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 2024. 1. 26. 21:19

641. 아육왕시반아마륵과인연경(阿育王施半阿摩勒果因緣經)

 

아육왕은 여래의 법을 매우 공경하고 믿게 되었다. 그 때 왕이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여래의 법 안에서 큰 보시를 행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비구들이 왕에게 말했다.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가장 큰 보시를 행하였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그는 얼마만큼의 보물을 보시하였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억천금을 보시하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는 장자임에도 억천금을 버렸는데, 하물며 나는 지금의 왕인 처지로 어찌 또 억천금으로 보시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억백천금으로 보시해야 할 것이다.'

그 때 왕은 8만 4천 불탑(佛塔)을 일으키고, 그 각각의 탑 속에 다시 백천금을 넣었고 다시 5년 동안 큰 모임을 열었다. 그 모임에 3백 천 명의 비구들이 모이자, 3백 억금을 들여 그 비구 대중들에게 공양하였는데, 제1분은 아라한이요, 제2분은 학인(學人)이요, 제3분은 진실한 범부들이었다.

그는 자기 개인 창고만은 제외하고, 이 염부제의 부인(夫人)·채녀(女)·태자(太子)·대신(大臣)들을 거룩한 스님들에게 보시했다가 다시 40억금을 갚고 도로 찾았으니, 이렇게 계산하면 96억천금을 썼던 것이다.

이윽고 왕이 중병을 얻게 되었을 때 왕은 목숨이 끝나려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그 때 라다굴다(羅陀?多)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왕이 과거 세상에 부처님께 땅을 보시할 때의 어린 친구였다. 그 때 그 대신 라다굴다는 왕이 중병(重病)으로 목숨이 끝나려 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게송으로 왕에게 물었다.

얼굴은 언제나 곱고 빛나고

백천 채녀들 둘러쌌을 때에는

비유하면 마치 저 연꽃에

꿀벌들이 모인 것 같았었는데

이제 거룩한 왕의 모습 뵈오니

그 곱고 빛남 흔적도 없구나.

왕이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재물과 왕의 자리와

내 이 몸과 또 많은 친족과

그리고 또 갖가지 보배를 잃더라도

걱정될 것 조금도 없다네.

내 이제 다만 근심스러운 것은

다시 또 현성들을 뵙고

네 가지 일로 공양하지 못함일세.

나는 지금 오직 이런 생각으로

얼굴빛은 자꾸만 변해 바뀌어가니

마음이 편할 날이 없노라.

또 내가 항상 원한 것은 억백천금으로써 공덕을 지으려 한 것이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게 된 지금에, 그 동안[前後] 보시한 금·은의 보배를 계산해 보면 다만 4억에도 차지 않는구나. 그리고 왕은 곧 온갖 보배를 마련하여 계작사(鷄雀寺)6)로 보냈다. 법익(法益)의 아들 삼파제(三波提)는 태자와 여러 신하들을 위해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오래지 않아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보배들을 절로 보내버리면 창고의 재물은 다 고갈되고 말 것입니다. 대개 왕들의 법은 재물이 있어야 존귀해지게 마련이니, 태자께서는 이제 이것을 중단시켜서 대왕께서 다 써버려 소진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태자는 곧 창고지기에게 다시는 대왕이 쓸 물품을 꺼내 주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그 때 대왕은 어떤 물품을 구하더라도 다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자기가 사용하던 금 밥그릇을 절로 보냈다. 그러자 태자는 금 밥그릇의 공급을 끊고 은 밥그릇을 주었다. 왕은 그것으로 밥을 먹고는 다시 절로 보냈다. 그러자 또 은 밥그릇의 공급도 끊고 구리 밥그릇을 주었는데, 왕은 또 그것을 절로 보냈다. 그러자 또 구리 밥그릇의 공급을 끊고 옹기 밥그릇을 주었다. 그 때 대왕의 손에는 아마륵(阿摩勒) 열매가 있었다. 왕은 슬피 울며 여러 대신들에게 말했다.

지금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그러자 여러 대신들이 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 이 땅의 주인이십니다.

그러자 왕은 곧 게송으로 말했다.

그대들이 내 마음을 받들어 살핀다면

어느 틈에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왕의 자리에 앉았어도

조금도 자유롭지 못한다.

아마륵 열매 반 조각이

지금 여기 내 손에 놓여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내 소유물로서

나는 이것에 대해서만 맘대로 할 수 있다.

아아! 높고 부하고 또 귀한 것

그것은 싫어하고 버려야 할 것이라네.

전에는 염부제를 통치했건만

이제 하루 아침에 가난한 처지가 되었구나.

