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마땅히 이와같이 머물러야 한다."에 대하여(1)

2013. 7. 17. 20:22성인들 가르침/금강경

 

 

금강경에서,  

제1분은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 있을 때에 성안에 들어가 몇집을 다니면서 밥을 얻어서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난 후에, 옷을 바로 차려입고 발을 씻고는 자리를 깔고 앉아서 제자들과 법담을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읍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금강경 해설서들이 비슷 비슷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즉, 석가모니가 깨달은 성자이시고, 비록 제자들이 수천명이나 되지만, 밥을 빌 때는 직접 스스로 집집마다 다니며 밥을 얻어서 자기 본거처로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는 다시 발을 씻고 옷을 바르게 차려입고 자리를 펴고 앉아서 제자들과 법담을 나누는 장면이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읍니다.

부처님과 그 제자 식구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사 풍경을 꼼꼼히 묘사한 것이지만, 이것이 바로 궁극의 절대지혜인 삼먁삼보리심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설들을 하고 있읍니다. 깨닫지 못한 범부들은 아직 이해할 수 없지만, 깨달은 사람에게는 일상사의 밥먹고 잠자고 산책하고 잠자는 일등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사 자체가 그대로 절대 궁극의 참나가 그대로 드러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절대참나를 깨쳐야지 이 평범한 일상사가 모두 깨달음의 지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겠지요. 

그래서 보통 범부가 깨닫기 위해서 어떻게 마음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내용이 다음 2분부터 나옵니다. 

제2분에서는 장로 수보리가 많은 제자들을 대표해서 부처님에게 질문을 드리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 구라마집본의 한문 원문과 해석분을 그대로 실어 보겠읍니다.

 

제2 善現起請分(선현기청분)-수행방법에 대한 문답

時長老須菩提在大衆中(시장로수보리제대중중), 卽從座起(즉종좌기),偏袒右肩(편단우견), 右膝着地(우슬착지),合掌恭敬(합장공경)

而白佛言(이백불언)

" 希有世尊(희유세존) 如來善護念諸菩薩(여래선호념제보살) 善付囑諸菩薩(선부촉제보살) 世尊(세존)! 善男子 善女人(선남자 선여인) 發阿뇩多羅三莫三菩提心(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應云何住?(응운하주) 云何降伏其心?(운하항복기심)

佛言(불언) 善哉 ! 善哉 ! (선재선재) 須菩提(수보리) 如汝所說(여여소설), 如來善護念諸菩薩(여래선호념제보살) 善付囑諸菩薩(선부촉제보살)

汝今諦聽(여금제청) 當爲汝說(당위여설) 善男子 善女人(선남자 선여인) 發阿뇩三먁三菩提心(발아뇩삼먁삼보리심) 應如是住(응여시주) 如是降伏其心(여시항복기심)

유연(唯然) ! 世尊(세존) 願樂欲聞(원요욕문)]

 

[이때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사뢰어 말했다.

 

"드물게 계신 세존님,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을 잘 보호하고, 모든 보살을 잘 부촉하십니까?

세존님,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려면 마땅히 어떻게 (수행해서) 머물며 그 마음을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 그래 착하다 착해!, 수보리야!  그대 말처럼 여래는 모든 보살을 보호하고 생각해 주며 모든 보살을 보살펴준다.

그대는 자세히 듣거라. 마땅히 해야 할 것을 그대에게 말해주겠다.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아뇩삼보리심을 내려면 마땅히 이와같이 머물며,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참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즐겁게 (더)듣기를 원합니다." ]

 

위의 문장 중에서, 지금 여기서 주로 다루어야 할 문장만 간추려 보겠읍니다.

수보리 :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아뇩다리삼막보리심을 내려면 마땅히 어떻게 수행해서 머물며, 그 마음을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

세존 :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아뇩삼먁삼보리심을 내려면 이와같이 머물고 이와같이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다시 위의 문장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선남자 선여인은 요샛말로 일반 생활인 또는 일반 재가 구도자를 말합니다.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은 한문번역은 無上正等覺(무상정등각)이라고 하는데 굳이 우리 말로 억지로 번역을 하자면 "위없는 최고의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요즘 수행계통에서 흔히 쓰는 말로 <절대진아 깨달음>, <절대 참나 깨달음> 또는 <절대자각상태>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절대자각의 맨 마지막 바탕에 도달한 상태를 표현한 단어입니다.

