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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다 왕문경 공부] 4. 윤회 (1)

무한진인 2023. 3. 10. 22:56

 

* 엄밀히 말해서 환생은 단지 "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해탈하기 전까지는 계속 모습을 바꾸어 가며 다시 태어나는 "윤회와는 다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같은 의미로 쓰였다.

따라서 문맥에 따라 환생과 윤회를 자유롭게 쓸 것이다.

 

ㅇ. 다음 생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가, 다른가

 

말란다 왕 : 나가세나 스님,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는 존재는 현생의 사람과 같습니까, 다릅니까?

나가세나 : 같은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닙니다.

밀란다 왕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나가세나 : 병에 든 우유를 예를 들겠습니다. 우유는 처음에 응유(凝乳,우유가 응고된 것)가 되고, 다음에는 버터가 되고, 그리고 정제 버터(ghee)가 됩니다. 이때 정제 버터와 버터와 응유가 우유와 같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우유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유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환생도 그와 같습니다.

 

해설 : 우유에서 버터까지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이해하면

① 무상(無常)과 ②연기(緣起)와 ③ 공(空)을 이해할 수 있고,

④ 이름이라는 것이 변화(있는 그대로의 실상)를 은폐하는 실체화의 덧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어린아이가 노인이 되는 것이나, 그 노인이 다음 생에 다시 어린 아이로 태어나는 것이나

변화의 정도가 다를 뿐 근본적인 차아는 없다.

 

ㅇ. 누가 환생하는가.

 

밀란다 왕 : 환생할 경우, 다시 태어나는 것은 무엇이빈까?

나가세나 : 마음(정신적인 요소인 名,nama)과 육체(물질적 요소인 色, rupa)입니다.

말란다 왕 : 바로 이 마음과 육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까?

나가세나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마음과 육체에 의해 행위(業)가 이루어지고,

바로 그 행위에 의해서 또 다른 마음과 육체가 환생하는 것입니다.

환생한 마음과 육체는 이전 행위의 결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말란다 왕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나가세나 : 어떤 사람이 불을 피워서 쬐고 난 다음에 타고 있는 불을 그대로 두고 어디로 갔다고 합시다.

만약 그 불이 번져서 다른 사람의 임야를 태우면 주인은 그에게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때 불을 낸 사람이 말하기를, "저는 이 사람의 임야에 불을 지른 적이 없습니다. 내가 피운 불은 저 사람의 임야를 태운 불과 다릅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의 무죄가 인정되겠습니까?

밀란다 왕 :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나중의 불은 처음의 불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나가세나 : 바로 그와 같습니다. 이 마음과 몸에 의해 행위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또 다른 마음과 육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환생하는 정신과 육체는 이전의 행위의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해설 : "다시 태어나는 것은 '명(名)과 색(色) 뿐"이라는 말은 '태어나는 존재(자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연과 업에 의존해서 정신현상(마음)과 물질현상(몸)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것은 '나'의 마음도 아니고, '나'의 몸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 개체의 현생에서의 변화와, 현생과 내생 사이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업(業)은 생각과 말과 신체적 '행위'를 뜻하는 말이지만, 그것이 반복될 때 경향성(行), 혹은 관성이 생기고, 이 관성으로 인해 다시 행위가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된다.

이렇게 업은 순환적으로 작용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순환고리를 끊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 있는데 , 불교적으로 보면 생각과 행동과 습관이 모두 업이다.

 

ㅇ.당신은 다시 태어나는가

 

밀란다 왕 : 스님은 다시 태어나게 됩니까?

나가세나 :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드렸듯이, 제 마음 속에 (애욕과 삶에 대한) 집착을 지닌 채 죽는다면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해설 : 불교적 통찰에 따르면, '나'라는 존재는 21세기가 간절히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태어난 것이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던져진'것이 아니다.

 

- 서정형 역해 <밀란다 왕의 물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