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문경 공부] 6.마음(2)
선악과 고락
[본문]
밀린다왕 : 선(善)한 상태가 즐겁습니까, 악(惡)한 상태가 즐겁습니꺄, 혹은 이도 저도 아닌 무기(無記)상태가 즐겁습니까?
나가세나 : 선한 상태일 수도 있고, 악한 상태일 수도 있으며, 무기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밀린다왕 : 그러나, 나가세나 스님, 만약 선한 상태가 고통스럽지 않고 고통스러운 상태가 선하지 않다면, 고통스러운 선한 상태는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해설]
페살라에 따르면 , " 선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고통스럽지 않지만 우리는 집착과 증오심 때문에 선행을 하기 어렵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번뇌다. 선하지 못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미망과 무지로 인해 그런 행위를 즐긴다."
[본문]
나가세나 : 대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한 손에는 뜨거운 쇠를 잡고, 다른 손에는 차가운 얼음덩어리를 잡고 있다면 양손 모두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요?
밀린다왕 : 당연히 그렇겠지요.
나가세나 : 그렇다면 대왕의 전제는 잘못되었습니다. 만약 양손 다 뜨겁지 않은데 뜨거운 쇠를 쥔 손이 고통스럽고, 양손 다 차갑지 않은데 얼음을 잡은 손이 고통을 느낀다면 고통은 뜨거움이나 차가움에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해설]
양손에 각각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든 사람의 경우,
뜨거움이 고통을 준다면 양손 다 고통을 느끼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차가움이 고통을 준다면 양손 모두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뜨거움만 고통을 주거나 차가움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고 둘 다 고통을 준다는 말이다.
애초의 밀린다왕의 질문(선한 상태는 즐거운 것이다)을 상기하면,
선한 상태만 즐거움을 주거나 악한 상태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선해도 즐겁거나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악해도 그럴 것이라는 비유이다.
[본문]
밀린다왕 : 저는 스님과 논쟁할 수 없습니다. 부연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나가세나는 밀린다왕에게 아비담마를 설명했다.)
나가세나 : 세간의 6 가지 즐거움과 출세간의 6가지 즐거움이 있고,
세간의 6가지 슬픔과 출세간의 6가지 슬픔이 있으며,
세간의 6가지(無記, 즐겁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느낌)와 출세간의 6가지 무기가 있어서 모두 36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이 36가지 느낌이 과거, 현재, 미래에 각각 있기 때문에 전부 108가지 느낌이 있습니다.
[해설]
언뜻 보면 마지막 문단은 위의 논의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뜨거운 쇠와 차가운 얼음을 들어서 까다로운 논리를 구사하는 듯해도 나가세나의 논지는 단순하다. 선한 상태든 악한 상태든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끝에서 아비담마 심리학을 제시한 것은,
출세간의 청정한 삶(즉 선한 상태)에도 6 가지 즐거움과 6 가지 고통과 6 가지 무기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 서정형 역해 <밀린다왕의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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