따라서 수보리는 부처님에게 "일반 남녀 보통 생활인이 절대진아를 깨달으려면 마음을 어떻게 머물게 하며, 어떻게 망상을 제압할 수 있겠읍니까?"라고 현대 대화체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깐 부처님 대답이 " 일반 구도자들이 절대진아를 깨달으려는 구도심을 낸다면 이와같이 마음을 머물고, 이와같이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이렇게 대답했읍니다.  

수보리가 묻는 것은 구도자라면 아주 당연하게 누구나 질문하고 싶은 구도자들의 기본적 질문이지만,

부처님이 대답한 내용은 <이와같이~>라는 알아들을 것 같으면서도 영~ 아리송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뜻으로도 들리는 것이죠.

제가 금강경을 꽤 오래전 부터 읽어 보았지만, 그 많은 해설서를 자세히 읽어 보았어도 속 시원하게 이 <이와같이 머물라>라는 구절에 대하여 명확하게 해설해 논 책을 지금까지도 한권도 본적이 없읍니다.

기존의 대부분의 해설서들은 <이와같이 머물라>라는 말이 다음에 나올 3분에서 부처님이 말씀 하시는 내용(모든 존재의 무리에 알로 까는 것 등- - 이하 문장)을 가리킨다고 설명합니다만, 그것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이야기할 내용을 미리 가리켜서 <이와같이 머물고 이와같이 마음을 항복받으라>고 결론부터 미리 앞서서 이야기하는 경전은 별로 없읍니다. 

그래서 이 무한진인이 책방을 순회할 때는 금강경 해설서만 보면 이 문장을 주로 펴 보지만, 언제나 이 <이와같이 머물라>라는 말에 대하여 항상 궁금증이 목에 가시 걸려 있듯이 께름찍하게 걸려 있었던 문제 중의 하나였읍니다. 

 

그러면 이 <이와같이 머물고, 이와같이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에서 <이와같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와같이>는 바로 수보리가 지금 <어떻게 마음을 머물 것인가?>하는 의문(?)상태 그 자체 마음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이 절대진아에 대하여 전혀 알수 없는 궁금증에 부딪쳤을 때에 그 문제에 깊히 몰입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 바로 부처가 <이와같이>라고 지적한 수행방편입니다.

수보리의 궁금해 하는 의문상태는 절대진아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기본 밑천이자 추진력이 되는 것입니다.

수보리의 의문은 <어떻게 마음을 머무는 수행을 하며, 어떻게 무시로 생겨나는 망상을 없애야 할까?>하는 어떤 따로 해야 될 방편론을 물어 보았는데, 오히려 부처님은 바로 그 아무 것도 몰라서 의심하는 그 마음상태 자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 몰라서 의심하는 마음 상태로 망상을 제압하라는 말씀입니다. 

"이와같이 마음을 항복시켜라"라는 말은 의정(疑精)으로 마음을 꽉 채우라는 말과 같읍니다. 그러면 의문으로 꽉찬 마음 때문에 망상이 일어날 틈새가 조금도 없는 것이죠.

그래서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바로 그와같이 마음을 머물며, 그와 같이 마음을 항복시켜라"고 대답합니다.수보리의 질문 그 자체를 즉각 되돌려서 답(그와같이)으로 다시 준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수보리의 질문 내용에 관계없이 그 의문자체를 그대로 곧 바로 수보리에게 되돌려 주어 지적해 주었기 때문에 수보리가 이것을 즉각 받아서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못 알아차렸는지는 잘 모르겠읍니다. 아마도 못 알아 차린 것 같읍니다. 그러니깐 다시 제 3분부터 부처님의 보조설명이 계속 이어진 것이죠.

 

다음 회에는 동일한 문장(이와같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 서서 이야기해 보겠읍니다. 

 

                                                                       -무한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