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마음공부의 일상정진(4)

무한진인 2024. 10. 30. 22:24

 

후에 혜가대사가 삼조 승찬스님을 만났는데 승찬스님이 말하기를,

"제자의 몸에 풍병이 가득합니다. 화상께서는 죄를 참회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죄를 참회하는 것이 참죄(懺罪)입니다. 병은 죄에서 오니까 참죄하면 낫는다고 참죄해주기를 원한 것입니다. 혜가 대사가 "죄를 가져오라. 너에게 참죄를 해주리라"라고 했습니다.

그 죄가 마음이고 병이 마음이에요. 죄는 자성이 없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승찬스님이 조금 있다가 "죄를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혜가 대사가 "너에게 죄를 참회해 주어 마쳤느니라. "라고 했습니다.

똑같아요. 찾을 수 없는 그 마음이 나의 주인입니다.

찾을 수 없는 그 마음과 딱 만나는 것이 역대로 내려오는 마음공부의 전통입니다.

 

사람듫이 불안할 때 그 불안한 마음을 떠나서 밖으로 편안함을 찾으려는 것은

'장심외구(將心外求)입니다.

그런데 '불안한 이 마음이 무엇인가, 무엇인가.'하고 찾으면 본래 마음과 딱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흔히 누군가 미우면 그 사람과 막 싸운다든지, 그 사람의 이름을 벽에 붙혀놓고 막 때린다든지,

아니면 뒤에서 막 욕을 한다든지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속에서 열이 나서 속병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 해결이 안되는 방법이에요.

 

미울 때 '미워하는 이 마음이 무엇인가, 이 마음이 무엇인가, 무엇인가.'하고 찾으면 환하게 밝아집니다. 고함을 지를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를 달리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이 하나면 다 됩니다.

그것이 마음공부의 일상정진입니다.

마음은 자기가 일으켜놓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하는데 그 원리를 알아야 됩니다.

첫째는 '깨끗할 정(淨)', '마음 심(心)', 정심(淨心)입니다.

이 생각도 올바른 생각이 아니고 저 생각도 올바른 생각이 아니고,

무엇이든 한 생각 일으키면 그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닙니다.

마음은 걸래로 닦아 창소하듯이 깨끗해지는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음을 맑히는 정심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화엄경>의 [여래출현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若有欲知佛境界 (약유욕지불경계)

當淨其意如虛空 (당정기의여허정)

遠離妄想及諸取 (원리망상급제취)

令心所向皆無礙 (영심소향개무애)

 

만약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그 생각을 깨끗이 해서 허공과 같게 하라.

망상과 모든 집착을 멀리 여의어서,

마음이 향하는 곳마다 걸림이 없게 하라.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정심(淨心)이면 됩니다. 생각을 맑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각을 맑히려면 '이념(離念)'을 해야 돼요. 생각을 여의어야 합니다.

이념이 입문(入門)입니다. 생각을 여의어야 문에 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란 게 그리 쉽게 없어지나요?

생각으로 인정받으려고 딱 달겨드는 사람이 있어요.

 

문제가 여기 있습니다.

생각을 여의는 것이 공부인데 여전히 생각으로 '내 생각이 옳습니다. 틀림이 없습니다.'

이 따위로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마음 공부를 했다며 스승을 찾아갈 때마다 몽등이만 날아 옵니다. 정심(淨心)은 이념(離念)이니, 생각을 여의면 청정합니다.

일체 망념을 일으키지 아니하면 그것이 청정심(淸淨心) 이라는 말씀입니다.

망념을 여의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마음공부 수행법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합니다.

 

不取外相 (불취외상)

攝心內照 (섭심내조)

常自擧覺 (상자거각)

只管提撕 (지관제시)

 

밖으로 취하지 말고

마음을 거두어서 안으로 보라.

항상 스스로 들어서 챙기고 살펴라.

오직 챙길 뿐이다.

 

마음 공부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밖의 것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물질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고 명예를 구하는 등, 자꾸 밖의 것만을 구하는 것이 마음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밖의 것을 구하지 않고 어떻게 살수 있느냐? '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하기는 하되 구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유구개고(有求皆苦)입니다. 구하는 바가 있으면 괴롭습니다.

밖으로 취하지 말고 마음을 거두어서 안으로 보아야 합니다.

'상자거각'의 거각은 각찰(覺察)이라는 말입니다.

챙겨서 살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관제시(只管提撕)는 오직 챙길 뿐이라는 말입니다.

오직 챙기면 됩니다.

이것이 마음 공부하는 핵심이고 일상정진하는 방법입니다.

 

무엇인가,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이것이 무엇인가!

무엇인가, 무엇인가!

 

                                                      - 종범스님 법문집 <한생각 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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