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가르침/종범스님법문

마음공부의 일상정진(3)

무한진인 2024. 9. 13. 21:30

 

달마대사를 혜가 스님이 찾아갔을 때의 그 유명한 법문이 <경덕전등록>에 나옵니다

 

曰 (왈)

諸佛法印 可得聞乎 (제불법인 가득문호)

師曰 (사왈)

諸佛法印 非從仁得 (제불법인 비종인득)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람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스님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 혜가 스님에게

달마대사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람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달마대사의 가르침은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의 가르침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혀 얻지 않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은 연(緣)이 되는 것입니다.

종자가 나오려면 흙이 있고 햇빛이 있어야 하듯이 사람은 연(緣)이 됩니다.

여기서는 인(因)이 발심수행(發心修行)입니다.

 

매일 스승 자랑만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스승은 연(緣)일 뿐입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서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자가 구도자이지

스승 자랑만 하고 돌아다니면 어쩌자는 것입니까?

스승이 밥을 먹으면 자신도 배가 부릅니까? 그것이 아니잖아요.

몸소 그 가르침의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워서 열매를 내 몸에서 맺게 하는 그것이 해야 할 도리입니다.

 

역대로 훌륭한 사람들은 다 스승없이 깨달았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은 그 부모보다 다 잘 되었지 부모 시킨대로 한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데 부모가 되면 자식들에게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자식을 망쳐요. 역사에서 한 번 보십시오.

훌륭한 제자들이 스승 시킨대로 뒤따라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그 법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 스승, 저 스승 찾아 다녔지만, 어느 스승의 법도 따르지 않고 당신이 직접 깨달아서 중생에게 길을 이끌어주셨습니다.

사람으로부터 얻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이런 뜻입니다.

그리고 혜가 스님과 달마 스님의 다음 문답이 이어집니다.

 

曰(왈) 我心未寧 乞師與安 (아심미령 결사여안)

師曰(사왈) 將心來 與汝安 (장심래 여여안)

曰(왈) 覓心了不可得 (멱심료불가득)

師曰(사왈) 我與汝安心竟 (아여여안심경)

 

(혜가)왈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님께서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달마)사왈 마음을 가져와라, 너를 편안하게 해 주리라.

(혜가)왈 마음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달마)사왈 내가 너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마쳤느니라.

 

혜가 스님이 달마대사에게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스님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대한 달마대사의 법문이 무엇인지 다들 아시지요?

"마음을 가져오라." 달마대사는 혜가 스님에게 "마음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불안한 마음이 꽉 차 있는데, 그 마음을 가져오면 너를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하니 그 마음을 얼마나 골똘이 찾아겠습니까? 그런데 마음을 찾아 보아도 찾을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니까 달마대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마쳤느니라."

이것이 마음 법문입니다.

 

찾아보면 알아요. 거기에는 말이 붙을 수 없어요.

예를 들면 이 안경에 아무런 생각을 붙이지 말고 이것을 한 번 보세요.

모든 생각을 다 거두어내고 딱 보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몸의 주인이고, 하늘의 주인이고, 땅의 주인입니다.

아무 생각도 붙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공적영지(空寂靈知)입니다.

공적하고도 신령스럽게 아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늘보다 먼저 생겼고, 땅보다도 뒤에 있고,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고 듣는 데 항상 소소영영(昭昭靈靈)란 것입니다.

'그 마음을 가져오라'는 말씀에 찾았을 때 딱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달마 대사가 혜가 스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공부의 전통입니다.

 

                                                            -종범스님 설법집 <한 생각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