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9. 19:43ㆍ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보장론>에서 "유(有)를 알면 유가 허물어지고 무(無)를 알면 무가 허물어지나, 참으로 아는 앎은 유와 무를 따지며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유와 무를 따지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자성의 분별이 없는 앎이다.
이런 까닭에 이 참마음 스스로의 바탕인 앎은 곧 반연이 없는 마음이니,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항상 아는 앎이며, 유와 무를 섭렵하는 것이 아니면서 영원히 능(能), 소(所)를 초월하는 것이다.
이것을 수남 화상은 "진여의 바탕 자체에서 작용하는 것을 앎이라 하고, 작용하는 진여 그대로의 바탕이 공적한 것이 된다. 이것은 마치 등불과 불빛의 관계에서 등불이라는 바탕 자체가 작용할 때에는 불빛이나, 불빛의 작용 그대로가 등불인 것과 같다. 등불은 체(體)가 되고 불빛은 용(用)이 되는 것이니, 둘이 아니면서 둘이다"라고 말하였다.
또 "앎이란 한 글자는 묘한 온갖 이치가 드나드는 문이다. 이와같이 신령스럽게 아는 마음을 열어 보이는 자체가 참다운 성품으로 부처님의 성품과 더불어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것을 현시진심즉성교(顯示眞心卽性敎)라 이름하였으니, 선문(禪門)에서 말하는 세 번째의 직현심성종(直顯心性宗)과 완전히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서역에서 전하는 마음과 많은 경론에서 주장하는 것이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단지 이쪽 사람들이 마음에 대해서 미혹하고 문자에 집착하여서 명자(名字)를 가지고 바탕을 삼기 때문에, 달마는 훌륭한 방편을 써서 문장을 추려 마음을 전하였고, 그 이름을 게시하여 ('마음'이 바로 그이름이다) 그 마음바탕(體)을 묵묵히 보여 주었다.(앎이 마음이다). 달마는 이것을 좌선(壁觀)하는 것으로써 모든 반연을 끊도록 비유하였고, 혜가가 모든 인연을 끊었을 때에 달마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달마 : 모든 망념을 끊었는가?
혜가 : 비록 모든 망념을 끊었더라도 또한 단멸은 아닙니다.
달마 : 무엇을 증득하고 경험했기에 단멸이 아니라고 하는가?
혜가 : 분명하고 분명하여서 스스로 알 뿐, 말로 미칠 수 없읍니다.
달마 : (곧 인가하여 말하기를) 다만 이것이 곧 자성이 청정한 마음이니, 다시 의심하지 말라.
만약 혜가 스님의 대답이 도(道)에 계합하지 않았다면 곧 달마스님은 단지 모든 잘못을 차단하여서 다시 마음을 관찰하도록 하여, 필경 그에게 앞에서 이야기한 '앎'을 인가하여 주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그가 스스로 깨달아서 바야흐로 진실을 경험하는 것을 기다리니, 이는 진실의 바탕을 친히 증득한 연후에야 인가하여 다른 의심을 끊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묵연히 마음의 깨달음을 전한다고 하는 것이다.
'묵연히'라고 말하는 것은 오직 '묵연히 안다'는 것으로서, 조금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육대(六代)에 걸쳐서 마음의 깨달음을 서로 전한 것이 모두 이와 같았다.
하택의 시절에 이르러 자기 주장만을 하는 다른 종파들이 다투어 일어났고, 묵연히 도(道)에 계합하고자 하였으나 그럴 자격이 있는 인연을 만나지 못했으며, 또 달마스님이 예언하신 '종지(宗至)가 실에 매달림 것처럼 위태롭다'고 하였던 말씀을 생각하게 되었다. (달마스님은 "나의 법이 육대(六代)에 걸쳐 전해진 후에, 그 명(命)이 가는 실끝에 매달린 것과 같다"고 하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종지가 끊겨서 없어질까 걱정되어 마침내 하택은 "앎이란 한 글자는 온갖 미묘한 이치가 드나드는 문이다"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문 : 이 마음을 깨달았다면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처음에 말씀하신 설상교(說相敎)에 의지해 좌선하도록 해야 합니까?
답 : 만약 혼침이 두텁고 무거워 공부하는 마음을 내기 어렵고, 생각이 산만하여 흐트러짐이 심하다면 억눌러 조복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탐내고 성냄이 치성하여 경계에 부딪쳤을 때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은 곧 앞의 가르침에서 말한 여러가지 방편을 사용하여 병에 따라 적절하게 조복받을 것이다.
그러나 번뇌가 적어 지혜와 이해력이 밝고 예리하다면 곧 수행하는 방법을 본종(本宗)의 일행삼매(一行三昧)에 의지하면 될 것이다.
-宗鏡錄(冥樞會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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