ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모래 쪄서 밥 지으며
벽돌 갈아 거울 되랴
밥을 이야기 해도 배 부를 수 없으니
몸소 애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되네.
-작자 미상-
인생은 구름 한점 일어남이요
죽음은 구름 한점 흩어짐이니
있거나 없거나 웃으며 사세
웃지 않고 사는 이는 바보이로세
-작자미상-
오호(五湖)에 해는 지고
저녁 연기 떠오른다
천고(千古) 옛일은
누구에게 물어보나?
-설영-
가로 보면 고개요 모로 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아 모두 다르다
이 산의 참 모습을 모르는 것은
이 몸이 저 산 속에 갇혀 있는 탓일세
-소동파-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참인고
참이고 거짓이고 모두 다 헛것일세
안개 걷히고 낙엽진 맑은 가을날
언제나 변함없는 저 산을 보게
-경허선사-
도는 바로 그대 눈 속에 있거늘
달마 스님 오신 뜻 따로 찾는가
목 마르면 물 마시고 배곺으면 밥 먹고
언제나 떳떳한 걸 딴 데서 찾지 말라.
-작자 미상-
밤마다 부처와 자고
아침 되면 함께 일어난다
부처 간 곳 알려거든
말하고 움직이는 곳을 살펴라
-부대사-
모든 이치 옳고 그르고 허깨비일세
바다 속 모래알을 언제 다 헤리
막힌 벽 굳은 성을 뚫는 일밖에
이러쿵 저러쿵 묻지 말게나
-사명대사-
보고 듣는데 걸림없으면
빛과 소리가 그대로 삼매
새들이 공중을 날아가듯
사랑과 미움을 모두 떠났네
경계에 부딧쳐도 무심하다면
관자재보살이 따로 있으랴.
-작자미상-
평생에 무엇을 시름할 것인가?
그저 세상 인연 따라 지내가는걸
해와 달은 흐르는 물결 같거니
광음은 돌 속의 불꽃 같아라
천지야 변하는가, 변한다 하라
나는 바위 사이에 즐겁게 앉아 있네
-습득-
고요한 성품이 본고향이요
분명한 마음이 나의 집일세
옛 부터 오간 길에 홀로 드러나
꺼지지 않는 놈이 대체 무엇인고
-무념선사-
이 공부는 사람마다 자기 일인데
어째서 버려두고 돌아보지 않는고
배 고프면 밥 먹고 곤하면 잠자면서
우습구나 소를 타고 소를 찾다니
-묵암선사-
부처니 중생이니 모두 다 헛것
실상을 찾는다면 눈에 든 티끌
내 사리 천지를 뒤덮었으나
식은 잴랑 아예 뒤적거리지 말게나
-조원선사-
묻노니 심인(心印)은
어떻게 생겼기에
심인을 누가 감히
전수한다 하는 거랴
무수겁 평등할 뿐
차별의 상(相) 없거니
심인이라 부름이
벌써 거짓말
알지니 본래부터
허공 같으매
불 속의 연꽃에나
비유해야 될 것이리
무심(無心)이 곧 도(道)라고
이르지 말라
무심도 한 겹의 관문
막혀(隔) 있느니라.
-동안선사-
산집 고요한 밤 홀로 앉았네
온갖 것 돌아가고 이 누리 잠겨있네
무슨 일로 저 바람은 잠든 숲 깨워서
한 소리 찬 기러기 장천(長天)을 울며 가는고
-야보도천-
텅 비고 고요해
한 물건도 없지만
신령한 그 빛
온 누리 비추네
몸도 마음도 없지만
나고 또 죽으니
가도 간 바가 없고 와도 온 바가 없네
-함허 선사-
달은 물에 잠기고
가을 빛은 정자에 가득하다
내 즐겨 뜯는 가락을
남이야 듣거나 말거나
-작자 미상-
그 누가 아는 것을 불법이라 했던가
서쪽으로 가는 길을 동에서 찾음일세
얼굴 가죽 확 벗기고 똑똑히 보라
우뚝 솟은 봉우리에 해가 솟았네
-작자 미상-
못가에 홀로 앉아
물 밑의 그대를 우연히 만나
묵묵히 웃음으로 서로 바라 볼 뿐
그대를 안다고 말하지 않네
-진각혜심-
하늘이 돌사자를 낳아
등 뒤에는 언제나 솔바람 부네
아, 저 서래의 뜻이여
그대들은 이 소리 여겨 들어라
-백운경한-
한 생각 일기 전에 이미 틀렸거니
다시 입을 열면 더더욱 잘못이네
가을 서리 봄비에 몇 해나 지났나
이 모두 부질없음 오늘에야 알았네
-태고보우-
고요하면 천 가지가 나타나고
움직이면 한 물건도 없네
없고도 없는 이 무엇인가?
