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그침을 아는 것이 쉬는 것.

2010. 6. 15. 20:39성인들 가르침/과거선사들 가르침

 

[傳心法要]

 

9. 말에 떨어지다.

"스님께서는 제가 한 말씀이라도 드리기만 하면,

어찌해서 바로 말에 떨어진다고 하십니까?"

"네 스스로 말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이거늘 무슨 잘못에 떨어짐이 있겠느냐?"

 

10. 사문이란 무심을 얻은 사람.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허다한 언설들이 모두 방편으로 대꾸한 것들이어서,

사람들에게 가르켜 보이신 실다운 법이란 아주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실다운 법이란 전도됨이 없거늘,

네 지금 묻는 곳에서 스스로 전도되고 있느니라.

그러면서 무슨 실다운 법을 찾는다는 말이냐? "

 

"묻는 곳에서 이미 스스로 전도된 것이라면,

스님께서 대답하신 곳은 어떠하십니까?"

"사물을 통해 자신을 비춰볼지언정 남의 일에는 상관할 것이 없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개와도 같아서 움직이는 물건을 보기만 하면 문득 짓어대니, 바람에 흔들리는 초목과 뭐 다를 게 있느냐?"

 

이어서 말씀하셨다.

"우리의 이 선종은 위로부터 이제껏 이어 내려오면서 알음알이(知解)를 구하게 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道를 닦으라고만 했을 뿐인데, 사실 이것도 교화하는 방편설이니라.

그러니 道 또한 배울 수 없는 것으로서,

뜻을 두고 알음알이를 배우게 되면 道에는 도리어 어둡게 된다.

道에 일정한 방위와 처소가 없는 것이니,

첫째로 알음알이를 짓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너에게 말한 것은 뜻으로 헤아림이 다해 버린 바로 그 자리가 道라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뜻으로 헤아림을 다하면 마음에는 방위도 처소도 없느니라.

 

이 道라는 것은 천진하여 본래 이름이 없다.

다만 사람들은 이것을 알지 못하고 뜻으로 헤아리는데 미혹되었으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나오시어 이 일을 자상히 말씀하신 것이니라.

그러나 너희 모든 사람들이 깨닫지 못할까 걱정하셔서 방편으로 "道"라는 이름을 세우셨으니,

이름에 얽매여서 알음알이를 내서는 안되느니라.

 

그러므로 말하기를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잊어 버려라"고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자연히 道에 통달하고 마음을 알아 본래의 근원에 도달한 이를 사문(沙門)이라 부른다.

사문이라는 자리는 생각을 쉬어서 이루는 것이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니라.

그런데도 너희들은 남의 집에 세살이 하듯,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구하면서 배워서 얻으려 하니, 될 까닭이 있겠느냐?

 

옛 사람들은 영민하여 한 말씀 들으면 당장에 배움을 끊었다.

그래서 그들은 " 배울 것이 끊어진 할일없는 한가로운 도인"이라고 했다.

반면 지금 사람들은 하많은 알음알이를 구하고, 널리 글의 뜻을 캐면서 그것을 수행이라고 하지만,

넓은 지식과 견해때문에 도리어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이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젖만 많이 먹일 줄 알지 소화가 되는지 도통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3승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다 이 모양인지라,

모두 " 먹고 소화시키지 못한 자"라고 부르느니라.

이른바 알음알이가 녹아내리지 않으면 모두가 독약이 된다는 것이니라.

알음알이는 생멸의 측면에서나 있는 것이지,

진여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일은 전혀 없느니라.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나의 왕궁 곳간에는 이러한 (분별의) 칼은 없다"고 하였다.

 

이제껏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깨끗히 비워 버리고 거기에 어떻한 분별도 없다면

곧 그것이 공여래장(空如來藏)이니라.

이 여래장에는 한 티끌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니,

이는 곧 "있음을 부수는 법왕이 세간에 출현하심" 바로 그것이니라.

 

또 말씀하시길,

"나는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조금이라도 얻었다 할 법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오로지 사람들의 알음알이를 비우기 위해서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알음알이가 녹아지고,

안팍으로 뜻(情)이 다하여 어디에고 의지하거나 집착함이 없다면,

이런 이가 일없는 사람이니라.

 

그물같은 3승의 가르침은 근기에 따라 치료하는 약이어서,

그때 그때 편의에 따라 말씀해 주신 것이요,

때에 맞추어 시설하신 것이므로 각각 말씀이 다르다.

다만 요달하여 알기만 하면 미혹되지 않느니라.

 

무엇보다도 주의할 것은 한 근기를 대상으로 하신 말씀에 있어서

글자에 얽매여 알음알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무엇때문에 그러한가?

실로 여래께서 말씀할 만한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선종은 이런 일을 따지지 않는 것이니,

다만 마음을 그칠 줄 알면 쉬는 것이요,

다시는 앞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느니라."

 

                                                       -황벽선사의 전심법요,배휴거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