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7. 10:24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85.
대장부는 부처님이나 조사(祖師) 보기를 원수같이 해야 한다.
만일 부처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는 부처님에게 얽매인 것이고,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고통이므로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註]
부처와 조사도 원수같이 보라는 것은 첫머리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남이다'라는 말을 맺은 것이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다 고통이라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없다.
다 그대로 옳다'는 말을 맺은 것이며,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은 '생각을 내면 곧 어긴다'는 말을 맺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온 천하 사람의 혀끝을 앉아서 끊게 되며, 생사의 빠른 바퀴가 저절로 멈추게 될 것이다.
난리를 평정하고 나라를 태평하게 하기는, 단하선사가 목불을 살라버린 것과 운문선사가 개밥이나 주겠다고 하던 것과 노파가 부처님을 안 보려고 한 것과 같은 일들이다. 모두 요사한 것을 꺽고 바른 것을 드러내려는 수단이다. 그러나 마침내는 어떻게 할 것인가.
[頌]
저 강남 삼월이 언제나 그리워라.
자고새 우는 곳 온갖 꽃이 향기롭네.
[월호스님 蛇足]
이게 바로 참선, 선가(禪家)의 가풍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불교는 대장부를 만드는 종교이다.
종이나 하인을 만드는 종교가 아니다. 누구나 대장부가 될 수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장부가 될 수 있고, 또 반드시 대자유인, 대장부가 되어야 한다. 부처님이나 조사스님에게 매달려 구하는 거도 역시 구걸하는 것이다. 구걸하는 연습을 하면 거지 종이 되고, 주는 마음을 연습하면 부자 주인이 된다.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이 있으면,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런 마음 가짐이 바로 참선을 닦는 수행자의 마음가짐이다.
<선가귀감> 맨 앞 두 번째 구절에 보면,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다. 왜냐? 부처님이니 조사니 이런 분들도 나의 공부를 내가 대장부가 되도록 도와줄 뿐이지, 나 대신 대장부가 되어줄 수는 없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조연 역활을 할 뿐이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또 구하는 것이 있으면 다 고통이라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없다. 다 그대로 옳다.'를 맺은 것이다. 이것은 또 <선가귀감> 네 번째 구절에 보면, '굳이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라 부처라 중생이라 했으나,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다. 그러나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긋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것은 '생각을 내면 곧 어긋난다'는 말로 맺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맨 앞부분의 내용과 지금 이 뒷부분의 내용이 서로 수미일관 상통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월호스님의 선가귀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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