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엽서, 원시,별이

2018. 10. 31. 10:29성인들 가르침/향기로운 시


      -가을 엽서- 


한 잎 두 잎 나뭇 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이 있는지를


                        -안도현-





         -원시(遠視)-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 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오세영-





 

         - 별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나 또한 구름되고 바람 되고

천둥이 되어

그대 옆에 흐른다 해도 차마

나 알아보지 못하고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우리 다시 사람으로는 만나지 못하리.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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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뚜~벅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