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불교경전

[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6)

무한진인 2024. 9. 17. 21:07

 

ㅇ. 진리의 맛

 

[본문]

밀린다왕 : 바다는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립니까? 또 어떻게 해서 바닷물은 어디에서나 같은 맛입니까?

나가세나 : 물과 소금의 혼합물이라서 '바다'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물과 소금이 서로 섞였기 때문에 어디서나 같은 맛을 지니는 것입니다.

[해설]

<밀린다팡하>는 가깝게 잡아도 2000년 전에 쓰인 책이다. 당시 서북 인도의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한정된 필사본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후세의 가탁(假託)과 편집을 거치면서 또 심각하게 변형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아무런 단서가 없다. '바다'를 뜻하는 빨리어는 samudda인데, 이 단어는 sama(균일한) + udda(물)의 합성어이다. 단어의 뜻풀이가 아니라면 이 문답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아마도 경전의 다음 문구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바닷물이 소금의 짠맛 한 가지이듯이, 법(法, 여기서는 붓다의 가르침)도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라는 한 가지 맛이다. "

 

ㅇ. 지혜의 힘

 

[본문]

밀린다왕 : 가장 미세한 것도 쪼갤 수 있습니까?

나가세나 : 그렇습니다. 지혜는 모든 미세한 것들을 깨뜨립니다.

말린다왕 : '모든 미세한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나가세나 : 미세한 것들은 모두 법(dhamma)입니다. 그러나 모든 법이 미세한 것은 아니고, 거친 것도 있습니다. 미세하고 거친 것은 개념입니다. 쪼갤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지혜에 의해 쪼개지지만, 지혜를 조갤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해설]

법(dhamma)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여기서는 '인식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사물을 가리킨다. 불교에서 지혜는 금강석(다이아몬드)에 비유한다. 지혜의 상징인 금강저(金剛杵)는 본래 다이아몬드로 만든 절구공이를 말하고, 반야검(般若劍) 역시 다이아몬드로 만든 지혜의 칼이다. (상징이 그렇다는 말이다). 다이아몬드는 다른 것에 의해 깨뜨려지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깨드리기 때문에 중생의 무명(無明)을 깨드리는 지혜를 싱징한다.

 

ㅇ. 인식작용의 구분

 

[본문]

나가세나 : 붓다께서는 참으로 놀라운 능력을 가지셨습니다. 이러한 것은 감촉(觸)이고, 이러한 것은 느낌(受)이며, 이런한 것은 지각(想)이고, 이것은 의사(思)이며, 또 이러이러한 작용은 마음(心,citta)이라고 지각작용에 결부된 정신현상을 일일이 구분해서 설명하셨습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밀린다왕 :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가세나 : 어던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손으로 바닷물을 한 웅큼 떠서 맛을 보고 나서,

"이것은 갠지스강에서 온 것이고, 이것은 줌나강에서 온 것이며, 이것은 간닥 강에서 흘러온 물이다."라고 구별해서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밀린다왕 :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나가세나 : 지각작용에 결부된 정신현상을 구분하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해설]

붓다는 '분석의 대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리현상을 구분하고 문석하는 능력이 뒤어났다. 그것은 카필라성의 왕자시절에 배운 논리학과 수사학 등의 영향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선정을 통한 마음 수련의 결과라고 하겠다. 마치 어두운 방에 새어들어온 햇살에 미세한 먼지의 율동이 환히 보이듯이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는 미세한 심리의 움직임까지 구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가르침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해 놓았기 때문에 뒷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숙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서정형 역해 <밀린다왕의 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