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법사의 조론공부1] 서장 -종본의
종본(宗本)이란 수립한 논리에 종지의 근본이 있었음을 제시한 것이다.
네 논문을 일시에 짓지 않았기 때문에 논문이 완성되고 나서 종본의로써 네 논문을 하나의 일관된 이치로 통괄하였다.
네 논문에서 으뜸의 근간으로 한 것은 한 마음이다.
즉, 일심(一心)이 종본인 것이다
이로써 객관의 현상인 만법과 인식의 주관인 범부의 미혹, 성인의 깨달음을 근원적으로 추궁하였다.
이는 <기신론(起信論)에서 일심(一心)으로써 논문의 근본 주제를 삼은 경우와도 같다.
네 논문에는 잀심의 법과 그 법에 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종본의(宗本義)라고 하였다.
[원문]
本無, 實相, 法性,性空, 緣會, 一義耳
[본문]
본무(本無)와 실상(實相)과 법성(法性)과 성공(性空)과 연회(緣會)는
하나의 의미일 뿐이다.
[주해]
여기에서는 일심의 종본을 표시하고 일심을 통해서 나타난 네 가지 법, 즉 실상과 법성과 성공과 연회를 간별함으로써 네 논문을 근본을 삼았다.
'본무(本無)'란 번뇌가 고요히 사라진 일심엔 끝내 하나의 법도 없고 육진(六塵)의 경계로 나타나는 일체의 차별적인 모습을 더나서 범부-성인이라 하는 상대적인 경지가 까마득하게 단절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 때문에 본래 차별적인 법의 모습이 없는 본무(本無)라고 말한 것이지, 의식적인 사변으로 추리하여 모든 법을 없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육진의 경계로 나타난 일체의 모든 차별적인 법은 모두 일심의 인연에 따라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일심의 자체는 본래 나옴이 없고, 인연이 회합하여 나왔을 뿐이다.
그 때문에 본무의 일심이 인연으로 회합하여 나왔다 하여 '연회(緣會)'라고 말하였다.
인연으로 회합하여 나온 현상의 모든 법은 본래 실체가 없고, 인연으로 나왔기 때문에 공(空)이다.
그 때문에 자체는 성공(性空)이라고 말하였다.
제법 전테가 성공인 진여가 변화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이를 제법의 성품이라 하여 '법성(法性)'이라고 말하였다.
진여성공의 법성으로 이룩한 모든 법에서, 진여에는 현상의 차별적인 모습이 없다.
그러므로 모든 법의 본체인 진여성공에는 번뇌가 고요히 소멸하였다.
때문에 이를 제법의 실제 모습인 '실상(實相)'이라 말하였다.
이는 본무로써 일심의 자체를 삼고, 연회로써 일심의 현상적인 작용을 삼았으며,
실상, 법성, 성공은 모두가 일심의 진여로 이룩된 현상 만법의 의미인 것이다.
그 때문에 이 다섯은 '하나의 의미일 뿐이다.' 라고 말하였다.
본무의 일심과 그 법에 의지하여 네 논문을 수립하였는데,
이 가운데서 <물불천론(物不遷論)>은 연회인 속제(俗諦)에 해당하고,
<부진공론(不眞空論)>은 성공인 진제(眞諦)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속 이제(二諦)가 관찰할 대상이고,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은 진-속 이제의 세계를 관찰하는 일심이다.
이상의 세 논문은 수행의 인지(因地)가 되고,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은 그 결과론이다.
그 때문에 제일 먼저 본무의 일심을 종지의 자체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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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론(肇論) 서문
조론(肇論)의 조자(肇字)는 이 논서를 지은 사람의 이름인데, 그의 이름이 승조(僧肇)이다.
그 시대에는 그를 조공(肇公)이라고 호칭하였다.
논(論)은 승조가 자기의 견해를 수립한 논문이다.
이는 지은 사람의 이름으로써 논문을 명칭을 붙였으리라.
조공은 구라마집 문하의 뛰어안 제자였다.
그는 구마라집이 불경을 번역했던 도량에서 모든 경전을 한역(漢譯)하면서 오랫동안 구라마집 대사를 참례하고 불교의 실제 모습을 심오하게 통달하였다.
그 즈음에 서역에서 건너온 불법의 경전이 매우 희소하여 불교의 대의가 환하게 드러나지 못하였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노장학(老莊學)에서 말하는 허무주의(虛無主義)의 담론을 숭상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제자인 사문(沙門)들까지도 이를 고상하게 여기면서 허무주의를 으뜸의 근간으로 여기고 이로써 불교의 의미를 담론하면서 각자 자기의 견해를 따라 종파를 수립하였다.
가령 진(晉)나라의 도항(道恒)은 <즉색유현론(卽色遊玄論)>을 지었으며,
진(晉)의 축법태는 <본무론(本無論)을 조론(造論)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의 견해는 현상의 차별적인 모습(相)에 떨어져 유(有)에 상대적인 무(無)를 말하며,
다들 단멸(斷滅)의 공(空)에 더렁졌던 것이다.
조공은 대승의 도가 세상에 밝혀지지 못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겼다.
그 때문에 불교의 현상론으로 <물불천론(物不遷論)>, 본질론으로서 <不眞空論>,
이 두 논문에 대한 인식론으로서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인식의 결과론으로서 <열반무명론(涅槃無明論)>을 지어 그들의 빗나간 집착을 타파하였다.
이것이 조공이 논리를 수립한 근본 의도이다.
논(論)이란 빈(賓)과 주(主)를 가설적으로 수립하여 문제를 따지고 분석하고 의론하고 인식하여 진정한 이치를 발현하고 빗나간 집착을 타파하여 꺾는다는 의미이다. (이하 생략)
- 감산덕청 약주, 송찬우 옮김, 승조법사의 <肇論> 경서원 -
참고 : <조론>의 국내 번역본은 경서원에서 2009년도에 출판된 송찬우선생님의 번역본과
운주사에서 2022년에 나온 강승욱선생님의 역주본 등, 2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주로 경서원에서 나온 송찬우선생님의 번역본을 기본으로 공부하겠으며,
동시에 운주사 본도 함께 참고해가면서 공부하겠습니다. -무한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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