저 항하(恒河)의 빨리 흐르는 물이

한 번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부함과 귀함도 또한 그러하나니

가버린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네.

또 부처님 게송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다.

무릇 성하던 것도 반드시 쇠하나니

쇠함으로 인해 마지막이 되느니라.

여래의 신묘하신 말씀은

진실하여 조금도 틀리지 않다.

예전에는 내가 한 번 영(令)을 내리면

신속하고 어겨본 적이 없더니

지금은 비록 내 요구 있어도

누구도 내 명령 좇는 이 없네.

마치 바람이 산에 막히고

비유하면 물이 언덕에 막히듯

내 지금 명령하는 것

이제는 아주 단절되고 말았구나.

한량없이 많은 무리 거느리고

북을 치고 또 고동을 불며

항상 온갖 풍류 울리면서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만끽할 때

수백 명의 채녀(女)들과

밤낮을 스스로 즐겨했거늘

이제 그것들 모두 없어진 것

나무에 꽃과 열매 없는 것 같네.

얼굴은 갈수록 말라빠지고

빛깔과 힘도 또한 그러하거니

고운 꽃 하염없이 시들어가듯

내 지금 그와 같구나.

그 때 아육왕이 시자(侍者)를 불러 말했다.

네가 지금 내 은혜를 기억하거든 이 아마륵 열매 반쪽을 계작사(鷄雀寺)로 가지고 가서 내 뜻이라고 하고 여러 비구들 발에 예배하고 아뢰어라.

'아육왕께서 여러 큰 스님 대중들께 문안드리며 하시는 말씀이 (나는 아육왕으로서 이 염부제를 통치(統治)하여 이 염부제는 내 소유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없어져 여러 스님 대중들께 보시할 보물과 재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재물에 있어서 자유가 없고, 지금은 오직 이 반쪽의 아마륵 열매에 대해서만 저는 자유로울 뿐입니다. 이것이 최후의 보시 바라밀입니다. 저를 가엾게 여기신다면 이 보시를 받아들여, 저로 하여금 스님들께 공양하는 복을 얻게 하소서)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이 반쪽의 아마륵 열매

이것만이 내 소유라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러므로 이제 스님대중께 드리나이다.

바라는 마음 성인께 있지만

다시는 나를 제도할 이 없어라.

저를 가엾게 여기신다면

아마륵 열매를 받아주소서.

저를 위해 이 보시 받아주시면

그로 인해 제 복은 한량이 없어

태어나는 세상마다 묘한 즐거움 받아

누리고 누려도 다함 없으리.

그 때 그 사자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그 아마륵(阿摩勒) 열매 반쪽을 가지고 계작사로 가서, 상좌(上座) 앞에 나아가 온몸으로 땅에 엎드려 절한 뒤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상좌를 향해 게송으로 말했다.

염부제를 온통 통치해

한 일산에 한 북을 매고

돌아다님에 걸림 없는 것

마치 해가 온 세상 비추는 듯하였네.

그런 업행(業行)의 과보도 이미 다 되어

이 세상에도 오래 살지 못하고

왕의 위엄과 덕망도 없어져

마치 해가 구름에 가리운 것 같아라.

그 이는 이름하여 아육왕(阿育王)

머리 조아려 스님 발에 예배하고

이 보시물(布施物) 여기에 보내왔으니

이른바 아마륵 반 조각이네.

미래 세상의 복을 원하여 구하나니

저 왕을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소서.

거룩한 대중들이여, 그 분을 가엾게 여기시어

이 반쪽 과일의 보시를 받으소서.

그 때 그 상좌가 여러 대중들에게 말했다.

누가 이 말을 듣고 세간(世間)을 싫어하지 않겠는가? 우리들은 이 일을 듣고는 세상을 싫어해 떠날 생각을 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부처님 경전에 말씀하신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의 쇠하는 일을 보거든 마땅히 세상을 싫어해 떠날 생각을 내어야 한다. 만일 알음알이가 있는 중생으로서 이런 일을 듣는다면 어떻게 세상을 버리지 않겠는가?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세상에서 최고인 사람의 왕

아육(阿育)의 성은 공작(孔雀)으로서

염부제(閻浮提)에서 자재한 이었건만

이제는 아마륵의 주인 되었네.

그 태자와 여러 대신들

다함께 대왕의 보시를 빼앗았기에

반쪽의 아마륵 열매 보내어

재물로 교만한 자 항복 받고

그에게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으니

어리석은 사람은 보시의 인과로

묘한 즐거움 받는 것 모르기에

반쪽의 아마륵 보내어 그것을 보였네.

