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빈 곳

2018. 6. 25. 10:43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걸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 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 쪽을 비워 놓은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곳이 걸어 나온다.

상처의 자리. 상처의 살이 차 오른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는 곳.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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