서리 내린 후 국화가 만발하네
-태고보우-
그대 몸속에 여의주 얻게 되면
세세생생 써도 끝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니
물건마다 서로 밝게 감흥하고 있으나
찾아보면 원래 흔적조차 없네
-나옹혜근-
칠십팔 념 만에 고향으로 돌아 가나니
이 산하대지 온 우주가 고향 아님이 없네
삼라만상 모든 것은 내가 만들었으니
이 모든 것은 본래 내 고향이라네
-나옹혜근-
맑고 고요하여 본래 한 물건도 없나니
신령스런 불꽃만이 온 누리에 비추고 있네
몸과 마음이여, 다시는 생사에 얽매이지 마라
가고 오고, 오고 감에 걸릴 게 없네
-함허득통-
여섯 창문 비어서 드넓은 곳에
악마니 부처니 그림자도 없네
여기서 또다시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뜬구름은 햇빛을 가릴 것이네
-벽송지엄-
저 높고도 높은 곳에 있는 우뚝한 이여
누가 그 푸른 눈을 열겠는가
석양의 산빛 속에
봄새는 홀로 이름을 부르네
-벽송지엄-
백발이 되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옛사람이 이미 일러줬네
지금 대낮에 닭 우는 소리 듣나니
대장부의 한 일은 다 마쳤네
홀연히 나를 발견하니
온갖 것이 다 이것이어라
천언만어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였네
-서산청허-
저 드높은 빼어난 이여
개울 소리는 법문이 되고 산은 법신이 되어
비로자나불의 게송을 누설하니
돌사람이 이 소식을 세상에 전해 주네
-서산청허-
천 가지 계략과 만 가지 생각
붉은 화로 위에 내리는 한 송이 흰 눈일세
진흙소가 물 위로 가니
대지와 허공이 찟어지네
-서산 청허-
서래의 이 한 곡조
천고에 아는 이 없네
그 여음이 하늘 밖으로 올라가니
바람과 구름이 이 소리에 화답하네
-서산청허-
평생동안 지껄인 것 부끄러우니
지금은 모든 것을 뛰어 넘었네
말이 있고 말이 없고 모두 틀렸으니
그대들은 부디 이를 알아라
-정관일선-
깊은 산 홀로 앉아 만사가 가벼우니
문 닫고 온종일 무생을 배우네
내 생애를 되돌아 보니 아무 것도 없고
여기 한 잔의 차와 한 권의 경전이 있네
-부휴선수-
보라, 발밑에 옛길은 분명하거니와
내 스스로 그것을 모르고 이곳저곳 헤매었네
천지창조 이전으로 훌쩍 뛰어 넘으니
뿔 부러진 진흙소가 눈 길을 달리네
-소요태능-
해탈이여 비해탈이여
열반이 어찌 고향이라 할 수 있으리
저 장검의 빛 사무치나니
입 벌리면 그대로 목이 잘리네
-소요태능-
거북이 털로 만든 화살 한 쌍
토끼 뿔로 만든 활에 걸어 세 번 쏘네
바람 부는 아득한 곳에 앉아
곧바로 저 허공을 꿰뚫어 부수었네
-중관혜안-
나무사내 피리 불며 구름 속 달리고
돌계집 가야금 타며 바다 위 걸어 오네
이 가운데 올굴 없는 늙은이 있어
입을 크게 벌리고 박장대소하네
-월봉무주-
저 개울물 소리는 이 광장설이라
팔만의 경전을 모두 누설하고 있나니
우스워라 늙은 부처여
사십구 년 동안 공연히 지껄였네
-설암추봉-
낮잠들어
꿈속에서 서방정토를 걷네
새 우는 소리에 문득 깨이니
여전히 이곳은 사바세계네
-오암의민-
온 누리가 꿈이니
꿈 속에서 꿈꾸지 말라
한바탕 부질없는 꿈 깨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몸이니라
-보월거사-
눈에는 강물소리 급하고
귓가에 우레바퀴 번쩍거리네