그 때 그 상좌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이 반쪽의 아마륵을 여러 비구들이 갈라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는 그것을 곧 갈아서 석류(石榴)국에 넣어 비구 대중들에게 돌려 다 함께 골고루 먹게 하였다.

그 때 왕은 곁의 신하에게 다시 물었다.

누가 이 염부제의 왕인가?

신하가 왕에게 말했다.

바로 대왕이십니다.

그러자 왕은 곧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사방을 돌아보고 합장해 예를 올리고, 모든 부처님의 덕을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저는 이제 다시 이 염부제를 삼보(三寶)께 보시하나이다. 마음대로 쓰소서.'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지금 이 염부제에는

진귀한 보배 장식 많이 있으니

좋은 복전에 이것을 보시하면

그 과보 저절로 얻어지리.

나는 이 보시의 공덕으로써

저 천제석(天帝釋)이건

범왕(梵王)이건 또 인간의 왕이건

이 세상의 온갖 즐거움 구하지 않네.

그러한 따위의 과보들

나에겐 모두 필요 없나니

나는 이 보시의 공덕으로써

하루 빨리 불도(佛道)를 이루어

이 세상 존경과 우러름 받고

일체 지혜를 이룩하여

이 세상의 좋은 벗이 되고

가장 제일가는 길잡이 되리.

그 때 왕은 이 말을 모두 종이에 쓰고 그것을 봉한 뒤에, 이 도장[齒印]으로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하기를 마치고 이내 세상을 떠났다.

그 때 태자와 여러 대신·궁인(宮人)·채녀(女)들과 나라 안의 백성들은 갖가지 공양을 마련하여 장사를 치르고, 왕의 법을 따라 화장[?維]하였다.

그 때 여러 대신들은 태자를 옹립해 왕위를 잇게 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 가운데 아누라타(阿누?羅陀)라는 대신이 여러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태자를 왕으로 옹립할 수 없소. 왜냐 하면, 대왕 아육이 살아 계실 때 본래 10만억 금을 채워 모든 공덕을 지으려고 서원을 세웠었는데, 다만 4억 금이 모자라 10만을 채우지 못했었소. 그래서 이 염부제를 희사(喜捨)하여 삼보(三寶)에게 보시함으로써 그것을 완전하게 채우고자 하셨소. 때문에 이제 이 대지는 삼보에 소속된 것인데 어떻게 왕을 옹립할 수 있단 말이오?

그 때 여러 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곧 4억 금을 내어 절에 보내주고, 법익(法益)의 아들 삼파제(三波提)를 왕으로 옹립하였다. 그 다음에는 그의 태자 비리하파저(毘梨訶波低)가 왕위를 이었고, 그 다음에는 비리하파저의 태자 비리하서나(毘梨訶西那)가 왕위를 이었으며, 그 다음에는 비리하서나의 태자 비사수마(沸沙須摩)가 왕위를 이었고, 그 다음에는 비사수마의 태자 비사밀다라(沸沙蜜多羅)가 왕위를 이었다. 그 때 비사밀다라가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다.

내 마땅히 무슨 일들을 해야 내 이름과 덕망을 세상에 오래 머물 수 있게 하겠는가?

그 때 삼보(三寶)를 믿고 좋아하는 어질고 착한 여러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아육 대왕은 바로 왕의 조상입니다. 그 왕이 세상에 계실 때 8만 4천 개의 여래탑(如來塔)을 세우고 다시 갖가지 공양(供養)을 일으켜, 그 이름과 덕이 서로 전승(傳承)되어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왕께서도 그런 명성을 얻고 싶으시면 8만 4천 개의 탑을 세우고 갖가지 공양을 하십시오.

왕이 말했다.

아육 대왕은 큰 위엄과 덕이 있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나는 할 수 없다. 다시 다른 일을 생각해 보라.

그러자 그 가운데 부처님을 믿지 않는 나쁜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세상에는 오래도록 전해져서 사라지지 않는 두 가지 법이 있습니다. 첫째 착한 일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악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육 대왕은 온갖 착한 일을 하셨사오니 왕께서는 지금 악한 일을 행하여 8만 4천 개의 탑을 부숴 버리소서.'

그 때 왕은 그 간사한 신하의 말을 따라, 곧 네 종류의 군사를 일으켜 절로 가서 모든 탑과 절을 부수기로 하였다. 왕은 맨 먼저 계작사로 갔는데, 절 문 앞에 있던 돌사자가 곧 사자의 소리를 포효하였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산 짐승이 아닌데 능히 포효하는 소리를 낸단 말인가?' 하면서 성으로 도로 들어갔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거듭하면서 그 절을 부수려고 하였다.

