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 공부] 7.수행(1)
ㅇ. 당신은 진리를 보았는가?
[본문]
밀린다왕 : 스님께서는 법(진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나가세나 : 붓다의 제자들은 붓다의 가르침과 율법에 따라 살아 갈 뿐입니다.
[해설]
불교 계율에는 승려가 자신의 영적 성취를 드러내는 것을 금하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계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밝힌 불교 수행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ㅇ. 몸은 소중한가?
[본문]
밀린다왕 : 스님, 출가 수행자에게 몸은 소중한 것입니까?
나가세나 : 그렇지 않습니다.
밀린다왕 : 소중하지 않은 것이라면 왜 당신들은 자양분을 공급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까?
나가세나 : 우리가 몸을 기르고 보살피는 것은 마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보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상처가 소중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덧나지 않고 아물기 때문입니다. 붓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더러운 몸은 악취를 풍긴다.
마치 측간의 오물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알리라.
이 몸이 바보들의 놀이터라는 걸.
몸이라는 건
축축한 가죽 주머니에 싸여 있는
아홉개의 구멍이 난 종양 덩어리
여기 저기서 더러운 것이 흘러 내린다 - - - "
[해설]
본래 더럽고 깨끗한 것도 없지만, 세속적 차원에서는 차별이 있다.
"몸이 바보들의 놀이터"라는 것은 "중생은 업을 즐기는 존재"라는 말과 유사하다.
몸을 '자기"와 동일시하거나 '자기의 것'이라고 여기고(有身見) 집착하며 몸으로 얻는 온갖 쾌락을 탐하는 것이 중생이다. 그래서 '바보들의 놀이터'라고 하는 것이다. 몸은 옷과 같이 해지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마음과 불가분이므로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ㅇ. 선업의 힘
[본문]
밀린다왕 : 일백 년 동안 악하게 살아온 사람도 죽는 순간에 붓다를 생각함으로써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선한 사람도 단 한 번의 나쁜 행위로 인해 지옥에 갈 수 있다고 스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 : 대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조그만 돌이라도 배가 없이 물 위에 뜰 수 있습니까?
밀린다왕 : 그럴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 : 그러나 한 수레의 돌도 배에 실으면 물에 뜹니다. 선행은 큰 배와 같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해설]
염불의 본의는 소리내어 찬탄하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위덕과 불국토의 장엄을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정토경 계열의 대승경전이 형성된 시기를 기원전후로 본다면 <밀린다 팡하>가 저술된 시기와 겹칠 수 있다. 이 문답에서 악행을 한 사람도 죽는 순간에 염불을 하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얘기는 중국 정토종 계열에서도 일반화된 관념이다. 이러한 정토사상에 어떻게 <밀린다 팡히> 속에 편입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ㅇ. 수행은 왜 필요한가.
[본문]
밀린다왕 : 승려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애쓰십니까?
나가세나 :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고통이 그치고 (미래에) 또 다른 고통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밀린다왕 : 미래의 고통은 존재합니까?
나가세나 : 존재하지 않습니다.
밀린다왕 : 그렇다면 스님께서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고통을 없애려고 노력하시는 건 지나친 원려(遠慮)입니다.
나가세나 : 대왕께서는 타국의 왕들이 쳐들어 왔을 때 맞서 싸운 적이 있습니까?
밀린다왕 : 그런 적이 있습니다.
나가세나 : 대왕깨서 그때 비로소 보루와 성벽을 쌓고 군량미를 거두었습니까?
밀린다왕 :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가세나 : 그러면, 미래의 전쟁이라는 게 존재합니까?
밀린다왕 :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가세나 : 그렇다면 대왕께서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전쟁에 대비하신 건 지나친 원려라고 하겠습니다.
-서정형 역해 <밀린다왕의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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