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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트 족첸 명상 (9)

무한진인 2023. 3. 16. 22:23

 

마음의 소란 지우기

미팜 린포체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생각들과 개념들이 마음 안에 떠오른다.

그것은 바다의 물결처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무의미한 수용,거부,기대, 두려움이 계속된다.

지어내는 불행에 완전히 지쳐 있다.

생각과 감정의 그물이 마음을 옭아맨다.

부주의한 반응은 자의식을 강하게 만든다.

몸속에서조차 이 습관이 따라온다.

명징하게 생각했다면

누가 내게 이런 짐을 지웠는지 물었을 것이다.

이 고통에 자신을 몰아넣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스스로 이 짐을 지웠으니

이 짐을 그만 내려놓는 것이 어떠한가?"

 

일상심에 있을 때 우리는 저장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살고 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넓은 다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멋진 집이 있고 그 집의 넓은 거실에는 많은 창문과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습니다.

정말이지 아름답고 편안하고 멋진 경험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집에 계속해서 신문, 썩은 음식, 좀 먹은 옷과 같은 쓰레기를 모은다면,

쓰레기가 가득 차서 주방에서 거실까지 가기도 어렵게 되겠죠.

이것이 바로 생각과 감정, 모든 정신현상들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저장강박증'이 있읍니다.

특히 마음에 무언가를 저장합니다.

우리는 오감이 있는 아름다운 청정본심을 가지고 있고,

이는 마치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창문 같습니다.

우리 마음이 청정할 때 청정한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모아 놓고 계속해서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모아 두면 세상에 대한 관심이 왜곡됩니다.

마음 속에 해로운 생각, 나쁜 습관, 건강하지 못한 믿음 체계와 유독한 정보를 저장하면 마음에 어수선함과 게으름이 늘어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쁜 습관, 번뇌, 해로운 생각의 더미를 쌓아 올립니다.

그러면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건 언제나 우리를 화나게 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매년 자기 파괴적인 습관과 비틀어진 믿음 체계를 수집해온 우리의 일상심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새로운 의견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래된 생각과 믿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정본심의 견해에서 보자면 새로운 생각과 오래된 생각이 모두 똑같습니다.

10년된 마음의 쓰레기는 새로운 쓰레기보다 특별하지 않죠.

그러나 일상심에선 우리가 모아온 생각과 믿음을 동일시 하며 '이게 나야' 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마음의 잡동사니와 동일시를 하게 되면 인생이 무척 힘듭니다.

 

하지만 청정본심의 깨달음을 통해 정신현상이 자신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멈추면 강박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더 이상 쓸모없는 물질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의 마음은 맑고 아름답습니다.

해마다 쌓아놓은 잡동사니들을 모두 치우고 청소한 다음,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고 예쁜 꽃들과 예술품들로 장식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하고 나면 너무 아름다워서 보는 즐거움이 생길 것입니다.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겠죠.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쾌적하고 편안함을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그저 지나가는 정신현상이며

그것들에 집중하지 않음으로써 증폭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찌꺼끼들을 치우게 되면,

우리의 경험이 매우 편안하고 충만하며 청정해 집니다.

세상을 경험하는 올바른 마음의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이러한 환경에 놓여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해 합니다.

마치 아름다운 집을 보며 '정말 아름다운 집이에요. 초대해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청정본심을 깨달을 때, 다른 이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인 것에 감사하고 우리 주변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되죠.

우리 마음이 더 아름다워지면 모든 이들이 더 행복해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마음의 찌꺼끼들을 비워야만 합니다.

 

청정본심을 개발하면 행복은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와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갑니다.

이 모든 것을 터득하고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집을 청소하는 것은 알았어도

마음을 청소할 줄 몰랐던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적어도 집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사라도 갈 수 있지만 마음은 어디로 옮겨 갈 곳이 없으니까요.

 

우리 마음이 청정한 것을 알고 정신현상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마음의 집을 청소하는 방법입니다.

매 순간 매일 이렇게 한다면 우리의 청정본심인 마음의 집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깨달음을 개발하면 마음의 집을 청소하는 것과 그 본연의 상태로 복귀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청정한 것을 깨달을 때, 우리의 경험은 완벽하게 변하고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상쾌하고 생기가 있으며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마음에 유독한 정신현상이 남아 있는 한, 인생의 많은 상황을 힘들게 받아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그것들을 잠재웠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버거운 상황들은 계속 되돌아옵니다.

그것들을 놓아버리는 방법을 알게 되어 청정본심에 머물 수 있으면,

우리는 다시 마음의 정상적인 상태에 머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가는 정신현상을 알아차리고 현재 상태에 머물며 정신현상을 녹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당장 여러분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마음을 지나가는 정신현상과 본래 마음인 청정본심의 사이가 분리되기 시작하면,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마음을 청소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집을 청소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마음을 청소하는 방법은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심에 머물지 않고 깨달은 마음의 상태로 지내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이것입니다.

 

티베트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지옥 중생들이 실은 그들의 자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옥에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들은 그곳에 익숙해져서 애착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망설입니다.

그러니 내면의 지옥에 집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미 우리 안에는 보다 나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찾으세요 !

 

-올갠 초왕 린포체 지음, 수연 옮김 <프린스틴 마인드> 운주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