예와 지금의 인간만사를
돌사람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네
경허성우-
물에 할을 하니 물소리 끊어지고
저 산 가리키니 산 그림자 지워지네
물소리와 산 그림자 전신에서 되살아나니
금까마귀 한밤중에 높히 날고 있네
-경허성우-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들으매
온 우주가 나 자신의 집임을 깨달았네
유월 연암산 아래 길
하릴없는 들녘의 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
-경허성우-
허공의 뼈다귀 속 돌 사람이 장작을 패고
활활 타는 불길 속에 나무 여자 물 긷네
수미산 동쪽 기슭 늙은 잔나비 울고
바다 밑 푸른 소나무에 학이 달을 물고 있네
-향곡혜림-
황하는 서쪽으로 흘러 곤륜산 정상에 이르니
해와 달, 빛을 잃고 대지는 잠기네
넉넉히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 서 있나니
청산은 옛날 그대로 흰 구름 속에 있네
-성철퇴옹-
한 평생 사람들을 속였으니
그 죄업은 하늘에 넘치네
산 채로 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니
한 덩이 붉은 해는 푸른 산에 걸리네
-성철퇴옹-
고요한 빛이 온누리에 비치니
범부와 성현이 모두 한 집안일세
한 생각 안 내면 나타나지만
분별을 일으키면 가리워지네
번뇌는 끊으려면 병을 더 하고
보리는 구할수록 사견만 일어나네
모든 인연 부딪쳐도 걸림이 없으면
열반이니 생사니 모두 다 헛것일세
-장졸-
흰 구름 오려서 누더기 깁고
푸른 물 떠다가 눈동자 삼았네
뱃 속에 주옥이 가득 찼으니
온몸이 밤 하늘에 별처럼 빛나네
-청허선사-
땅을 파면 물이 나고
구름 걷히면 푸른 하늘
이 강산 어디나 그대 가는 곳
보고 듣는 모두가 자네 공부일세
-묵암선사-
도를 닦는다면 닦아지지 않는다
온갖 삿된 소견만 다투어 일어날 뿐
지혜칼 휘둘러 한 물건도 없으면
밝음이 오기 전에 어둠이 밝아지리
-임제선사-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 말고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임제선사-
조개 속에 진주가 들어 있듯
돌 속에 옥이 감추어 있듯
사향을 지니면 저절로 향기로운데
하필이면 바람 앞에 서야 하랴
-야보선사-
깨치면 부처와 같지만
무량겁에 찌든 버릇은 그대로 있네
바람은 자도 물결은 그대로 출렁이고
이치는 드러나도 망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네
-보조국사-
내게 자루 하나 있으니
텅 비어 걸림이 없네
벌리면 온누리를 다 담고
들어가면 안 뵈는게 없구나
-무진거사-
바람은 자도 꽃은 떨어지고
새가 우니 산이 더욱 고요하구나
새벽은 흰 구름과 함께 지새고
물은 밝은 달 띄워 흘러가네
-청허선사-
올 때도 사관에 들어온 적 없고
갈 때도 사관에서 나간 일 없다
무쇠 뱀이 바다로 들어가더니
수미산을 밀어서 넘어뜨리네
-고봉선사-
-
고맙습니다.
-
.
혼자서 -
뚜 벅~ 뚜 벅~ 뚜 벅~
간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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