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핀 난초꽃

2018. 9. 25. 09:10무한진인/無爲閑人 心身不二


우리 집에는 동양난과 서양란이 각각 1개씩 있다. 물론 다른 화분들도 몇개가 있다.

그런데 서양란은 약 15년 동안 매년 거르지 않고 약속한 듯이 꽃을 착실히 잘 피어왔다​.

그러나 동양란은 우리집에 들어 온 것이 2002년도인데 ,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해인 2002년도에 꽃이 한 번만 피고는 ​

그 다음 해부터는 왠일인지 한번도 꽃을 피어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지난 16년동안 한 주(週)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물을 주고 시간 날 때마다 가꾸면서 정성스럽게 들여다 보곤 했다.

서양란(西洋蘭)은 그래도 매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보라색꽃을 수십 송이를 피워서

그것으로 난초를 키우는 보람을 삼으면서 꽃이 핀다는 믿음을 가지고

매주 두 난초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을 ​잊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동양난은 처음 한 해만 꽃을 피우고 그 다음 해부터는 꽃 필 기미가 전혀 없어서,

그냥 단순하고 소박한 잎파리의 멋진 곡선을 보면서 그 동안 가꾸어 왔을 뿐, 꽃이 필것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거의 16년 동안 항상 싱싱하게 푸르고(evergreen) 날씬한 곡선을 그리는 잎파리를 보는 재미로 난초를 가꾸어 왔다.

그런데 전혀 꽃이 피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동양난에서

올 가을 어느 날 갑자기 9월10일 전후해서 신기하게도 꽃대가 하얗게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일주(一週)째인 9월 18일에 첫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 시작했다.

난초꽃 향기를 맡아보니 16년전,

2002년도에 처음 난초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던  해에 피었던 난초꽃 그 진한 향기가

그대로 꽃송이에서 여전히 풍기고 있었다.

옆사람에게 난초꽃 핀 것을 보여주었더니 감탄하며 한다는 소리가

" 어머 !  무언가 좋은 일이라도 생길래나 봐 !" 

"그게 아니고, 내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사랑스럽게 눈여겨 봐주니깐, 내 지극한 정성에 감동해서, 내가 보내는 사랑 기운의 에너지로 난초 꽃이 나에게 화답을 해 준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만, 히히"


                                                                     -2018. 9. 23, 추석 명절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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