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진인 2023. 12. 15. 21:50

그 때 그 상좌인 제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수라타 비구는 스스로 말하기를 (여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나는 다 갖추어 가졌다)고 하는구나.'

그 때 상좌에게는 안가타(安伽陀)라는 제자가 있으리니, 그는 차마 하지 못할 마음을 일으키고 매우 원통하고 분해하여,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성인을 꾸짖고 욕할 것이다.

'그대는 바로 하좌(下座) 비구로서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주제에 우리 화상(和上)을 꾸짖고 욕하다니.'

그리고는 곧 날카로운 칼을 들고 그 성인을 죽이고, 게송을 말할 것이다.

내 이름은 안가타로서

실사(失沙)의 제자이다.

그대가 스스로 덕이 있다 하기에

날카로운 칼로써 그대를 죽인 것이오.

그 때 대제목가(大提木?)라는 귀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는 오직 이 한 명의 아라한만 있었는데 악한 비구 제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구나.'

그리고는 예리한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그 금강저 머리 부분에 불을 붙여 가지고 그의 머리를 깨부수면 그는 곧 죽고 말 것이다. 그러면 게송을 말할 것이다.

나는 나쁜 귀신으로

이름은 대제목라 한다.

이 금강저로써

그대의 머리 부수어 일곱 조각 내었다.

그 때 아라한의 제자는 그 제자가 자기 스승을 죽이는 것을 보고 분함을 참지 못해 곧 삼장을 죽일 것이다. 그 때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이 슬피 울면서 '아아! 괴롭구나. 여래의 정법(正法)이 이제 갑자기 아주 사라지고 말았구나'라고 하면, 이내 이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할 것이고,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울부짖으면서 몹시 근심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아아! 오늘부터 정법(正法)은 세상에 다시 나타나지 않겠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제각기 흩어져 떠나갈 것이다.

그 때 구섬미국의 5백 명 우바새는 이 말을 듣고 절에 나와, 손을 들어 머리를 치고 높은 소리로 통곡하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아! 슬프다. 여래께서는 세상을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모든 중생들을 건져주실 때 크고 작은 구별이 없으셨는데, 이제는 누가 우리들을 위해 법의 이치를 말해 줄 것인가? 이제는 사람이나 하늘 중에서 해탈할 사람이 다시는 없겠구나. 오늘날 중생들은 아직 어둠 속에 있건만 인도해줄 사람이 없으니, 오래도록 온갖 악한 짓을 익혀 그것으로 즐거움을 삼는 것이 마치 들짐승과 같구나. 모니의 묘한 법을 듣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세 갈래 길에 떨어지고 만다. 비유하면 마치 유성(流星 : 별똥별)과 같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지금부터 이후로는 다시는 지혜[慧]·적정함[寂靜]·삼매(三昧)·열 가지 힘[十力]의 묘한 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 구섬미국의 왕은 모든 비구들이 진인(眞人)인 아라한과 삼장법사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슬픔과 고뇌가 생겨 앉아서 한숨지을 것이다. 그 때 모든 삿된 견해를 가진 무리들이 서로 다투어 탑묘(塔廟)를 부수고 또 비구를 해칠 것이다. 이로부터 불법(佛法)은 아득히 다 사라지고 말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석제환인(釋提桓因)과 사천왕(四天王)들과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법이 멸하는 모습은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지금 부지런히 노력하고 더욱 정진하여, 정법(正法)을 보호해 지녀서 이 세상에 오래 남아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그 때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제각기 슬픈 얼굴에 손으로 눈물을 이리저리 훔치며, 부처님 발에 정수리를 대어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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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유(中有)라고도 함.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의 중간상태(中間狀態)를 말함.

2) 경(經)·율(律)·논(論)의 3장(藏)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3장을 통달한 상좌(上座)를 가리키는 것으로 즉 아기니달다(阿耆尼達多)의 아들을 지칭한 말이다.

3) 이 부분이 고려대장경에는 불살사위인수경(不薩?爲人受經)으로 되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의미가 매끄럽지 못하다. 대만 발행 불광장경 각주에 의하면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 제183권에는 불락독처정려사유(不樂獨處精慮思惟)로 되어 있다고 하였으므로 역자도 그를 따라 번역해 둔다.

4) karmadana라고 한다. 도유나(都維那)라고도 함. 절 안의 대중(大衆) 업무를 맡아 관리하고 또 그들을 지도 감독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 큰 사찰에서는 상좌(上座)·사주(寺主)·도유나, 이 세 사람이 모든 승려들을 통제한다. 유(維)는 한자로 강유(綱維)라는 의미이고, 나(那)는 갈마다나(?磨陀那)의 나(那)를 취한 것. 또 강유(綱維)·차제(次第)·수사(授事)·지사(知事)·열중(悅衆)·사호(寺護)라고도 부른다.

5) alaka라고 함. 목주(木籌)·할부(割部)라고 함. 계산하는 사람이 수를 헤아리는 공구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