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트 족첸 명상 (17)
단박에 깨침과 점진적인 깨침(頓悟와 漸悟)
깨달음의 세 단계를 체험할 때, 두 가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단박에 깨우치는 것입니다.
수행자가 꾸밈없는 마음의 본성을 깨달을 때,
생각과 감정이 자신이 아닌 환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족첸의 선지식인 빠뛸 린포체의 헌신적인 제자인 뇨술 룽툭의 일화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청정본각을 깨달았는지 확신이 없었기에 스승에게 족첸에 관해 여러 번 물었습니다.
가끔 빠뛸 린포체는 족첸 사원 위 언덕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보며 수행을 하곤 했습니다. 그와 함께한 룽톡은 가까이에 서서 스승에게 족첸 가르침에 대해 질문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 어느 고요한 밤에 빠뛸 린포체는 룽톡에게 물었습니다.
"룽톡, 너의 본성을 깨달았느냐?"
룽톡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빠뛸 린포체는 말했습니다.
"룽톡, 내 옆에 누워 하늘을 보거라."
룽톡은 스승의 지시대로 했습니다.
스승이 물었습니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보이는가?"
"네, 보입니다."
"족첸 사원에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가?"
"네, 들립니다."
"우리 목소리가 들리는가?"
"네, 들립니다."
"룽톡, 이게 바로 선정(禪定)이란다.
이 간단한 가르침으로 뇨술 룽톡은 자신의 마음의 본성을 깨우쳤고,
계속해서 그의 청정지각에 온전히 머물렀습니다.
이렇듯 스승에게 헌신적인 제자가 깨달음을 얻고자 정진할 때
마음의 본성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스승의 힘입니다.
마음의 본성에 대해 높은 깨달음이 있는 자격을 갖춘 선지식과 감사의 헌신을 갖춘 제자에게 드물게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수행을 하게 되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이 그저 오가는 정신현상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마음의 청정한 상태에 가까워지고 점차적으로 자신의 정신현상이 환영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돈오'와 '점오'는 수행자의 '근기'와 적절한 '인연조건'에 띠라 일어납니다.
만병통치약
모든 문제는 정신현상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청정본심 수행을 통해 정신현상을 다루는 법을 익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 모든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과 다름없습니다.
마음의 본성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모든 정신적, 감정적 동요를 치유합니다.
우울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어찌해야 할까요?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현재 이 순간에 마음을 쉬며 청정본심에 머물며
정신현상은 일시적이고 환영이라는 걸 상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불안과 동요가 가라앉게 됩니다.
이 가르침에 따른 수행을 하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청정본심일 때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혼란스럽거나 어려움이 가득하더라도 마음이 명징하고 일어나는 일에 대해 사랑, 연민, 즐거움, 평등으로 적절하게 대응합니다.
청정본심 안에서 우리의 의식은 정신현상이나 에고의 짓눌림없이 자신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 중요한 상황이거나 별 볼일 없는 상황이 모두 깨달음의 재료들입니다.
마음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에 깨달음을 지닌 채, 영화를 보러 가고 밥을 잘 먹고 불행한 상황에 대응하고 새 신발을 삽니다. 우리는 깨달음과 일상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세간의 즐거움을 거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정함을 인식하고 나면 '멋진 남자 친구가 있으니 만족스러워',
'좋은 직업이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와 같은 정신적, 감정적 안정이 외부 환경에 의존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무조건적인 행복의 능력이 청정본심 안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깊고 지속적인 정신적, 감정적 안녕은 깨달음과 함께 옵니다.
우리가 청정본심을 깨닫고 체험할 때, 치유는 내면으로부터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자신의 고유한 마음으로부터 옵니다.
누구도 우리의 청정본심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올갠 초왕 린포체 지음, 수연 옮김 <프리스틴 마인드> 운주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