그 때 왕은 모든 비구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그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나를 시켜 탑을 부수는 것이 좋겠소, 절을 부수는 것이 좋겠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둘 다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왕께서 부수고 싶거든 차라리 절을 부수고 불탑은 부수지 마십시오.

그러자 왕은 비구들을 죽이고 또 탑과 절을 파괴하였다. 이렇게 하여 차츰 바가라국(婆伽羅國)에 이르러 또 소리 높여 명령하였다.

만일 누구든 석가 제자인 사문(沙門)의 머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상으로 천 금을 주리라. 그 때 그 나라에는 한 아라한이 있었는데 신통으로 많은 비구의 머리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주어, 왕에게 가져가게 하여 왕의 창고에 있던 재물을 다 고갈되게 하였다. 그 때 그 왕은 아라한이 그와 같은 일을 꾀했다는 말을 듣고, 갑절이나 성을 내면서 그 아라한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 때 그 아라한은 멸진정수(滅盡正受 : 滅盡三昧)에 들어 있었는데, 왕은 한량없는 방편을 써서 그 성인을 죽이려 하였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그것은 아라한이 멸진정에 든 삼매의 힘으로 그 몸을 상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차츰 나아가 불탑 문 곁에 이르렀다. 그 탑 안에는 한 귀신이 살면서 그 탑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 귀신의 이름은 아치(牙齒)라고 하였다. 그 귀신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부처님 제자로서 중생을 죽이지 말라는 금계(禁戒)를 받아 지키고 있으니, 내가 지금 저 왕을 죽일 수는 없다.'

그는 또 생각하였다.

'저 위충(爲蟲)이라는 귀신은 흉악하고 사나우며 용맹스럽고 건장하여 온갖 악한 짓을 다 행한다. 그는 내 딸을 요구했지만 나는 주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바른 법을 보호하기 위해선 그에게 딸을 시집보내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그 귀신을 불러 말했다.

내 이제 내 딸을 너에게 주리라. 그러나 함께 서약(誓約)할 것이 있다. 너는 반드시 저 왕을 항복 받아, 온갖 악행을 저질러 우리의 바른 법을 파괴하여 멸하지 못하게 하라.

그 때 왕에게도 오다(烏茶)라는 큰 귀신이 있었는데, 위엄과 덕을 갖추었기 때문에, 저 위충 귀신도 그 왕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자 아치 귀신은 방편을 쓰기로 하였다.

'오늘날 이 왕의 위세는 오로지 이 귀신 때문이니, 나는 이제 거짓으로 서로 친한 체 하리라.'

이렇게 하여 그 귀신과 친구[知識]가 되었다. 매우 절친한 사이가 되자 곧 그 귀신을 남쪽 큰 바다로 데리고 갔다. 그 때 그 위충 귀신은 큰 산을 밀어 왕과 네 군사를 매우 친하게 되자 곧 귀신을 데리고 남쪽 큰 바다로 갔다. 그 때 저 위충 귀신은 큰 산을 밀어 왕과 네 군사들을 덮어 모두 죽여버리니, 여러 사람들은 '유쾌하구나[快哉], 유쾌하구나'라고 외쳤다. 그리하여 이것을 세상 사람들이 서로 전해 그 이름을 쾌재(快哉)라고 하였다.

그 왕은 마침내 멸망하고, 공작의 후손도 여기서 아주 끊어졌다. 그러므로 이 세상 부귀와 쾌락이란 탐할 것이 못된다.

아육 대왕은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이 세상은 덧없는 것이어서 몸과 목숨도 보전하기 어렵고, 오가(五家)7)의 재물도 허깨비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법을 밝게 깨달아 부지런히 행하고 꾸준히 정진하여 온갖 공덕을 짓고, 죽음에 다다라서는 삼보(三寶)에 마음을 매어 생각 내내 끊어짐이 없었으며, 아무 것도 아끼지 않고 오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多羅三?三菩提)를 완전히 이루기를 원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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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갈타국의 파탈리푸트라(pataliputra)성에 위치한 사찰로 아육왕(阿育王)이 세운 것임.

7) 준말로 세상재물은 왕(王)·도적[賊]·불[火]·물[水]·못된 자식[惡子]의 다섯 가지 것[五家]의 공유물로, 그것들을 따로 떼어서 혼자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의미이다. 이 다섯 가지는 세상 재물을 손감(損減)시킬 수 있다. (25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